"HMGICS는 소비자 중심 제조혁명 위한 테스트 베드"
"공간을 소비하는 고객 위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대응"
정홍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법인장. ⓒ현대차그룹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는 개발의 과정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그 과정에서 굳이 기술을 노출하는 게 맞는 건지, 완성된 상태에서 공개하는 게 낫지 않은지 고민도 있었습니다. 오늘 HMGICS 투어에서 보시는 것은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로의 긴 여정 중 스타팅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싱가포르 주롱혁신단지에 위치한 HMGICS에서 기자단을 맞은 정홍범 HMGICS 법인장(전무)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마치 대작(大作)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 불시에 들이닥친 구경꾼들을 경계하는 화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완성작은 어마어마한데, 밑그림만 보고 판단하지 마시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정 법인장은 HMGICS을 ‘테스트베드’로 정의했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의 발전은 지구 환경의 보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디바이스의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자율 자동차, 목적에 맞게 제품을 이용하려는 수요에 대응한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등이 개발의 중점이 된다면 제조의 방향도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하며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한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니즈를 신속하게 파악해 제조에 반영하려면 고객과 제조설비간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계도 필요하다. 그런 방식의 제조혁명을 구상하고 실증하는 곳이 바로 HMGICS라고 정 법인장은 설명했다.
그는 “더 향상된 고객가치를 위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공급자로서 제조혁신을 하고, 디지털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며, 모든 데이터를 시작부터 제조 라인까지 전부 연결되게 해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 자동차 생산 설비 셀(Cell)에서 로봇이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HMGICS는 기존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대량생산체제를 과감히 포기하고 ‘셀(Cell)’이라는 이름의 타원형 소규모 작업장을 여러 개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차종 소량생산체제를 구축해 다양한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는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하는 모빌리티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근거한다. 정 법인장은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운전을 하지 않고, 공간을 소비하게 된다. 공간 상품으로 변하게 되면 고객 취향에 따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고, B2C(기업 대 소비자)의 개념으로 본다면 ‘하이퍼 커스터마이즈’된 상품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지금의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그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겠는가. 다양한 폼팩터와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하는 부분들을 HMGICS가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법인장은 HMGICS가 그런 역할들을 수행하는 데 있어 싱가포르의 입지 조건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그는 “HMGICS는 혁신 구역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의욕적으로 만들고 있는 지역”이라며 “이 지역에서 HMGICS는 제도와 기술의 혁신을 하고 미래에 다양한 폼팩터들을 적용했을 때 시장에서 어떻게 반영이 되며 향후 해당 상품들의 개발까지도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만이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들과 기술을 개발해 실증하고 실증된 기술을 향후 글로벌로 전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홍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법인장. ⓒ현대차그룹
HMGICS가 추구하는 혁신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이어졌다. 먼저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기존 판매 방식은 버리고 다양한 차량이나 콘셉트들을 생산할 수 있는 셀 방식의 유연 생산 체계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셀 방식 공장이 새로 지어지더라도 기존 컨베이어벨트 생산방식의 공장도 공존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정 법인장은 “컨베이어벨트는 생산성을 극단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시스템으로, 제품의 이동이 필요한 셀 방식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만큼 생산성을 올릴 수는 없다”면서 “대신 수요가 못 따라가더라도 불가피하게 생산을 지속해야 하는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기회 손실을 셀 방식에서는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미래에는 이 두 가지 생산 방식이 공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지향점은 하이퍼 오토메이션(Hyper Automation)이다. 정 법인장은 “HMGICS는 기본적으로 100% 자동화를 목표로 메타 팩토리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차종들의 생산 시퀀스를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메타 팩토리로 시스템을 개발해 서버와 현장, 인터페이스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 공장(Autonomous factory)’ 역시 HMGICS에서 추구하는 목표다. 이는 흔히 말하는 ‘자동화 공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정 법인장은 강조했다.
그는 “자율 공장은 1~5레벨까지 단계가 있는데 5레벨이 되면 생산 시스템 내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세워서 자율적으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전경. ⓒ현대차그룹
고객과의 접점을 가진 도심형 공장이라는 점도 HMGICS의 특징으로 내세웠다. 실제 HMGICS 건물을 보면 공장과 CX공간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정 법인장은 “누구든지 공장을 방문해 자동차의 문화와 기술은 물론, 조립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면서 “고객이 자동차 구입을 주문하고 사양 조정하며 생산 날짜를 예약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가장 큰 과제로는 피지컬 팩토리(물리적 공장)와 메타 팩토리를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을 꼽았다. 정 법인장은 “디지털 트윈이 완성되면 피지컬 팩토리(물리적 공장)에서 정규 생산을 멈추고 시행착오와 검증 과정을 거치느라 시간적, 비용적 손실을 감수할 필요 없이 메타 팩토리에서 사전에 테스트하고 피지컬 팩토리에서 바로 생산에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지컬 팩토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뮬레이션 팩토리를 피지컬 팩터리에 반영하는 건 아직 안 돼 있다”면서 “동기화 프로세스를 진행 중으로, 현재 데이터 분석 단계”라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