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후진국 될라…늦었지만 반가운 '첫 걸음마' [자본의 온도④]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3.08.17 06:00  수정 2023.08.17 06:00

금융당국, 이달 말 KTSS 개발 발표 예정

“국내도 EU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해야”

35.8도. 이번 세기 마지막 한반도에서 기록될 이른바 더위지수다. 지금보다 7.7도나 오른 수치. 그 만큼 열 받는 날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비싼 값이 매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만이 아닌 경제 아젠다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경제의 동맥은 언제나 그랬듯 금융이 쥐고 있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지구의 수은주가 자본의 온도인 이유다. <편집자주>


강릉안인화력발전소 전경.(자료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기후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그룹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이에 대한 평가 지표와 측정이 마련되지 않고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녹색금융 활성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고, 관련 시스템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따라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기업의 기후대응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기후공시 혹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국제 표준 공시 기준을 지난 6월 26일 확정했다. 국제사회가 기후공시 제도화에 착수한 지 약 10년 만이다.


공시 기준에는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기후와 관련한 중대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 등이 담겼다.


국내 금융당국도 글로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달 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이하 K-택소노미)에 따라 기업에 대출 등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인 KTSS 개발과 관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K-택소노미란 국내 기업의 어떤 활동이 친환경적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환경부과 금융위원회가 공동개발한 지침서다.


이밖에 국내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관련 인식 확대와 대응 능력 제고를 위해 기후 리스크 관리모형 개발 지원 및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후리스크 등 환경정보 관련 공시의무의 단계적 강화 방안을 수립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1단계 자율공시, 2025~2030년까지 2단계 일정규모(자산규모 2조원 이상) 이상 상장사에 대해 공시 의무화, 2030년부터는 3단계로 모든 상장사 공시 의무화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유럽연합(EU)의 탄소 국경세 도입, 바젤위원회의 기후 리스크 감독 원칙 제정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 대응이 강화된 영향이다. 해외 주요 감독당국은 이미 금융 부문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후 시나리오 분석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선 금융그룹들이 탄소중립 선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탄소중립 선언은 신규 투자 중단으로 한정돼 있어 반드시 기존 투자 자산에 대한 대책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과 회사채 잔액 중 만기일이 2030년 이후에 해당하는 잔액 규모는 각각 9조5000억원, 4조7000억원으로 총 14조2000억원이다. 2030년 온실가스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산포트폴리오에서 석탄을 포함한 고탄소 산업에 대한 기존 자산의 철회 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후리스크 파급경로 개요도. ⓒ자본시장연구원

아울러 금융기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을 위해선 금융당국이 관련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지표와 측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금융을 선도하고 있는 EU의 지속가능 금융 공시규제와 같이 금융시장에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탄소회계가 대부분 금융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다 보니 탄소중립 목표도 그룹 차원에서 총량적인 목표만 제시되고 있다”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함께 금융상품의 지속가능성 특성에 따른 분류제도인 라벨링 제도 및 공시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EU의 지속가능성 공시규제와 같은 규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식이 제고되면서 투자자는 물론 시민단체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로부터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의 선행연구들은 기후리스크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유형의 자산 가치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도 기후리스크를 중요한 금융리스크의 하나로 인식해 기후리스크 평가 모형 개발,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체계 마련 등 기후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도 기후리스크 대응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에 기후 리스크를 적극 고려하고, 자본이 녹색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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