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보험의 상관관계…오락가락 날씨에 '오리무중' [자본의 온도③]

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입력 2023.08.16 06:00  수정 2023.08.16 06:00

열사병·수입 손실 등 기후 재난 심화

보험사, 요금 올리고 계약 체결 중단

35.8도. 이번 세기 마지막 한반도에서 기록될 이른바 더위지수다. 지금보다 7.7도나 오른 수치. 그 만큼 열 받는 날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비싼 값이 매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만이 아닌 경제 아젠다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경제의 동맥은 언제나 그랬듯 금융이 쥐고 있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지구의 수은주가 자본의 온도인 이유다. <편집자주>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에 시민들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폭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종 기후변화를 둘러싼 세분화된 보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보험사가 기후 재난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을 뚫고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을 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16일 국제노동기구와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에는 폭염으로 인해 농업 종사자의 근로 가능 시간이 현재의 약 4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2045년까지 세계 식량 생산량의 4분의 3이 폭염으로 인한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에 보험사들이 이 같은 빈번한 기후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위험을 감소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먼저 일본이 열사병을 보장하는 상품을 마련해 놓았다. 일본의 스미토모생명은 지난해 4월 열사병 특화보험을 출시했으며, 같은 해 급격한 기온 상승이 찾아온 6월 말, 3일 연속 6000건 이상의 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손포 재팬은 23세 미만만 가입할 수 있던 열사병 입원 및 사망 환자 상해보험 특약을 지난해 7월부터 전 연령대로 확대하면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도쿄해상은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와 제휴해 열사병으로 입원할 경우 입원 보험금 지불과 의료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를 일본 최초로 출시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각 특성에 맞게 폭염으로 인한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보험들이 출시되고 있다. 49°C를 웃도는 인도 지역에서는 가사와 노동을 병행하는 여성들을 위해 폭염 상황이 3일 이상 지속돼 수입이 손실 되면, 이를 보상하는 보험이 등장했다. 영국도 올해 5월 낙농업자를 대상으로 폭염 피해를 보상 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폭염 외에도 다양한 기후 변화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세부적인 보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온과 강수량 등의 평균적 변화 외에도 한파와 가뭄, 홍수, 화재 등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해안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후 이 불은 허리케인의 강풍을 타고 여의도 3배 면적을 태웠으며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같은 다양한 기후 리스크가 등장하자 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선뜻 내놓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요는 늘었지만 기후 재난 보험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서다.


게다가 보험료를 높이거나 가입을 받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 리스크 노출 심화로 인해 재보험사의 40%가 최소 7.5% 이상 보험료율을 인상했으며, 북미 내에서 건축 자재 비용은 2020년 이래 40% 이상 상승했다.


또 지난 5월 미국 최대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은 기후변화 위험의 확대로 주 전역의 주택보험에 대한 신규 보험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이 밖에도 여러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산불로 인한 보험 손실이 늘어나자 주택보험의 신계약 체결을 중단했으며 남아있는 계약에 한해서 그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이 세밀하고 철저하게 기후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일부 보험사들은 삼성화재의 기업안전연구소, 현대해상의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등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위험 예측이 어려운 기상 재해의 국가 및 지역 간 보장 격차를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신종 위험에 대해서 보험요율을 산출하거나 상품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꾸준한 연구와 개발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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