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시대의 청산…2024년 총선의 역사적 과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07.18 05:05  수정 2023.07.18 05:05

386은 1980년대 중반 반국가적 세계관 갖고 있어

민주당, 반미·친북 대신 반일 문제에서만 목소리

윤석열 정부 친일파 잔재, 검찰 독재 방식으로 규정

2024년 총선, 40년 전 유령과 단호히 넘어서야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학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데일리안 DB

2024년 총선이 9개월 정도 남았다. 이번 총선의 역사적 과제 중 하나는 근 40여 년을 이어온 386시대의 정치적 유산을 청산하는 것이다. 필자는 386시대 청산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몇 차례에 걸쳐 말해 보고자 한다.


386시대의 청산을 그들이 벌이는 반국가활동을 청산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대통령도 부분적으로 그런 견해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반국가활동이 민혁당이나 경기동부처럼 북한과 연계해 조직적·활동적으로 간첩·이적 행위를 하는 것이라 본다면 그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2012~13년 이석기·경기동부 사태를 계기로 조직적이고 행동적인 반국가활동은 거의 소진되었다. 민주노총이나 진보당 등에서 여전히 간첩·이적 행위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그것은 여진에 가깝다. 그 정도는 국정원 등 안보 기관을 정상화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반국가활동에 따르는 활동과 생각들이 386을 매개로 폭넓게 확산하여 있다. 일단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첫째.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 2020년 7월 13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현해 백선엽 장군에 대해 말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서 총을 쏴서 이긴 그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힙니까?”라고 발언하였다. 386시대의 역사관을 그대로 투영한 발언이다. 놀라운 것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노영희 변호사가 여전히 TV 등에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2023년 6월 5일, 천안함 문제가 제기되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최원일 함장에 대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냐?”며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라면서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최원일 함장을 비난했다. 이 또한 우여곡절 끝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두 사건의 특징은 첫째, 6·25 전쟁, 북한, 군대와 같은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 둘째, 전통적인 국가관·안보관의 관점에서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반국가적인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는 점 셋째,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논란 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쟁점에서 멀어진 점이다.


노영희·권칠승은 별다른 운동경력이 없다. 그런데도 비슷한 세대의 지식인들이 386의 역사관·국가관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운동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부채 의식’과 같은 경로를 타고 386보다 더 386에 가까운 행태와 의식을 보이는 것이다.


386은 80년대 중반 반국가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현실에서 혁명이나 반미통일 활동을 위해 역사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다. 역사문제를 통해 현실 운동의 정신적 자양분을 구하려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친일파와 반민특위, 김구와 남북연석회의, 6·25 전쟁의 수정주의적 해석 등이 그것이다.


386의 역사해석은 현실 운동을 위해 급진적인 역사해석을 택한 것이다. 386이 지향했던 목표는 2020년대 한국의 현실에 대체로 사라졌다. 반미나 친북 통일 등의 주장은 여전히 주사파적 신념을 가진 소수에게 남아 있을 뿐 주류 질서에서는 빠르게 고립되고 있다. 덕분에 민주당은 반미·친북 대신 반일 문제에서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반미친북적 현실은 사라졌지만, 그것을 위해 386이 택했던 역사해석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그것은 혁명이나 체제전복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386의 역사해석은 반국가적인 특징을 가진다. 그리고 주로 정치연설이나 집회와 같은 1차 영역이 아니라 역사 그리고 그것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2차 영역에 존재한다.


역사와 문화 영역에 존재하는 반국가적 양태는 끊임없이 정세와 진로를 교란한다. 일례로 IAEA 사무총장 글로시의 방한에 대해 집요한 반대 시위가 열린 바 있다. IAEA는 일본 방류 문제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를 다루는 기관이기도 하다. 정작 한국의 핵심 안보문제인 북핵 문제는 무시한 채 지엽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방류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의식·무의식적으로 친북적 세계관이 상황을 작동하고 있는 것.


또 다른 문제는 교묘한 변형이다. 낡은 역사관의 뿌리 중 하나는 검찰·경찰·국정원 등 공안기관과 국가기관에 대한 강한 부정이다. 386 역사관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는 선한 민중이 악한 국가 그리고 국가기관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는 스토리다. 386은 이를 촛불-문재인 정권-윤석열 정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입하여 윤석열 정권을 촛불을 거역한 검찰 독재로 규정하고 이를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윤석열 정부를 보수 정부 또는 보수-중도 연합정부와 같은 다원적이고 현대적 정치 언어가 아니라 친일파의 잔재, 검찰 독재와 같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80년대 중반 386의 급진주의적 패러다임이 수십 년의 시간을 넘어 그대로 확장된 것이다.


2024년 총선을 가름하는 정치적·시대적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날로 격화되는 외교·안보 질서, 사회경제적 위기를 타개하는 문제, 저출산 고령화·이민 문제 등 미래 의제 등이 해당한다.


그럼에도 386문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386 세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중년 민주화 세대가 견고한 반윤석열 블록을 형성하고 건설적인 정치적 변화, 합리적인 정치 토론과 합의를 근본에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40년 전 386이 세상을 혁명·변혁·자주 하고자 했을 때 도입했던 패러다임, 친일파의 잔재. 검경 공안기관은 절대 악한·선한 민중이 세상을 뒤덮여야 하며 통일은 절대 선이라는 등의 메시아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


2024년 총선에서 우리는 40년 전의 유령과 마주 서 그것을 단호히 넘어서야 한다.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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