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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평행선…野 강행에 尹 거부권 수순 밟나


입력 2023.03.21 03:00 수정 2023.03.21 03: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국회의장 주재 회동서도 합의 불발

'의무 매입' 조항 두고 평행선 계속

野 "23일 본회의서 처리 입장 불변"

尹 거부권 맞설 듯…여야 경색 불가피

김진표 국회의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를 나눈 뒤 각각 자리에 앉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를 나눈 뒤 각각 자리에 앉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하겠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을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의무 매입 조항'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이 합의 없이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어 여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20일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최근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차 튀르키예·이탈리아 등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 의장은 "제가 없는 동안 양당이 K칩스법을 잘 협의해 줘서 고맙다"며 "내친김에 이 분위기를 몰고 가서 양곡관리법도 합의로 통과시켰으면 고맙겠다"고 운을 띄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간 현안이 많아서 머리가 아프지만 양당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입장을 듣고 각 당이 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얘기하다 보면 거리가 좁혀지고 합의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위 반도체 세액공제 법안을 민주당이 협조해 줘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양곡관리법으로 들어가자 분위기는 다시 냉랭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은 지난 2월 27일 본회의에서 우리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무리하게 처리를 자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며 "(김 의장이)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의 중재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전향적 검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중재안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충분한 논의가 됐음에도 정부가 전향적이지 않고 입장을 고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의장도 결심할 건 해줘야 한다"고 거듭 본회의 상정을 압박했다.


모두발언 이후 한 시간여의 비공개 회동이 이어졌지만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 3% 이상 또는 5% 가격 하락 시 정부는 쌀을 매입할 수 있다"는 현행 임의규정을 '의무'로 바꾸는 게 골자다. 김 의장의 중재안에 따라 매입 기준(초과 생산량 9% 이상, 가격 하락 15% 이상)을 논의할 순 있지만, 의무 조항은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의무 매입 규정이 있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 확고하다.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주 원내대표는 "의장은 양당이 의견을 좁혀 합의 처리될 수 있도록 요청했고, 민주당은 기존 약속에 따라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다시 협의할 여지가 있는지 챙겨보겠지만 의무 매입이 있는 한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당이 합의를 이루지 못함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표결 여부는 김 의장의 결정에 맡겨지게 됐다. 김 의장은 지난달 27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이달 23일로 데드라인을 설정한 뒤 여야 간 합의를 종용한 바 있다.


김 의장이 상정하고 민주당이 강행처리할 경우, 정부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저지에 나설 전망이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률안에 대한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결국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정국만 얼어붙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국민 앞에서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처리 시점은 불변"이라면서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오매불망 기다리며 자신들이 주도하는 타협안을 전혀 구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강행처리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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