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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119)] 15년차 배우 ‘추광호’의 성장엔 끝이 없다


입력 2023.02.05 14:50 수정 2023.02.05 14:5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스위니토드' 3월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앙상블·비들 커버 역으로 열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배움에 끝이 없듯,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 성장에도 끝은 없다. 어린 나이부터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바라보고 달려온 추광호 역시 올해 15년차 배우가 됐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불협 가득한 곡들로, 배우들에게도 매우 어렵기도 정평이 나있다. 앙상블로 이 작품에 참여하는 추광호는 소화하기 어려운 곡을 몸에 새기듯 연습을 거듭했고, 그만큼 한 뼘 더 성장했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네, 처음부터 뮤지컬배우를 바라보고 달려왔습니다. 중학교 때 제작과 PD를 하시던 아버지의 권유로 취미로 시작을 했다가 뮤지컬의 종합예술적인 매력에 푹 빠져서 쭉 해오게 됐습니다.


-벌써 데뷔하신지 15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이 긴 시간 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일단 마인드가 제일 달라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자만심에 치기어린 행동들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15년이라는 시간동안 배운 게 있다면 무대 예술이라는 것은 협업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잘 받아들이고, 걸러내고 또 비워낼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겸손해지고 내 사람들을 챙길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게 됐고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을 되돌아본다면, 추광호 배우의 15년은 어땠나요?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기를 크게 나눈다면 20대 초반은 학교를 포함해 이 모든 작업들이 그저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즐기고 열심히 공연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힘들어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20대 후반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던 때인데 26살 때 ‘프리실라’ 준비 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후에는 한 동안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30대에 들어서면서 창작 작품에 도전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하고 이제는 돌 지난 아들의 아빠도 됐고요. 앞으로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까지 얹은 고민을 이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추광호 배우가 지금까지 지켜온 배우로서의 신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신념이라기보다는 제 성격인거 같은데 ‘미련이 남지 않는 순간까지 놓지 말자’인 것 같아요. 이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라 남들이 볼 때 어떤 때는 단호하고 쿨해 보일 수도 있고 어떤 때는 과한 집착으로 보일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성격이기에 지금까지 묵묵히 배우를 해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하나를 꼽자면 ‘결혼’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와 미래를 약속하고 책임감이 생기는 순간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게 하는 그 무언가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반면, 배우 인생에 ‘위기’라고 말할 만한 사건이 있다면요?


바로 작년이었던 것 같은데요. 재작년에 ‘드라큘라’를 할 때 아들이 생겼는데 코로나로 작품이 점점 줄어들고 배우로서 불안감이 커지게 되면서 작더라도 안전한 우리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싶어서 작은 가게를 냈어요. 그런데 높은 물가와 배달비 폭등에 휘청하고, 고된 육아로 한 사람은 아이에게 묶이게 되면서 와이프와 의견충돌도 많았어요. 쉽지 않은 현실의 벽 앞에 초라한 제 자신을 자주 마주한 한해였습니다. 지금은 긍정적으로 잘 극복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미련이 남지 않는 순간까지 놓지 말자’는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은)제가 제일 잘 하고 많은 시간을 노력으로 일궈온 일이기에 이제는 제 와이프와 아들에게 현실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고 증명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는 것 같아요.


ⓒ오디컴퍼니니 ⓒ오디컴퍼니니

-현재는 뮤지컬 ‘스위니토드’에 출연하고 있어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요?


한창 가게에서 일 할 때라 작년까지는 작품 할 생각이 없었는데 ‘스위니토드’라는 작품이기에 와이프에게 미안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아 욕심을 내서 지원하게 됐어요.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좋은 작품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오디션은 어땠나요?


사실 오디션 때 하루 전날까지 지정곡 연습이 충분치 않아서 포기하려 했었습니다. 시간도 없고 손드하임의 곡은 어렵기로 유명했으니까요. 그런데 ‘드라큘라’ 때 같이 했던 조성린이라는 친구가 ‘형, 포기하지 마세요’라면서 직접 녹음한 가이드 녹음본을 보내주더라고요. 그 덕에 겨우 오디션에 참가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자칫 만나지 못했을 뻔한 인연을 만들어준 성린이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극중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앙상블로 참여하고 있고 또한 ‘비들’ 커버도 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영국 빈민가의 아무런 희망이 없이 살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연출님이 원하시는 방향이었습니다. 영국이라고 해서 문화적 차이와 시대적 차이에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에릭 연출님과 대화하고 소통해보니 ‘어차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너무 깊이 생각하고 서사를 풀려고 하지 말아라. 자연스러운 우리 얘기를 입혀라’라고 하셔서 저는 코로나 초반에 희망이 없던 시간의 저와 동료 배우들의 모습들을 소스로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가장 마음이 쓰이는 씬이 있다면?


‘스위니토드’의 주요 인물들 이외에 극 중 인물로 등장 했다가 이 서사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의 입장으로 바뀌는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The ballad of sweeney todd’ Three tenor에서 앙상블 셋이 앞으로 더 많은 살인을 예고하는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합창 후 사형수로 바뀌는 부분이 제일 어렵고 애착이 가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스위니토드’에 참여하면서 이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이 있다면?


스릴러라고 해서 잔인하고 긴장감만 있는 게 아니라 적절한 코미디와 그 안에 시대적 풍자도 같이 들어있어서 곱씹을수록 진한 맛이 나는 작품이더라고요. ‘역시 뮤지컬의 스토리는 단순할수록 좋다’는 제 생각과 잘 맞는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말이 단순하다는 것이지 그만큼 단조로운 라인에 함축이 잘 되어 있어요. 이 작품을 하고 있는 게 그저 행복합니다.


-작품의 넘버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앙상블 배우들이 노래 합을 맞추는 것도 매우 힘든 과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아무래도 음악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음악 전공자도 혀를 내두르는 수준이죠. 어설픈 노력으론 어림도 없어요(웃음). ‘이게 맞나?’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누구에게 기댈 수도 없는 음악이에요. ‘나만 잘하면 돼’라는 마음을 가지고 일단 몸에 음정을 새겨 넣는 느낌으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어요. 공연 중인 지금도 매일매일 체크하지 않으면 무대에서 꼭 실수가 일어나기에 모든 캐스트들이 항상 귀를 쫑긋 새우고 긴장감에 공연하고 있습니다.


-극중 최애 넘버(혹은 장면)와 그 이유는?


‘오프닝’과 ‘에필로그’입니다. ‘오프닝’은 작품의 분위기와 긴장도를 설명해주는 작품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에필로그’는 ‘오프닝’과 같은 라인을 쓰지만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부름으로써 관객들이 충격적인 엔딩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는 역할을 하기에 부르는 배우로서도 시작과 끝이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좋아합니다.


-‘스위니토드’라는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악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발사의 통쾌하고 서글픈 복수극’


ⓒ본인제공공 ⓒ본인제공공

-작품에 참여하면서 인간 추광호에게도 어떠한 변화(성장)가 있는지 궁금해요.


제일 큰 건 음악적 표현의 다양성이 더 생겼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음악 안에서 표현의 다양성을 찾아야 하다 보니 저만의 좀 더 섬세하고 예민한 표현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추광호 배우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아무래도 아빠가 되다보니 배우 일을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뮤지컬을 제일 좋아하지만 욕심을 내자면 미디어 쪽도 늦은 감이 있지만 준비해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배우가 되고 싶네요.


-꼭 참여하고 싶은 작품(혹은 캐릭터)도 있나요?


뮤지컬 ‘시라노’의 ‘시라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공연하면서 남자배우라면 탐나는 작품과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드라마와 음악 모두 아름답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추광호 배우의 올해, 또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될까요?


제가 1년에 세 작품 이상을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다작의 욕심이 있고, 앙상블보다는 작더라도 다양한 역할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항상 앞으로의 모습이 더 나은 배우,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미비하더라도 꼭 빛나야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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