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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쇼트 시네마⑭] '모모', 한 번 더 이별…그리고 다시 시작


입력 2022.11.28 08:03 수정 2022.11.29 09:1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장윤주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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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한해인 분)는 옛 여자친구인 아름(차지원 분)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로 곧 떠날 예정이란 소식을 듣는다. 쌉싸름한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전, 아름은 소희에게 함께 키우던 고양이 모모를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소희는 "처음부터 내가 데려왔어야 한다"라고 푸념과 원망 섞인 말을 뱉지만, 소용 없는 말이라는 걸 안다. 소희도 마음 같아서는 모모를 데려오고 싶지만 함께 사는 여자친구인 유진(김윤하 분)을 동의를 구해야 한다.


유진은 소희가 무슨 일로 전 연인을 만나고 왔는지 궁금하다. 소희는 아름이 곧 떠날 것이란 말과 함께 모모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고한다. 유진은 정색하며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곤란하다고 반대한다. 모모는 소희와 아름의 추억이자 연결고리이며 자신은 모르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진은 모모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름이 직접 고양이를 데려다주고 세 여자는 한 공간에서 묘한 기류를 주고 받는다. 가끔 사진 보내겠다고 말하는 소희,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은 유진, 괜찮다며 고양이를 잘 부탁한다는 아름. 짧은 시간 안에 세 사람은 고양이를 매개체로 대화 하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비유하는 듯 보인다.


소희는 늦은 밤 가로등 속으로 멀어져 가는 아름의 뒷모습을 지켜봐 준 후 돌아선 후 유진과 깊은 포옹을 나눈다. 유진은 다시 한 번 이별하고 돌아온 소희를 안아주면서 고양이와 함께 받아들일 결심이 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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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은 침대 밑으로 숨은 고양이 모모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모모'는 관계의 정리와 시작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마지막 유진의 미소는, 소희와 모모를 끌어안음으로써 지난 날의 시간과 기억까지 안고 더 큰 사랑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걸 예고한다.


짧은 시간 속 세 여자의 서사는 배우들의 말갛고 미묘한 표정들이 완성해 준다. 특히 세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다른 감정으로 마주하는 신은 복잡 미묘한 공기가 감돌면서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름 역의 차지원의 쓸쓸한 표정 연기가 이 장면의 깊이감과 여백을 만들어준다. 러닝타임 15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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