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맛맛59] 한번/한 번, 한마디/한 마디

입력 2008.06.26 08:54  수정

띄어 쓰고 붙여 씀의 미묘한 의미 차이

"용기 내어 한번 해 보다.", "시간 나면 한번 와라.",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시 한번 잘 짓는다."는 ´한번´을 붙여 썼고,

"윗몸일으키기를 한 번도 못하다니 가히 체력을 알 만하다."는 ´한 번´으로 띄어 썼다.

´한번´으로 붙여 쓴 이유는 그 의미 맥락이 ´시도´, ´기회 있는 어떤 때´, ´지난 어떤 때´, ´어떤 행동의 강조´이기 때문이다.

´한 번´으로 띄어 쓸 때는 ´횟수´의 의미 맥락을 이룬다.

다시 말해서 ´한 번´으로 띄어 쓸 때는 그 본래의 의미(횟수)가 고스란히 살아 있지만, ´한번´으로 붙여 쓸 때는 본래의 의미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새로운 의미(횟수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를 생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와 ´한 마디´도 마찬가지다. "이번만은 네게 꼭 한마디해야겠다."라고 했을 때 상대에게 어떤 꼭 필요한 말을 전해야겠다는 것이지 한 도막의 말마디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이때의 ´한마디´는 ´한 말´ 또는 ´어떤 말´에 가깝다). 또 "사과 한마디 없다."라고 했을 때도 ´아주 짧은 말 또는 간단한 말´을 뜻하므로 이 역시도 ´횟수´를 뜻한다고 볼 수 없다. 즉 이러한 경우들의 ´한마디´는 한 단어(명사)이다.

그러나 "한 마디 두 마디 세 마디 그녀는 잔소리를 이어갔다."는 본래의 의미대로 ´횟수´나 ´차례´를 의미하게 된다. 이때는 하나의 구(´관형사+명사´로 된 명사구)로 보아 띄어 쓰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다. 표제어로 오르게 되는 대부분의 단어들은 이런 절차를 밟아 사전에 특별히 따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에서 ´한순간´은 ´매우 짧은 동안´을 나타내는 명사이고,

"어느 한 순간에 일이 몽키고 말았다."에서 ´한 순간´은 시간을 여럿으로 나누었을 때 그 한 부분으로서의 ´어떤 시간적 사이와 사이´를 나타내는 명사구이다.

"비가 한차례 내리더니 추워지기 시작한다."의 ´한차례´는 ´한바탕 크게´를 의미하는 명사이고,

"주말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한 차례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의 ´한 차례´는 본래대로 ´횟수´를 의미하는 명사구이다.

´한입´의 경우도 "빵을 한입에 삼키다."와 "딱 한 입만."의 의미 맥락이 다름은 물론이다.

또 ´한동안´은 ´하나의 동안´이라는 의미를 넘어 ´꽤 오랫동안´의 의미를 지니는 반면, ´한참 동안´은 ´한참´과 ´동안´이 결합해도 별 의미 변화가 없이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의 의미를 그대로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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