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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도력의 위기"…이준석, 尹과 윤핵관 향해 작심발언


입력 2022.08.14 00:00 수정 2022.08.14 00:34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비대위 전환은 '위인설법', 황당 발상"

"당이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선당후사' 요구엔 "북한식 용법" 반박

"새끼 소리 들으며 대선 뛴 게 선당후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결정을 '위인설법(爲人設法)'으로 규정하고 "황당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비상상황의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사이의 '문자 유출'로 꼽으면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준석 대표는 "당이 한 사람을 몰아내려고 몇 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비상상황을 주장하면서 당의 지도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황당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제되는 메시지를 대통령이 보내고 원내대표 부주의로 노출되었는데 그들이 내린 결론이 당대표를 쫓아내는 일사불란한 절차라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판단"이라며 "권력자들 사이 씹어돌림의 대상이 되었던 내게 어떤 사람도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적인 비극"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위기 상황인 만큼 '선당후사(先黨後私) 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주장은 "전체주의"라고 받아쳤다.


이준석 대표는 "정치권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지만 사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쓰인 삼성가노(三姓家奴)보다도 근본이 없는 용어"라며 "(선당정치라는) 북한에서 쓰이는 용법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던 내 쓰린 마음이 여러분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고도 했다.


나아가 당내 극우적인 흐름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국가 중심의 고전적 가치를 중시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당원과 지지자도 있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정조준한 대목이다.


윤핵관 실명 거론하며 "서울·수도권 출마하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특히 현재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꼽으며 날을 세웠다. 윤핵관으로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김정재·박수영 의원 등을 거명한 이준석 대표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동력을 얻어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며 "그저 본인들이 우세 지역구에서 다시 공천 받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정부의 총선 승리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당의 혁신 방안이 담긴 책 탈고와 함께 당원들의 온라인 소통 공간 개설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처분 신청과 관계없이 당내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며, 탈당 후 신당 창당은 하지 않겠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이 대표는 "지금 당에서 김앤장 출신 변호사까지 수임을 맡겨서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당에서도 굉장한 다툼을 예상하는 게 아니냐"면서 "기각이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은 정당과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단언했다.


'내부총질' 문자엔 "상상했던 대통령 모습 아냐"

'내부 총질하는 당대표'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본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바라던, 많은 국민이 상상했던 대통령의 모습과 겹쳐지는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당의 혼란 속에서도 절제된 표현과 입장을 보였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사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라도 이면에 다른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특이했다"고 답했다.


다만 "대통령과 나의 문제는 상당 부분 오해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이 있다"며 "오해는 중간에서 전달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사심 가득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과 만나 오해를 풀거나, 주호영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고 풀 것이 없다"며 "더 이상 자질구레한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눌 생각이 없고 자유로운 제안은 어떤 경로든 하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주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듣지 않고, 또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당내에서 주 위원장을 곤란한 상황으로 등 떠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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