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금융권 임금피크제 갈등…리딩뱅크 발목 잡나[이호연의 θink]


입력 2022.08.08 07:00 수정 2022.08.08 10:26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대법 무효 판결 후 은행서도 소송

소모적 갈등으로 고객 피해 없어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사옥 ⓒ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사옥 ⓒ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 나섰다. ‘합리적 이유 없이 직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금융권 첫 소송제기다.


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뒤에도 여전히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배하므로 불법이자 무효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41명의 해당 노동자를 대상으로 부당하게 삭감된 임금을 다시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에 나선다. 사측은 소장을 전달받는대로 법리적 검토를 거쳐 소송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


노사간 법정 공방의 결론은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 효력 요건에 따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 운영중인 국민은행 임금피크제 방식이 해당 4가지 요인을 모두 충족하는지 법리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법리적 공방이 자칫 소모적 갈등으로 확대될까 염려된다. 재판을 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법적 공방이 가열되면 사법리스크로 발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임금피크제는 매년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시중은행보다 정년이 보장된 국책은행의 핵심 이슈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한이나 하나 등 타 은행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없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건전한 노사 관계는 회사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소모적인 마찰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알뜰폰(리브엠) 사업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을 두고 내홍을 겪은데 이어 올해는 임금피크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지난 2019년 대규모 총파업으로 노조와 사측 모두 막대한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는 터라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내부의 우려는 크다. 당시 9000여명의 직원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일선 영업점이 마비,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시비비를 떠나 회사의 신뢰도 추락도 감내해야 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실물 경기 침체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새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이자 장사’를 잘했다는 눈총 속에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감소 등에 대응해야 하고 취약계층 금융지원에 따른 건전성 관리도 신경쓰지 않을수 없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올해 1월 취임사 겸 신년사를 통해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을 목표를 새기고 플랫폼 경쟁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지금은 노사가 합심해서 뛰어도 모자랄 시점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은행의 최대 리스크는 빅테크도 경쟁사도 아닌 노사 갈등이라는데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코로나에 이은 금융 불안으로 모두가 힘든 와중 조속히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는 일은 없길 바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