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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점거농성, 안타깝지만 책임은 물어야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8.04 11:02 수정 2022.08.04 11:0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저임금 고강도 노동' 목소리 공감하지만 수단에는 공감 못해

'피해 입히고도 면책' 선례 남는다면 악용 사례 잇따를 수도

'수단'의 한계 제거하면 사회 질서 붕괴…'노란봉투'에 든 毒 경계해야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7월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살고 싶다 했더니 죽으라 하는가!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소와 손해배상 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7월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살고 싶다 했더니 죽으라 하는가!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소와 손해배상 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대우조선 하청노조 투쟁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생지옥 같은 삶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실상을 낱낱이 알려낸 의미 있는 사회적 승리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사측과의 협상 타결로 1도크 점거농성을 푼 이후 며칠이 지난 지난달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년이 임박한 나이까지 월 200만원 남짓한 임금을 받고 일하는 조선소 하청근로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널리 알리고 이슈화시켰다는 점에서 대우조선 사태는 ‘성공한 일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점거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누가 책임지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피해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은 점거농성 근로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와 진보 정당에서는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0만원 받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노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며 “기본적인 구조를 잘못 만든 우리의 책임인데 불법이라고 규정지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도 “하청 노동자에게 손배소를 수백억 원씩 물리면 노조가 살아남을 수 있겠나”면서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정부가 손배소를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대략 ‘취지가 옳다면 피해를 유발해도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투로도 들린다.


피해를 입은 곳은 어차피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정부의 한 마디에 찍소리도 못할 기업이니 손해를 떠안고 조용히 있으라고 찍어 누르란 소리다.


이번 건은 그렇게 넘어갔다고 치자.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기업에, 나아가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입히면서 그걸 볼모로 주장을 관철하고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선례가 남는다면 그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입히는 피해가 더 커질수록 파장도 커지고 ‘목적달성’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면책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기업과 국가경제에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게 그들에겐 남는 장사다.


진보 진영에서는 심지어 파업 근로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일명 ‘노란봉투법’ 입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일탈에 대한 면책이 법적으로 보장된다면 산업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 속에 독(毒)이 들었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토피아가 아닌 이상 사회 구성원 누구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 한다. ‘제도적 문제’나 ‘우리 모두의 책임’을 거론하며 ‘수단’의 한계를 제거한다면 사회 질서는 붕괴된다.


대우조선 하청 근로자들의 주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걸 알리기 위해 그들이 동원한 수단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선례가 그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사는 자들에 의해 악용되는 상황은 더더욱 용인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그들에겐 책임이 지워져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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