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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TO : ] "수족관 돌고래 쇼? 이젠 사라지는 추세죠"


입력 2022.07.28 16:05 수정 2022.07.29 09:45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 데일리안 ⓒ 데일리안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우영우(박은빈)하면 떠오르는 건 고래다. 그가 고래에 집착하는 이유. 자유로움 때문이다. 극 중 준호(강태오)가 영우에게 ‘수족관 가 봤냐’며 질문한다. 영우는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입니다”라고 답한다. 동물 쇼와 좁은 수조 등이 그 이유다.


수족관은 동물 보호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빠르게 변화 중이다. 대표적인 '동물 학대' 사례로 손 꼽혔던 동물 쇼도 사라지는 추세다. 국내에선 대표적으로 서울대공원이 2012년과 그 이듬해까지 돌고래 쇼와 홍학 쇼, 물개 쇼를 폐지하고 생태설명회로 전환시켰다. 생태설명회는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을 유지하되, 동물 학대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오락성 쇼를 지양한다.


또, 2021년 '제 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에 따라 해양 수산부는 국내 수족관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동물 복지를 위한 적절한 서식 환경 확보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수족관 전시생물의 서식환경 개선으로 동물복지 향상 및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신승훈 아쿠아리스트. ⓒ데일리안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신승훈 아쿠아리스트. ⓒ데일리안

이런 변화의 흐름을 가까이 지켜본 이가 있다. 신승훈(32) 아쿠아리스트(Aquarist)다. 아쿠아리스트는 수족관에서 수중생물을 사육•관리하고 생태 설명회 등을 준비하는 직업이다. 이들은 해양 생물 구조 치료나 방류, 종 보전을 위한 연구사업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수족관들이 코로나19로 관람객이 감소해 난항을 겪은 때도 생물들의 곁을 지킨 신 씨. 수중 생물 보호를 위해 일선에서 노력해 온 그에게 수족관의 역할을 물었다.


■ 수중 생물의 ‘인간 동반자’가 된 이유


벌써 경력 8년 차다. 요식업에서 근무하던 그는 수산양식기사나 수산질병관리사, 또는 다이빙 자격증 등 다양한 능력과 지식을 갖춘 아쿠아리스트로 전업했다. 신 씨는 “내 직업을 통해 느끼는 기쁨은 수십 가지”라면서 “내가 돌보는 수상 생물들이 번식하고 새끼를 낳아 가족을 꾸릴 때 보람을 느낀다. 또, 아이들에게 해양 생물에 대해 교육하고 바다 동물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논의할 때도 직업적 가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수중 생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신승훈 아쿠아리스트. ⓒ데일리안 수중 생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신승훈 아쿠아리스트. ⓒ데일리안

생물들을 자식처럼 돌보는 직업인 만큼 이들이 생을 마감할 때 상실도 크다. 신 씨는 “업무에 손이 안 잡힐 정도로 상심하는 아쿠아리스트들이 많다. 내가 좋아했던 생물이 아주 아팠을 때 내 자식이 아픈 것처럼 심적으로 힘겨웠고 밤낮 안 가리고 치료에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수족관 전시생물들은 죽고 나서도 생태 교육에 이바지한다. 폐사체는 수족관 내 수의사 등 전문 인력의 손길을 거쳐 부검된 뒤 자연사 박물관 등에 교육적 자료로 제공된다.


■수족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역할’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2년 새 수족관에 머물던 돌고래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지난해는 제주 서귀포시 퍼시픽 리솜에서 6살 돌고래 ‘바다’가 방류를 앞두고 죽었다. 2020년에는 마린 파크에서 ‘달콤이’•’안덕이’ 돌고래 한 쌍이 숨을 거뒀다. 이에 일부 동물단체는 ‘수족관 폐쇄’라는 화두를 던졌다. 생명이 있는 동물들을 오락 목적으로 전시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신 씨는 “수족관이 단순히 해양 생물들을 데려와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전시만 하는 공간은 아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가 일하는 곳은 현재 벨루가 등의 돌고래는 전시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아쿠아리움 펭귄들. ⓒ데일리안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아쿠아리움 펭귄들. ⓒ데일리안
수조 안에서 유영하는 아쿠아리움 상어와 가오리. ⓒ데일리안 수조 안에서 유영하는 아쿠아리움 상어와 가오리. ⓒ데일리안

신 씨는 “(신 씨가 근무 중인) 수족관에는 해양 생물 구조 치료 기관이 있다. 인근 해역에서 좌초부〮상 당한 생물들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 오면 전문 인력들이 직접 구조해 치료 및 방류를 위한 준비를 한다. 또, 서식지 보전기관에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종 보전을 위한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라며 “예로 최근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들의 인공 번식을 성공시켜 새끼들을 바다로 방류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넓은 바다에서 좁은 수조로 건너온 생물들 중 스트레스가 적은 생물은 없을까. 이에 신 씨는 “바다 전반을 유영하는 생물들도 있지만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사는 생물들도 있다. 그런 생물 종들을 중심으로 전시하려 추진 중”이라며 “또, 해양 생물 특성에 맞춘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은 동물들에게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 자연에서 보이는 행동을 유도해내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수중 생물들에게 조련자가 아닌 ‘가족’이 되기 위해선


아쿠아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신 씨는 ‘생명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단순히 수중 생물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내 아이처럼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키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해양 생물 관련 전공과를 나오거나 다이빙 자격증을 미리 취득하는 등 생물을 잘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철저히 습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신 씨는 수족관을 찾는 시민들에겐 “수중 생물이 전시되는 유리창을 콩콩 두드리거나 플래시를 터트리는 행동은 생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니 자제 부탁드린다. 또, 체험형 아쿠아리움에 대해 “최근 체험형 아쿠아리움은 생물 체험보단 데리고 노는 오락적 성격이 커 안타깝다. 생물들을 눈으로만 보거나 표피 정도만 만지는 가벼운 체험을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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