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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 자제하라는 정부, 파업으로 뜯어내려는 노조


입력 2022.06.29 11:22 수정 2022.06.29 11:2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노조 거액 인상 요구

현대차 노조는 파업권 확보 위한 사전절차 돌입

대체근로 허용 등 사측 방어권 없어 노조에 끌려다녀야

안현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이 5월 25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2022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현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이 5월 25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2022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경영계에 물가 상승세를 심화할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은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설 태세라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경영계는 노동개혁을 통해 노사간 ‘기울어진 힘의 균형’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파업을 앞세운 노조의 임금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소위 잘 나가는, 여력이 있는, 큰 상위 기업 중심으로 성과 보상 또는 인재 확보라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며 “이것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기업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기업은 이런 고임금·고비용 구조 아래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추 부총리가 언급한 ‘성과 보상’이나 ‘인재 확보’보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따른 전체적인 임금 규모 상승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재 확보를 위한 임금인상 추세는 고급 인재를 영입하거나 빼앗기지 않으려는 측면에서 이뤄지는, 인력 시장의 수요공급 측면에서 발생하는 일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문제는 파업을 앞세운 대기업 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라고 지적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실제, 대기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사측에 경쟁적으로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 16만5200원 인상과 순이익 30%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안으로 내놨다.


기본급 인상률은 7.3%에 달한다.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은 매년 임단협 요구안에 관례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이라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해도 통상 임단협 타결 때마다 수 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 일시금으로 지급돼 왔다. 지난해의 경우 임단협 타결과 함께 경영성과급 200%+35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2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100만원 상당 자사주(5주) 등이 지급됐고 올해 추가로 지급된 특별격려금 400만원까지 포함하면 인당 2000만원을 넘어선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인 기아는 매년 현대차와 사실상 동일한 금액에 교섭을 타결해 왔다. 두 회사 모두 큰 폭의 임금인상 요구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 노조 등 4개 노조에 소속된 직원이 도합 4500명 가량으로 전체 임직원 11만3000여명의 4%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들과의 교섭이 뜨거운 감자다.


올해 노사협의회(비노조)를 통해 9% 임금 인상에 합의했지만 노조와는 올해 교섭을 시작도 못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임금 인상분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연봉에 1000만원을 일괄 인상하고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그 금액부터 올려주고 올해 교섭을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SK하이닉스는 전임직(생산직) 노조와 기술사무직 노조와 별도 교섭을 벌이고 있다. 기술사무직 노조의 경우 기본급 12.8% 인상을 요구안으로 내놨다. 성과급 요구액도 상당하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지만 기술사무직 노조는 올해 이 비율을 15%까지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 기본급의 1000%까지 받을 수 있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매년 임단협 교섭이 큰 고비다. 원자재가 상승과 공급망 교란, 경제성장률 부진 등 각종 경영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대로 임금인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노조로 기울어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 한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추 부총리가 대기업에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한 28일 현대차 노조는 쟁의발생을 결의하며 파업권 확보를 위한 사전절차에 착수했다. 임단협 시즌마다 몇 차례 교섭 후 결렬을 선언한 뒤 쟁의발생 결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쟁의조정 신청, 파업 찬반투표 등을 진행하는 게 관례로 굳어져 왔다. 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내고, 찬반투표에서 쟁의안이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손실은 더 커지고 사측은 대체근로 허용 등의 방어권 없이 노조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추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법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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