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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


입력 2022.05.13 09:57 수정 2022.05.13 10:38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매스’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끔찍한 폭력은 무엇일까. 동양권에서는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괴롭힘과 폭행으로 나타나지만 북미권에서는 바로 총기 난사다. 미국의 중고교에서는 거의 매달 크고 작은 총격사건이 일어나며 총기사고로 매년 수십 명에서 백여 명의 학생들이 죽거나 다친다. 미국인들은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17명이 목숨을 앗아간 2018년 플로리다 파크랜드 고교 사건을 떠올리고 총기규제 여론이 높아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뿐이며 정치적인 이유로 총기규제는 쉽지가 않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매스’는 2018년 2월 플로리다 파크랜드의 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다.


한적한 분위기의 작은 교회에서는 소모임 준비로 분주하다. 모임장소로 향하는 차안에서 총격사고로 아들을 잃은 게일(마샤 플림튼 분)은 남편 제이(제이슨 아이삭스 분)에게 히스테리를 부린다. 한편 총격사건 가해자의 부모인 리처드(리드 버니 분)와 린다(앤 도드 분) 부부 역시 경건한 마음으로 교회로 향한다. 두 부부가 마주한 모임에서 게일은 잃어버린 아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린다에게 들려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 총격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두 부부의 강렬하고 가슴 아픈 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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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규제의 필요성을 말한다. 아이를 잃은 게일과 제이부부는 6년 동안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 이번 모임에 참가하게 된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쌍의 부부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추궁과 반박으로 이어진다. 특히 게일은 ‘그쪽 아들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잖아요’라고 몰아붙이며 원망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비통한 심정이 가슴 절절하게 묻어나오고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리처드와 린다 부모는 사랑스러운 자식이 끔찍한 살인자였다는 것을 인정하며 죄책감과 괴로움에 몸들 바를 모른다. 피해자의 부모만큼이나 아들로 인해 모든 삶이 망가져버린 가해자의 부모 역시 피해자이다. 이들은 대화를 통해 결국 총기규제에 대한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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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란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총기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사건 가해자의 부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영화의 출발점이다. 영화는 두 부모들의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비극적인 과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두 부모가 모인 이유는 법적인 고발 없이 용서와 이해를 구하고 그동안 서로에게 궁금했고 미안했던 마음을 전하는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식을 가진 부모이기에 슬픔과 고통을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두 부부의 모습은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진정한 용서와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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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에서 압도적인 흡입력도 보여준다. 미국 배우출신 프란 크랜즈 감독은 교회 모임장소에서 쉴 틈 없는 긴장감을 유도하는 연출력을 선보였다. 충격적인 주제와 특별한 연출 없이도 대화와 감정연기만으로 2시간의 러닝타임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또한 압권이다.


우리사회는 분열되고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있으며 빈부의 계층간, 남성과 여성의 젠더간 그리고 세대간에 분열되면서 서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영화 ‘매스’는 고통과 상실 그리고 슬픔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용서와 화해를 말하고 있다. 우리사회 또한 분열과 분노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화합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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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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