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드라마를 읽다③] “드라마 끝난지 4년…‘나의 아저씨’ 대본집, 확신 있었죠”


입력 2022.04.12 14:01 수정 2022.04.12 08: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나의 아저씨’ 대본집 출판사 세계사컨텐츠그룹

최동혁 대표·강현지 에디터 인터뷰

‘대본집’을 둔 드마라 업계와 출판계의 긴밀한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종영 직후 인기를 이어받아 대본집이나 포토에세이 등을 출간한다. 심지어 최근엔 4년 전 종영한 드라마의 대본집까지 출간되는 등 대본집 출판 열기가 뜨겁다. 여러 인기 드라마의 대본집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아저씨’ 대본집은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명작’이라는 말을 증명해주고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스틸컷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스틸컷 ⓒtvN

‘나의 아저씨’ 대본집은 1983년부터 박완서 전집, 장준하 전집, 박범신 전집 등 문학 도서를 기반으로 세계사 시인선 및 작가세계와 같은 계간지를 펴낸 세계사컨텐츠그룹(이하 ‘세계사’, 대표 최동혁)를 통해 만들어졌다. 세계사는 이후 종합출판사로 변모해 ‘오두막’(소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자기계발)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인문)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역사)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펴내고 있다.


‘나의 아저씨’ 대본집은 세계사에서 기획하는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의 시작점이기도 한 만큼, 공을 들여 제작했다. 1~16화 무삭제 대본뿐 아니라 40페이지에 달하는 부록이 총 2권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추천사, 일러스트레이터 오하이오의 명장면 일러스트, 이선균 배우 인터뷰, 이지은 배우의 1인칭 에세이 형식 인터뷰, 감독의 말, 작가의 말 등은 물론 본문 디자인이나 북케이스 등의 만듦새에 있어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세계사의 기획편집팀에 재직 중인 강현지 에디터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책으로 엮이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진행했어요. 대본과 함께 실릴 추천사와 부록 콘텐츠를 기획하고 인터뷰를 진행해 글로 정리했고요. 드라마의 결을 살릴 수 있는 본문 디자인과 책의 판형, 북케이스 제작 등을 디자이너와 함께 계획했고요. 이외에도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하고 삽입될 장면을 고르고 배치하는 등 전체적인 과정을 아우르며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강현지 에디터)


주로 드라마가 방영 중이거나, 종영한 직후 작품집이 나오는 것과 달리 세계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시리즈의 첫 시작을 ‘나의 아저씨’로 선택했다는 점에 있어서 의아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OTT가 활성화되면서 작품들에 대한 대중의 소비가 빠른 상황에서, 세계사는 종영한지 무려 4년이나 된 드라마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나의 아저씨’가) 시리즈의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 굿즈처럼 비춰지기보다는 오롯이 글로써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죠. 향후 선보이게 될 시리즈들도 독자에게 오래도록 문학처럼 읽힐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종영일, 장르 등에 국한하지 않고 많은 이들의 삶에 여가 시간,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남긴 드라마와 특정한 집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는 드라마를 작품집으로 펴낼 계획입니다.”(최 대표)


최 대표의 확신은 결과로도 드러났다. ‘나의 아저씨’ 대본집은 예약 판매로만 1만부를 팔아치웠고, 출간과 동시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위, 예술/대중문화 주간베스트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이슈를 끌고 있다. 심지어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판매한다’는 기존 대본집 판매 공식에도 균열을 냈다. 통상적으로 대본집은 여성 구매 비율이 70~80%에 달하는데, ‘나의 아저씨’ 대본집은 남성 구매자가 절반(55%) 이상이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런 작품의 대본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으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랐습니다. 사실 반응을 예상하진 못했지만, 기대를 했던 건 사실입니다(웃음). ‘나의 아저씨’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 펴내는 모든 책이 직원들의 노력만큼 풍요로운 결실을 맺길 기대하는 마음이죠.”(최 대표)


“‘나의 아저씨’는 수많은 사람의 인생드라마였고, 기획자인 제게도 삶에 유의미한 의미를 남긴 작품이었어요. 이토록 좋은 이야기는 언제 나와도 많은 사람에게 읽힐 거란 생각이 들었고, 박해영 작가님께 출간을 제의드렸습니다. 일상에서 주고받는 보통의 언어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이렇게 힘 있고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나의 아저씨’를 보며 깊게 실감했어요. 그 어떤 한 줄의 명대사보다도 상황과 맥락 속에서 말들이 반짝이는 것 같았죠. ‘이런 이야기라면 글로도 충분히 아름답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강 에디터)


'나의 아저씨' 대본집 ⓒ세계사컨텐츠그룹 '나의 아저씨' 대본집 ⓒ세계사컨텐츠그룹

대본집을 만들면서 강 에디터는 “좋아하는 마음을 이기는 건 없다”는 마음으로 드라마 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작업을 거듭했다. 단순히 대본을 인쇄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부록 콘텐츠가 삽입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드라마 팬의 마음으로 바라볼 때 구성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진심으로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나열해보고, 작품과 결이 잘 맞을 것 같은 대담자를 떠올려보기도 했어요. 자유롭게 글을 써본 뒤 특정 인물이나 비하인드 스토리에만 집중될 우려가 있는 기획들은 지워나갔고 드라마를 깊게 감상할 수 있는, 오롯이 작품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들만 담는 것으로 방향을 잡으며 부록을 완성했습니다.”(강 에디터)


“또 드라마의 정서와 결이 책의 물성에서도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질감이 살아 있는 패브릭을 사용해 책 커버를 감쌌는데요. 저희가 사용한 패브릭 단가가 상당했어요. 그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소장 가치를 높이고자 선택했던 디테일 요소에서도 제작비가 많이 추가되기도 했죠. 다행히 대표님이 저희의 의도와 가치에 공감해주셔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만들어볼 수 있게 되었고, 그대로 독자에게 가닿게 되어 기쁩니다.”


사실 대본집 출간은 작가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드라마의 효과들을 모두 빼고 오로지 글로써 독자들에게 읽히는 것을 두고 한 작가는 “발가 벗겨진 느낌”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드라마만 봐도 느껴지듯 박해영 작가님은 실제로도 겸허한 분이세요. 독자에게 글로써 읽히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다기보다는, 드라마란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데 혹시 대본집 출간으로 그 공이 한 사람에게 주목되지는 않을까라는 점을 가장 많이 걱정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감독님께서 먼저 대본집 출간을 추천해주시면서 나누었던 대화로 인해 조금은 우려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하고요. 작가의 말에서도, 그리고 저와 직접 소통할 때도 작가님이 여러 번 강조해 말씀하셨어요. 드라마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고요.”


“영상 언어만의 표현 방식이 있으니 이 부분이 잘 살길 바라셨어요. 문학과 영상의 언어가 어떤 식으로 다른지 예를 들어 친절히 안내해주셨고요. 또 작품집 편집 중에 공교롭게도 이선균 배우님께 이런 말을 듣게 됐습니다. ‘감독님이 대본을 악보에 비유하시며 악보에 찍힌 점 하나까지도 잘 살려 표현해보자고 말씀하셨다. 감독은 지휘자, 배우들은 연주자가 되어 대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요.”


“저 역시 대본을 처음 읽자마자 ‘박해영 작가님은 세밀한 설계자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상황 묘사에도 빈틈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인물이 말하면서 망설이는 타이밍, 잠깐 생각하는 여유까지도 쉼표와 빗금 기호 등으로 구분해두셨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잘 살리는 게 대본의 매력이자 독자들이 바라는 바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요.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규칙과 조금 다르더라도 작가님의 표현 방식을 많이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했습니다.”(강 에디터)


최 대표는 최근 출판계에서 대본집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를 두고, 대본집이 트랜스미지어 즉, 콘텐츠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영상과 텍스트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점이 대본집의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에게 이와 관련한 텍스트로 다가가서 글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전하고, 책과 독서의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스며들도록 하는 거예요. 그렇게 확장 독자가 서점을 방문하고 책을 구매하게 된다면 ‘책도 이렇게 좋은 만듦새를 가진 매력적인 문화콘텐츠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왓챠, 애플tv, 디즈니+, 쿠팡플레이까지 다양한 플랫폼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훌륭한 퀄리티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대본집 시장도 자연히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눈여겨보고 있는 드라마를 콕 집어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인생드라마’라면 모두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의 후보가 될 수 있겠죠?”(최 대표)


이번 ‘나의 아저씨’ 대본집 출간은 세계사에 기획의 다양성으로 소재와 한계를 또 한 번 뛰어 넘는 계기가 됐다.


“예술 분야의 도서, 특히 4년 전 드라마 대본집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일은 흔치않잖아요. 직원들도 변함없이 책을 기획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직원들 모두가 지안과 동훈, 후계동 사람들의 매력에 아직도 푹 빠져 있습니다(웃음). 앞으로도 세계사는 글이 가진 힘과 이야기로 선택의 순간에 옳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책을 펴내고자 합니다.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모두 즐겁기를 바라고요.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도록 좀 더 쉽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세계사라는 이름답게 세계적으로 좋은 책을 알리는 출판사가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그 날이 오겠죠?(웃음)”(최 대표)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