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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으로도 안 팔린다, 정부가 사라!"…애물단지 된 QR코드 기기·열 감지기


입력 2022.03.22 05:19 수정 2022.03.21 21:18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방역패스 시행 중단에 자영업자들 처치 곤란…"개인비용 구입, 되팔기도 쉽지 않아"

"모든 것이 오락가락 정부 방역지침 때문인데…자영업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어"

"또 다른 감염병 올 것 같아 처분 안 하기로…방역지침 또 바뀌면 쓰려고 보관 중"

전문가 "정부가 배려 차원서 적절한 가격으로 매입…다른 다양한 용도로 활용 방법 강구해야"

체온 측정을 위한 열 감지기. ⓒ데일리안 체온 측정을 위한 열 감지기. ⓒ데일리안

정부가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시행을 중단하면서 출입자 관리를 위해 자영업자들이 개인 비용으로 마련한 열 감지기나 QR코드 인증용 단말기 등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비싸게 구입한 가격에 비해 되팔기도 쉽지 않아 처치 곤란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배려 차원에서 적절한 가격에 사들인 다음 다른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1일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에서 체온측정을 위한 열 감지기나 QR코드 인증용 단말기가 원가 대비 저렴하게 팔리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코로나 초기에 손님들의 열 측정을 해야한다는 정부 지침 때문에 울며겨자먹기 심정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100만원 넘게 주고 마련했다"며 "되팔려고 중고나라, 당근마켓 시세를 보는데 반값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QR코드 확인용으로 사용했던 태블릿이나 핸드폰은 그나마 팔리지만 열 감지기는 아예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깃집 사장 박모(53)씨는 "손님들의 열 측정을 해야 한다고 (코로나19) 초반에는 난리를 피우더니 또 지침이 바뀌면서 비싼 돈 주고 산 열 감지기는 아무 쓸모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며 "제멋대로 바뀌는 정부 방안에 돈은 돈대로 나가지만 어쩌겠나. 그저 따르는 수 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송모(49)씨는 "방역패스용 기기들을 자비로 살 때부터 정부가 이런 부분은 지원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며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패스 방침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제 이렇게 완전히 중단하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어떻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나. 이렇게 소통 없이 입 싹 닫고 있는 행태가 그저 괘씸할 따름이다"고 분노했다.


중고거래 어플에 올라온 QR인증 기기와 열 감지기ⓒ데일리안 중고거래 어플에 올라온 QR인증 기기와 열 감지기ⓒ데일리안

반면, 마포구 합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코로나 사태로 우리의 삶이 또 다른 감염병과도 함께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분명히 새로운 감염병이 또 엄습해와 손님들의 발열체크를 하는 상황이 또다시 올 것 같아서 체온측정기는 처분 안하고 계속 두고 사용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종로구 혜화동의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매니저는 "저희는 개인 핸드폰에 QR코드 어플을 설치하고 확인을 했었다"며 "큰 불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 매니저 윤모(33)씨는 "방역패스 용도로만 사용할 생각을 했기에 비싼 공기계로는 구매하지 않았다"며 "우선 보관해뒀다 방역지침이 또 바뀌면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용실 사장 조모(31)씨도 "저희 미용실 공간이 작기도 해서 원래 있던 공기계로 QR코드 확인을 했고 가정에서도 쓰는 체온기로 오시는 분마다 일일히 체온 측정을 했었다"며 "혼자 하다보니 번거로웠던 점을 제외하곤 비용 측면에서 문제되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전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대형 공연장의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입장하시는 관객분들의 발열이나 특이 사항 등에 대한 체크용으로 세워둘 예정이다"며 "추후 정부 지침의 변동에 맞춰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처리가 곤란한 장비들을 정부가 배려 차원에서 적절한 가격에 매입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출로 인한 손실 보상의 문제와는 별개로 개인 비용을 들여 구매했기 때문에 자영업자분들이 난감한 상황이다"며 "실질적으로 구매 원가로 다시 판매하기란 어렵고, 정부가 배려 차원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매입한 다음 다른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도서관, 박물관 등의 공공장소에서는 출입자들의 건강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오히려 추가로 더 비치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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