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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박철완, 금호석화 주총 표심 잡을 카드는


입력 2022.02.17 06:00 수정 2022.02.21 10:05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박철완, 주주제안 이어 OCI 등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주주 표심 잡기 위한 배당안·이사진 교체 필요성 적극 피력할 듯

박철완 금호석화 전 상무ⓒ본인 제공 박철완 금호석화 전 상무ⓒ본인 제공

금호가(家)가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최대주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3월 주총서 표대결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완패한 박 최대주주는 현재의 지지부진한 주가를 문제 삼아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우군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금호석화 최대주주는 지난 8일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주주제안을 발송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금호석화와 OCI가 맞교환한 자기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주주제안은 일반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주총에서 해당 의제를 다루게 된다. 주로 배당을 비롯해 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이 주주제안으로 다뤄진다.


가처분 신청에 대해 박 최대주주는 '자기주식을 제3자에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자사주 교환을 통한 전략적 사업 제휴관계 강화는 명목일 뿐, 실제로는 경영권 방어·강화를 위해 자기주식을 교환했다는 것이 박 최대주주의 주장이다.


다음달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박 최대주주가 표대결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조카의 난' 2라운드 승패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지난해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내놓을 박 최대주주의 반격 카드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지 관건이다.


지난해 주총 당시 박철완 최대주주는 약 3070억원 규모의 고배당 안건과 이사진 교체, 사외이사 중 의장 선출, 자사주 소각,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냈다.


그러나 3070억원에 달하는 고배당안은 금호석화의 미래 투자 여력 상실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선택을 받지 못했고, 사내·외이사 선임안 역시 금호석화가 추천한 인사들이 모두 통과되며 이사회 입성이 좌절됐다.


그렇다고 박 최대주주의 주주제안이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후 금호석화는 주총 이전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내이사에 전문경영인 2명을 선임했으며, 박찬구 회장은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또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거래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 위원회, 이사 보수 결정 객관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 합리성을 제고하는 데 노력했다.


이달 초 발표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창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탄탄한 체력을 입증했다. 효자 상품인 NB라텍스 판매 호조에 금호석화는 2023년까지 연산 23만6000t 규모의 신규 설비를 증설하겠다고도 했다.


박 최대주주가 공개적으로 인수를 반대한 금호리조트도 금호석화그룹 편입 이후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2분기~3분기 누계 순익은 약 33억 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당시 금호리조트 인수와 설비 증설 등으로 금호석화의 투자 부담은 늘었으나 확대된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며 지난해 6월 회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했다.


지난 1년간 금호석화의 이익 체력이 더 탄탄해지면서 박 최대주주가 비판해왔던 문제점들이 대부분 해소된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15만원대로 낮아진 주가 등 저평가된 금호석화 체질 개선을 위해 박 최대주주가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호석유화학 본사ⓒ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본사ⓒ금호석유화학

지난해 박 최대주주는 지배주주순이익과 주가배수를 높여 시가총액 20조원 규모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NB라텍스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하면서 배터리, 수소 사업 등 미래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했다.


배당성향도 적극적으로 상향하고, 금호피앤비화학 등 계열사 상장도 추진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또 비영업용 자산 매각 대금을 활용해 기존 사업 및 신사업 추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사회 장악이 필수적인 만큼 주주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고배당안, 경영진 교체안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박 최대주주가 내놓은 주주제안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명에 대한 후임 이사 후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최대주주는 주주제안 발송과 관련해 "현재 금호석화가 사상 최대 호실적임도 불구하고 주가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함과 더불어 선친의 뜻을 이어 금호석화의 경영을 보다 투명화, 합리화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당 안건과 이사회 구성 변경 등을 두고 이번 주총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측은 남은 기간 동안 우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화그룹 지분은 박찬구 회장 6.69%, 박준경 부사장 7.17%, 박주형 0.98%를 보유하고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8.53%를 갖고 있으며 누나 박은형씨, 박은경씨, 박은혜씨와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지분까지 합치면 10.08%로 지분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국민연금 7.92%, 소액주주 61.41%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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