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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원전은 그린에너지"…막다른길 몰린 文정부 '탈원전'


입력 2022.01.04 07:01 수정 2022.01.04 08:1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한국, K택소노미 원전 뺐는데…유럽연합 "원전 넣겠다" 방침

난처해진 정부 "원전 포함한 EU 그린 택소노미 면밀히 검토"

신고리 1호기(오른쪽)와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1호기(오른쪽)와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유럽연합(EU)이 녹색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원전을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전을 환경·기후친화적인 '그린에너지'로 규정하겠다는 이야기다. 바로 앞서 우리 정부가 수립한 '한국형 그린 택소노미(K-Taxonomy)'에는 원전이 배제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등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지를 규정한 것으로,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녹색금융의 투자 기준이기도 하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투자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미래 산업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요소가 된다.


3일 로이터(Reuters)·유랙티브(Euractiv) 등 외신은 유럽집행위원회(유럽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기구)가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녹색금융 투자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담은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지난해 12월말 회원국들에 보냈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이 있고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 원전에 대한 투자를 '그린 투자'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신규 원전이 그린 투자로 분류되려면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전력 1㎾h(킬로와트시)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고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체하며 ▲2030년 말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녹색으로 분류된다.


이는 EU가 녹색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과 천연가스가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면 유럽 '녹색 금융'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K-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빠진 것과 대조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가이드라인)'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 기반시설 구축 등 69개 경제활동을 포함했지만, 원전은 포함하지 않았다. LNG의 경우 LNG·혼합가스 기반 에너지 생산과 LNG 기반 수소(블루수소) 생산은 조건부로 넣었다.


환경부는 그동안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주요 근거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EU의 그린 택소노미는 한국의 K-택소노미와 완전히 다른 길이 된 것이다.


환경부는 EU의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보도된 3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원전과 LNG 발전을 친환경으로 포함한 EU의 그린 택소노미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원전은 석유·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 발전으로 꼽히는 만큼 이를 친환경발전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은 세계적 산업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EU 집행위도 이번 성명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미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정확히 '그린'으로 보이지 않는 에너지원이라 할지라도 기후위기 등 특정 상황에서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U가 원전을 녹색 산업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원전을 K-택소노미에서 제외했지만 EU가 원전을 녹색 산업으로 포함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원자력 수출 시 한국만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우리 원자력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이야기다.


EU 집행위의 녹색분류체계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검토를 거쳐 이달 중 확정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EU 회원국이나 EU 의회가 다수결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최종 결론은 아직 예상할 수 없다.


한 원자력계 인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녹색성장이 세계적 추세와 역행하고 있는 점이 자명해졌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배제할 경우 그 근간이 되는 탈원전 정책의 오인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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