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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헬로스테이지] 이토록 유쾌한 연쇄 살인극…‘젠틀맨스가이드’


입력 2021.12.31 10:31 수정 2021.12.31 10:3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22년 2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좀처럼 웃을 일 없는 시대, 한 공연장엔 여기저기 웃음이 삐져나온다. 함성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마스크 사이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는 건 고난도 미션이다. 지난달 13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의 이야기다.


ⓒ쇼노트 ⓒ쇼노트

‘젠틀맨스가이드’는 영국 작가 로이 호니만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1907)과 영화 ’친절한 마음의 화관‘(1949)를 원작으로 한다.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주인공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갑자기 명문가인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4년 토니상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싹쓸이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국내에서도 2018년 초연되며 당시 누적 관람객 수 6만3000명,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 같은 해 이 작품은 아시아컬처어워드 작품상과 남자주연상,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자조연상과 무대예술상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웃음이 낭자한 이 극은 놀랍게도 잔혹한 연쇄 살인극이다. ‘사랑과 살인’이라는 부제처럼 가난과 신분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좌절해 후계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극은 조금도 잔인하거나, 공포스럽지 않다. 영국 귀족 사회의 허상과 상류층의 위선, 파렴치한 인간의 본성을 영리하게 꼬집으면서도 이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관객들의 웃음 지분 90%는 다이스퀴스가 갖고 있다. 정성화는 은행장 아들, 성직자, 시골 대지주, 자선사업가, 보디빌더 등으로 끊임없이 무대에서 죽고, 살기를 반복하면서도 조금도 벅찬 기색 없이 없다. 심지어 수시로 목소리와 제스처, 표정, 발걸음, 자세 등을 노련하게 해내면서 캐릭터마다의 개성까지 완벽하게 살려낸다. 탄탄한 내공으로 빚어낸 애드리브는 공연의 백미다.


ⓒ쇼노트 ⓒ쇼노트

이번 ‘젠틀맨스가이드’는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캐스팅을 자랑한다. 다이스퀴스 역은 정성화를 비롯해 오만석, 이규형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도재학 역의 정문성까지 네 명의 배우가 번갈아 연기한다. 또 몬티 나바로 역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유연석부터 SG워너비 이석훈, ‘놀면뭐하니?’ MSG워너비 멤버인 이상이 그리고 뮤지컬배우 고은성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갖췄다.


작품은 블랙 코미디 장르로, 영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 무대에 올리는 과정도 중요하다. ‘젠틀맨스가이드’는 원작의 위트와 풍자를 한국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 바로 PCR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으면 내일 아침에 출근하도록” “거리두기 풀린지 얼마나 됐다고 모이고 그래” 등 팬데믹 시대의 상황까지 대사에 담아내는 재치까지 겸비한다.


여기에 영상과 음악이 작품을 더 풍성하게 포장한다. 무대 앞쪽에 설치된 LED스크린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배경으로 사용되고, 빠른 무대전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음악은 오페레타 형식을 결합해 작품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2022년 2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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