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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예능이 보여주는 ‘대안가족’ 가능성


입력 2021.12.13 11:01 수정 2021.12.12 17:2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예능을 통해 부자(父子)가 된 이들이 따뜻한 정을 나누는가 하면, 싱글 맘과 싱글 대디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기도 한다. ‘나 혼자’ 사는 것에 지친 시청자들을 위해 예능프로그램들이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BS, JTBC ⓒKBS, JTBC

지난 2010년 서울의 가구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은 1인 가구로 24.4%(85만 4606가구)였다. 4인 가구는 23.1%(80만 7836가구)였다.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4인 가구를 1인 가구가 처음으로 앞지른 해였다.


1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이 흐름을 적극 반영했다. 당시 ‘나 혼자 산다’는 기러기 아빠 김태원과 이성재를 비롯해 서인국, 김광규, 데프콘 등 혼자 사는 남자들의 ‘짠내’ 가득한 일상을 관찰 카메라 안에 담아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거나 침대 위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등 ‘혼족’들의 짠하지만 현실적인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했었다.


지금은 더 이상 ‘나 혼자’ 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나 혼자 산다’의 성공 이후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예능이 제작되며 신선함을 잃기도 했다.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이 시청자들에게 특별함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서 ‘혼족’ 예능도 매력과 힘을 잃었고, 그 자리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담는 가족 예능들이 채우고 있다.


KBS2 예능프로그램 ‘갓파더’는 근현대사를 짊어지고 온 국민 아버지 스타와 여전히 인생의 답을 찾고 있는 국민 아들 스타를 통해 부자(父子) 관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순재와 허재, 김갑수와 장민호, 주현과 문세윤이 아버지와 아들이 돼 다양한 일상을 함께하며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중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허재는 “촬영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아버지에게 해드리지 못한 걸 방송을 통해 다 해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고, 장민호는 자신의 콘서트를 찾아 응원을 해준 김갑수를 향해 “편이 생긴 것 같다. 내 편이 앉아서 나에게 온전히 모든 걸 맡기고 힘을 주고 계시는구나”라며 고마움을 드러내는 등 출연자들은 부자의 정을 나누며 서로의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주고 있다.


이 외에 1~4세대 아이돌과 아역 배우 김강훈 등 12인의 스타들이 각기 다른 형태의 가상 가족이 되는 모습을 담는 ‘우리 식구 됐어요’가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와 엠넷에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연예인들의 체험이 아닌, 실제 사례들로 공감도를 높이기도 한다. JTBC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에서는 김나영과 양희은이 나누는 모녀의 정이 감동을 유발했다. 김나영은 양희은에 대해 “저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선생님이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 힘들 때도 큰 힘이 되어주셨다”고 감사를 표하는가 하면, 양희은 역시 “연예계에서 어른 없이 혼자 버티고 살아남는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난 아이가 없으니까 나영이한테 어른이 필요하면 내가 그 노릇을 해주겠다고 했다”며 싶은 애정을 드러냈다.


박선주는 이 프로그램에서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육아 방식을 선보였다. 그는 환경이 비슷한 지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밝히면서 서로의 부족함이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물론, 외동딸인 딸에게도 자매 같은 친구가 생겨 외로움을 덜고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했었다. 최근 3부작으로 방송된 JTBC 교양프로그램 ‘오늘부터 가족’에서도 공동육아가 주제가 됐었다.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한부모 가족들을 위해 배우 신애라, 정보석, 코미디언 김재우가 가족이 돼주는 모습을 담은 것. 스타 엄마, 아빠가 출연자들과 육아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한부모 가족의 자립을 응원했었다.


삶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율이 점차 감소하면서 가족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예능들이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아우르며 가족의 의미를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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