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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주접’과 ‘중도팔이’


입력 2021.11.28 10:00 수정 2021.11.28 12:30        데스크 (desk@dailian.co.kr)

진중권, 이준석과 함께 진보와 보수 양다리 ‘중도 장사꾼’

주접떠는 이는 정작 81세 노욕 숨기지 않는 본인 아닌가?

김종인 국민의 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개인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종인 국민의 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개인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최후통첩을 했다고 주접을 떨어놨던데......”


81세 원로가 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김종인의 속마음은 무엇이고, 원하는 게 무엇인가? 그는 과연 진심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인가?


그가 내뱉은 ‘주접’이란 말에 위 의문들에 대한 답이 모두 들어 있다. 주접은 조잡의 센말로 ‘욕심을 부리며 추하고 염치없게 하는 행동’을 이른다. 사전적 정의는 이렇지만, 함부로 써 서는 안 되는 속된 말이다. 특히 예를 표해야 하는 상대에게는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는 상스러운 단어다. 주접에 동사 ‘떨다’가 붙는 것에서 이 낱말의 품격을 알 수 있다.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대위 총괄 위원장을 맡느냐 마느냐로 지난 3주간 관심의 초점이 되면서, 윤석열 지지율을 까먹고 있는 김종인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지리하고 짜증을 일으키는 밀고 당기기를 벌이고 있는 것인가? 위 ‘주접’과 함께 아래 인용하는 그의 육성에서 본심이 드러난다.


“만나기는 뭘……. 만나서 뭐 하려고 만나? 일이라는 게 한 번 지나면 되돌릴 수가 없다. 나는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오늘부터 내 일상으로 회귀한다. 나한테 구차하게 선거에 대해 묻지 말라. 나도 내 할 일을 해야지, 내가 그런 것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의무도 없다.”


그는 물론 며칠 전에 이렇게 말해놓고도 이후 수없이 의미를 바꾸고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여전히 밀당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번 털어놓은 그의 속마음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바로 ‘선거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의무도 없다’고 한, 적나라한 고백이다.


그렇다. 김종인은 정권교체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는 일개 책사(策士, 남을 도와 꾀를 내는 사람)다. 게다가 30년 전 뇌물 2억1000만원을 받은 전과자다. 대통령 문재인과 586 운동권 출신 기득권자들이 망쳐놓은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 새롭게 이끌어 가야 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 궁지에 몰려 살아날 길이 없게 된 막다른 처지)의 과제, 사명감이 이 사람에게는 애당초 없었던 것이다.


그럼 왜 윤석열과 당 대표 이준석, 그리고 일부 중진들과 일부 좌우 논객들은 김종인에게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고 모셔오려고 갖은 애를 쓰는가? 그의 ‘중도 팔이’ 장사 솜씨를 과대평가하고 자신들 이익을 위해 그에 편승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1보수야당의 역량과 자신감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방증이다.


우선 윤석열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김종인을 사부(師父)로 모신 빚이 있다. 그 부채 때문에 처음부터 선대위 총괄위원장 후보 0순위로 그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치에 눈을 떠가자 그의 참모습이 어느 정도 보였고, 그래서 견제 또는 보완 인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전신) 비대위원장 김병준과 전 민주당 대표 김한길이 그 인사들이다. 김종인은 이게 못마땅했으나 속내를 숨기고 자꾸 딴소리를 해 윤석열 측의 애를 태웠다. 이준석과 자칭 진보 논객 진중권은 김종인 편을 들며 ‘윤석열이 김종인을 그런 식으로 대접하면 망한다’는 식으로 겁을 주고 훼방을 놓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또 왜 그러는가?


김종인의 중도 확장 상품성을 대단하게 평가하는 이준석과 진중권에게는 자신들의 이미지(인기) 유지 및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수 야당 대표이고, 보수 야당에 유리한 논평을 하는 사람이지만, 자신들은 결코 ‘꼴통 보수’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느라 김종인에게 우호적인 것이다. 그래서 김종인을 내치지 못하도록 윤석열에게 경고를 내린다.


이준석은 “박근혜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한 정의당 전 대통령 후보 이정희를 좋아하고 비리 혐의로 자살한 이 당 대표 노회찬을 존경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젊은이다. 반면 현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는 과거 어느 야당 대표들도 보이지 않은 유순한 태도를 견지한다.


그에게 보수 야당 대표직은 ‘말 잘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이미지를 굳히는 발판인 것도 같다. 실체가 분명치 않은 2030 지지를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 가보로 내려오는 명검)로 삼으면서. 그 역시 김종인처럼 윤석열에 의한 정권교체는 우선순위가 아니지 않나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제1야당 대표가 말이다.


진중권은 조국사태 때부터 시작한 586 정권 비난과 보수 야당 편들기에 더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모습이다. 본전 생각이 나기라도 한 것일까? ‘다음 달 중 지지율이 역전될 것’이라는 그의 조롱, 유희 같은 예언은 이제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하는 ‘간신의 농간’ 수준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


이 사람이야말로 정권교체에는 1도 관심이 없음이 분명하다. 그는 윤석열을 찍지 않고 심상정이나 안철수를 찍을 것임을 공개적 또는 묵시적으로 밝혀왔다. 그저 말장난하고 이쪽저쪽을 한 번씩 찔러보는, 자기 인기와 논객 몸값 올리기에나 신경 쓰는 ‘촌평(寸評) 장사치’로 변신 중이다. 김종인과 같은 류(類)의 중도 진보팔이다.


김종인은 그의 나이와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언사의 기자 질문 대응과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 밀고 당기기를 계속한다. 주접을 떠는 사람은 정작 노욕의 장본인인 자신이 아닌가? 그는 이를 자신의 말로 증명했다. 경제민주화, 기본소득 같은 진보적 의제로 좌파와 우파에 양다리 걸치며 중도층을 포섭하는 것처럼 포장되어온 평가도 실제 득표로 얼마나 연결이 됐는지 검증이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서 머지않아 ‘사기’였음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가 한낱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폄훼(貶毁, 남을 깎아내려 헐뜯음)는 자초한 것이다. 노욕이 아니라면, 이 글 서두에 인용한 용어와 본심이 나오지 말았어야만 한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를 아직은 확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과 대한민국의 팔자가 그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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