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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⑯] 항노화 소재의 재발견…고령화사회 맞춤형 식품들


입력 2021.11.18 07:01 수정 2021.11.17 14:57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존 우수식품 단점 극복

도라지・삼채 등 노화방지 탁월

농가 수익향상 등 순기능 기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평가연구팀이 국내 우수 식품에서 항노화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향후 농가 수익 개선과 관련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기능성평가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연구가 한창이다. ⓒ배군득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평가연구팀이 국내 우수 식품에서 항노화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향후 농가 수익 개선과 관련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기능성평가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연구가 한창이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도라지는 떫은 맛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식품 중 하나지. 흑미는 몸에 좋다는걸 알지만 실용화가 더뎌서 수익이 제자리야. 농가에서는 미운오리인셈이지. 하지만 좋은 식품임에도 빛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성 소재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롭게 주목 받기 시작했어. 확실한 차별화로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은 도라지, 배암차즈기, 삼채, 흑미의 재발견. 앞으로 백조로 비상할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6.5%인 고령 인구가 2060년에는 43.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기능성 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치매, 관절염 및 스트레스는 국민 질환으로 정착된 지 오래다. 관련 건강식품과 치료제도 방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치료제는 다양한 합병증이 보고되고 있다. 완전한 치료가 어렵다는 의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수입 원료에 의존하는 추세다. 국산 소재 발굴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우수 식품자원을 활용한 노화방지 식품을 발굴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성현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평가연구실장은 “안전하고 지속적 섭취가 가능한 식품을 통해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우리 연구팀은 오랫동안 먹어오면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안전 농산물을 선택해 항노화 효과가 우수하고 복합기능성을 갖고 있는 소재 중심으로 연구했다”고 말했다.


면역력에 효과가 좋은 도라지. 먹기 편하게 스틱이나 여러가지 가공식품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배군득 기자 면역력에 효과가 좋은 도라지. 먹기 편하게 스틱이나 여러가지 가공식품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배군득 기자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기능성 농산물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평가연구팀(이하 연구팀)이 연구한 우리 농산물은 도라지, 배암차즈기(곰보배추), 삼채, 흑미 등 4종이다. 모두 항노화 성분을 접목해 고령자에게 맞춤형 식품으로 재탄생됐다.


도라지는 떪은맛과 제한적인 정보로 인해 선호도가 떨어지는 농산물 중 하나다. 하지만 도라지는 고령자들에게 필요한 면역기능이 다수 함유돼 있다. 연구팀은 이런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도라지 성분을 추출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도라지 효능은 사포닌, 이눌린 등을 함유하며 가래, 기침, 폐질환에 탁월하다. 본초강목에서는 감기에 의한 기침, 인후통, 가슴이 그득하고 옆구리가 아픈 증세에 약효과 있다고 나온다. 최근에는 면역 기능 조절이 우수하고 항산화, 항염, 항비만, 혈당과 혈중 중성지방 감소 및 탈모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식품 소재 개발 등 연구가 한창이다.


흑미는 이미 건강식으로 어느 정도 시장에서 정착했지만 실용화가 더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농산물이다. 연구팀에서는 고령자를 타깃으로 신기술과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흑미의 경우 유색미 일종으로 겉은 검은색이면서 속은 흰색이다. 미국 의학・영양 분야 전문가들이 선정한 20대 건강식품 중 하나다. 땅 위의 진주라고 불릴 정도로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흑미는 통통하고 낱알이 반질반질하며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고대 중국에서는 장수미, 보건미, 보혈미, 접골미 또는 약미 등으로 불렸다.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시장을 보하고 위를 튼튼하게 해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한다는 문헌이 있다.


효능보다 저평가된 흑미. 고령자 입맛을 사로잡을 슈퍼푸드로 성장이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효능보다 저평가된 흑미. 고령자 입맛을 사로잡을 슈퍼푸드로 성장이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삼채는 국내에 정착한 지 벌써 10년이 돼가는 건강식품이다. 단만, 쓴맛, 매운맛이 난나고 해 삼채(三菜), 인삼맛이 나면서 어린 인삼을 닮았다고 삼채(蔘菜)로도 불린다. 뿌리부추로도 유명하다.


삼채는 미얀마, 인도 등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국내에 도입되면서 순창을 포함한 전라도 뿐만 아니라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와 제주도 등 국내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미 삼채 매니아층도 형성이 돼 ‘삼채 예찬론자’ 혹은 ‘삼채홀리’도 생겨날 정도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4년부터 삼채의 다양한 기능성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제품화를 추진해 왔다.


이밖에 배암차즈기는 골관절염과 스트레스에 탁월하다. 주로 농축액으로 가공해 섭취한다. 연구진은 이들 4종을 대상으로 복합기능성을 연구해 항노화 성분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이 실장은 “4종의 기능성 소재 발굴로 자원 가치 상승과 신산업 창출 등 순기능 역할이 기대된다”며 “향후 수입 기능성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6차 산업화로 지역 및 국가 경쟁력 향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쥐에게 삼채를 먹였더니…공간능력 51% 개선


삼채가 치매에 효과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구명한 사례는 없다. 연구팀은 최근 삼채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삼채 농가로서는 수익 확대까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번 연구는 인지능이 저하된 실험용 쥐에 삼채의 잎과 뿌리를 먹여 기억력 회복과 치매 관련 지표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인지능이 저하된 실험용 쥐는 정상 쥐보다 공간지각 능력과 공간학습 능력이 60%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나 삼채를 먹인 쥐는 먹지 않은 쥐보다 공간지각 능력과 공간학습 능력이 51% 이상 개선됐다.


인지능이 저하된 쥐에서 혈액, 간의 염증 관련 사이토카인(IL-1 β, IL-6)과 물질(iNOS, COX-2, NF-κB)이 50% 이상 증가했지만 삼채를 먹인 쥐에게서는 먹지 않은 쥐들보다 이들 지표가 22% 이상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혈액과 뇌 조직의 인지능 관련 인자 분석에서도 인지능이 저하된 쥐에게서는 아세틸콜린과 합성 효소 활성이 줄었는데 삼채를 섭취한 쥐에게서는 이러한 지표들이 38% 이상 회복됐다. 또 뿌리를 먹였을 때 삼채 잎보다 효과가 11% 이상 우수했다.


연구팀에서 항원과 항체 결합을 원활히 해주는 항체 교반작업을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연구팀에서 항원과 항체 결합을 원활히 해주는 항체 교반작업을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퇴행성 뇌 질환이 있는 실험용 쥐에서도 행동유형 관련 인자들을 개선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퇴행성 뇌 질환 쥐에서는 공간지각, 단기기억, 공간학습, 명시적 기억 능력이 일반 쥐보다 65%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삼채를 먹인 쥐는 먹지 않은 쥐보다 공간지각, 단기기억, 공간학습 능력은 54% 이상, 명시적기억 능력은 20% 이상 개선됐다.


특히 삼채는 인지능 저하와 치매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 β, Amyloid beta), 카스파아제 3 (Cas-3),뉴런 핵(NeuN)과 콜린 아세틸트랜스퍼라제(ChAT)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채 인지능 개선과 퇴행성 뇌 질환 개선 효과는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농진청은 국내 농산업체와 협력해 인체 적용시험을 진행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 등 실용화할 계획이다.


김영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장은 “이번 연구로 삼채가 기억력 회복, 치매 관련 지표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노인 친화형 식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재료도 놓치지 않는다”…뚝심 있는 연구 성과들


기능성평가연구팀은 평범한 재료에서 기능성을 찾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꾸준함에서 비롯됐다. 외부에서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하는 것에 대해 편협하다는 시선을 보낼때도 묵묵히 연구에 몰두했다.


복합기능성 예측 소재는 국내외 연구진과 협업하고 융복합기술을 통해 과학적으로 구명해 네트워크 차원에서 기능성을 해석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여러 해가 지나야 나올 질환별 기능성 소재 발굴이 예상보다 짧은 시간에 차근차근히 이뤄졌다.


연구팀은 기능성 효과를 구명하기 위해 뚝심 있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실 내부에는 실험 후 안전조치와 각종 숙지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배군득 기자 연구팀은 기능성 효과를 구명하기 위해 뚝심 있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실 내부에는 실험 후 안전조치와 각종 숙지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배군득 기자

연구팀 성과는 다양하다. 국산 도라지 면역기능 증진 효과를 밝히고 가공 및 추출방법 개선을 통해 기능성분 함량을 증진시켰다. 자연살해 세포 활성과 면역 관련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삼채는 그동안 혈당과 체지방 감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 과정에서 유익한 장내 미생물의 조성 변화를 통해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인지능 개선과 치매 예방 효과도 우수한 것을 구명했다. 골관절염 예방에는 배암차즈기와 홍도라지가 높이 평가됐다.


생화학 및 조직검사 결과 골관절염 지수를 낮추고 연골 두께의 감소 억제를 통해 관절건강에 기여할뿐 아니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개선해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흑미는 항산화 및 치매 관련 물질 생성억제를 통해 인지능을 향상 시키고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장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밝혀낸 일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연구성과의 조기 도출과 확산을 위해 좋은 소재를 과감히 공개하고 범부처 이어달리기를 통해 소재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기능성식품 연구를 리드하는 전문가로 구성돼 국내외 학계, 농업, 산업, 소비자 지원과 인력양성 등 유기적 협조 시스템 운영으로 국가기관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며 “1차 원료 생산만 하던 농촌이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치유식품화해 6차 산업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지역경제 향상, 청년과 어르신들 농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1월 25일 [新농사직썰⑰]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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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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