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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⑭] 건강・매출・맛 사로잡은 ‘한국형 자연치즈’


입력 2021.10.28 07:01 수정 2021.10.27 10:07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목장치즈 부가가치 업그레이드

비싼 수입산과 차별화 성공

농진청, 생태계 조성에 앞장


국내 목장에서 생산한 자연치즈는 염도를 줄이고 숙성기간이 짧아 국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배군득 기자 국내 목장에서 생산한 자연치즈는 염도를 줄이고 숙성기간이 짧아 국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치즈는 우유나 산양유 등을 응고시켜 만든 식품이야. 역사도 꽤 오래됐지. TV만화 ‘톰과제리’에서 생쥐 제리가 매번 훔치려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치즈야. 제리가 노리는 치즈는 자연치즈라고 불러. 덩어리가 크고 쿰쿰한 냄새가 매력적이지. 마치 우리나라 된장과 청국장처럼 말이야. 이 자연치즈는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인기가 많아. 우리나라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치즈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어. 최근에는 한국형 자연치즈가 개발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어. 한국 입맛에 맞는 자연치즈를 생각하니 또 먹고 싶어지네.”


구멍 송송 뚫린 자연치즈는 냄새부터 풍미를 자극한다.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연치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 수입산 가격이 제법 비싸고 치즈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연치즈를 찾는 소비자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연치즈 선호도가 크다. 특히 초・중・고 자녀를 둔 가구에서 42.5%로 가장 반응이 뜨겁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 여성이 즐겨 찾는다. 이는 자녀를 둔 가구와 맥락이 같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는 목장에서 생산한 치즈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아직까지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자연치즈로 수입산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역특산물 등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유보다 치즈…목장의 과감한 변신


목장에서 우유를 생산하고 이 우유로 곧바로 손수 치즈를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목장을 운영하면서 유제품을 만드는 유가공 낙농인이다. 유가공업 허가를 받은 영업소 기준 전국 유가공 낙농가는 117개소나 된다.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로 발효유나 치즈를 만드는 유가공 낙농가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지역 특색이 녹아있다.


같은 종류의 치즈라 할지라도 생산되는 목장에 따라 맛이나 특성이 조금씩 달라 다채롭다. 이는 기존 제조법을 생산자 의도나 주 소비층 수요에 맞게 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산자는 저마다 장인 정신을 가지고 치즈 생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유자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농업연구사는 “일부 목장에서는 치즈에 지역 특산물을 첨가하기도 하고 새로운 치즈를 개발해 선보이기도 한다”며 “유가공업 허가를 받은 낙농가는 HACCP 인증을 필수적으로 받는데다, 주기적인 품질 검사를 받기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노르망디지방에서 만든 흰곰팡이치즈. 국내 목장에서도 생산 중이다. ⓒ배군득 기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노르망디지방에서 만든 흰곰팡이치즈. 국내 목장에서도 생산 중이다. ⓒ배군득 기자

일부 낙농가에서는 유제품 생산 외에 부가적으로 치즈나 피자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카페형 매장을 활용해 목장 우유를 활용한 음료, 아이스크림과 치즈 등을 판매한다. 이러한 목장을 자녀와 함께 방문한다면 마트나 인터넷에서 단순히 치즈를 구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값진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장의 과감한 변신은 우유보다 마진이 높고 자연치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진 배경이다. 그동안 자연치즈는 강한 냄새와 맛으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했다. 이런 틈새를 파고 들어 국내 목장에서는 숙성 기간은 낮춰 자연치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수입산의 경우 1년 이상 숙성된 치즈를 판매하는 반면 국내 목장 자연치즈는 3~6개월 숙성으로 기간이 짧다. 쿰쿰한 냄새를 줄여 다양한 계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형 자연치즈’가 탄생한 것이다.


유 연구사는 “고다치즈, 체다치즈, 까망베르치즈 등 대다수 치즈들은 그 치즈가 유래된 지역 명에서 비롯됐다”며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국내산 치즈 소비 확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신선・숙성・가공…입맛과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


치즈는 숙성기간, 첨가물, 가공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슬라이스치즈’는 가공치즈다. 주 원료는 자연치즈인데 다른 식품첨가물이 포함돼 있다. 모조치즈는 90℃ 정도 뜨거운 물에 식물성 지방을 넣고 유화안정제를 넣어 유화시킨 후 식물성단백질이나 우유단백질을 넣어 교반하면 치즈형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자연치즈는 신선치즈와 숙성치즈로 나눈다. 신선치즈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에 유산균, 단백질 응유(curdled milk)효소, 유기산 등을 첨가해 응고시킨 후 유청을 제거해 제조한 치즈 중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치즈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고다치즈. 한국형 자연치즈에서는 조선간장으로 염지를 해 짠맛을 줄였다. ⓒ배군득 기자 치즈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고다치즈. 한국형 자연치즈에서는 조선간장으로 염지를 해 짠맛을 줄였다. ⓒ배군득 기자

숙성치즈는 신선치즈 과정에서 숙성을 거친다. 송아지 위 속에 존재하는 효소인 렌넷과 박테리아, 효모나 곰팡이에 의해 단백질과 지방 분해가 일어나 치즈 고유 냄새가 있다. 숙성 기간에 따라 내부 조직이나 맛과 풍미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치즈는 2011년 영국 레스터셔의 한 유제품 업체에서 만든 ‘스틸턴 치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제조한 이 치즈는 세계 3대 블루치즈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치즈의 왕’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100g 당 60파운드(한화 약 10만원), 1kg당 608파운드(약 100만원)의 고가로 거래돼 화제가 됐다.


치즈 속에 금가루가 촘촘히 박혀 있어 일반 스틸턴 치즈보다 67배나 비싼 가격이 매겨졌다. 이를 구입하기 위해 유명 인사들의 많은 문의가 쏟아졌다.


치즈의 영양적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에 따르면 9세 이상 한국인은 하루 800~1000mg의 칼슘 섭취가 권장된다. 치즈는 보통 100g 당 800mg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 칼슘을 섭취하게 되면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치즈 속에 들어있는 칼슘과 인은 침 속에 녹아들어 치아의 재미네랄화를 돕게 된다. 결과적으로 충치 예방에 탁월하다는 의미다. 어린이들에게 치즈를 권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면역작용이다. 면역조절 기능을 하는 치즈의 생리활성 펩타이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거나 세균 활성을 억제시키면서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게 된다.


비피더스가 첨가된 치즈를 급여하면 피곤함으로 인해 손상된 면역체계가 회복된다는 동물실험 연구결과도 있다. 이밖에 통증조절과 항균효과에서도 치즈의 기능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고추치즈 등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치즈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국내산 자연치즈를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고추치즈 등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치즈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국내산 자연치즈를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농진청, 국내 자연치즈 연착륙을 위한 과감한 지원


농진청에서는 국내 목장 치즈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부가 유제품 제조 기술은 국내 낙농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 및 소비자 맞춤형 목장형 유제품 판로 개척의 핵심이다.


이 기술로 인해 소비자 맞춤형 고품질 자연치즈 47종(신선치즈 19종, 숙성치즈 28종) 제조기술을 확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유가공 낙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했다.


모짜렐라 치즈는 지방함량을 낮출 경우 단단한 조직감으로 인해 기호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저지방 모짜렐라 치즈 제조 공정 중 가온 과정에서 처리 온도를 43℃에서 37℃로 낮춰 제조하는 방법을 확립했다. 이로 인해 커드가 보유하고 있는 수분 함량을 높여 보다 부드러운 조직의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 수 있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다양한 재료를 첨가한 숙성치즈를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개발 중인 숙성치즈들이 저장고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배군득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다양한 재료를 첨가한 숙성치즈를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개발 중인 숙성치즈들이 저장고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배군득 기자

또 국내 소비자에게 ‘짜다’는 인식이 강한 숙성치즈 염분을 낮춰주기 위해 고다치즈 제조 시 일반 소금물 대신 조선간장에 담그는 방법으로 염지를 처리, 염지 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시키면서도 염분은 24% 낮추고 기호도는 13% 증진시킬 수 있는 제조기술을 낙농가에 보급했다.


한편 유가공 낙농가에서 안전한 유제품을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목장형 유가공장 내에서 생산 공정 중 발생 가능한 위해요인들을 분석한 ‘목장형 유가공 안전관리 알리미’ 책자도 만들었다. 구체적인 저감 기술로는 유가공장 원유 수송관 내부 세척 시50ppm 차아염소산나트륨용액과 1% 구연산 용액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 연구사는 “이 기술은 경제적이면서도잔류 염소량 및 계면활성제 검출 수준이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함을 검증한 사례”라며 “유가공 현장에 자외선과 초음파를 적용해 그 효율성을 평가하고, 별도 분석시설이없는 소규모 유가공 낙농가에서 건조필름배지를 활용해 생산된 유제품에 대해 주요 오염지표 세균인 대장균군을 자가 검사할 수 있는 방법도 보급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까지 14회가 진행 중인 ‘목장형 자연치즈 콘테스트’도 자연치즈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목장형 유가공에 관심을 가진 선진 낙농가를 중심으로 ‘한국목장형유가공연구회’를 창립했는데 현재 50농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을 대상으로 매월 모짜렐라, 고다, 에멘탈 치즈 등 자연치즈 제조기술 정기교육과 상·하반기 워크숍을 운영 중이다. 특히 목장형 자연치즈 제조기술 워크숍에는 선진 낙농인이나 해외 치즈 장인을 초청해 심도 깊은 실습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치즈 장인을 초청해 모짜렐라, 마스카포네, 아시아고 치즈 등 이탈리아 전통 자연치즈 제조 기술을 접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2016년에는 부처 간 협업으로 그동안 규제로 적용됐던 목장형 유가공품 자가품질검사 주기를 ‘품목별 매월 1회’에서 ‘유형별 2개월에 1회’로 완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유 연구사는 “국내 목장 생산 자연치즈가 보다 더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기존 생산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수요와 사용 목적을 반영한 숙성 치즈나 크림 치즈, 버터 등으로 영역을 넓혀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농촌진흥청을 포함한 유관기관과 유가공 낙농인이 힘을 모아 국내 목장 생산 자연치즈 산업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 명인 치즈, △△지역 명물 치즈 등 개별 생산자나 소재지, 목장 이름을 딴 새로운 치즈가 생산되고 또 이에 따른 두터운 마니아 층이 형성되리라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11월 11일 [新농사직썰⑮]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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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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