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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다영 스치듯 안녕…마지막 남긴 한 마디


입력 2021.10.17 12:53 수정 2021.10.17 12:5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수많은 취재진 몰려든 가운데 공식 인터뷰 없이 출국

충분했던 사과의 기회 놓치며 국내 복귀 명분도 사라져

이재영·다영 출국. ⓒ 뉴시스 이재영·다영 출국. ⓒ 뉴시스

말 그대로 007 작전을 방불케 한 이재영, 이다영(이상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 쌍둥이 자매의 출국장 풍경이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통해 그리스로 출국했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열띤 취재 열기로 출국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한 마디만 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그동안의 논란에 대한 것인지, 학폭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인지, 취재진 물음에 답할 수 없다는 의미인지는 불분명했다.


어찌됐든 쌍둥이 자매는 지난 8개월간 배구계는 물론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뒤 자신들의 꿈을 좇기 위해 떠났다.


이재영, 다영 자매의 그리스 리그 진출을 비난하고 반대할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합법적 절차를 밟았고 자신들의 인생 모두를 쏟아 부은 배구를 놓칠 수 없어 선수 생명 연장의 길을 택했다.


다만 출국하는 날까지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2월 학폭 논란이 불거졌고 쌍둥이 자매는 전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의 권유에 따라 자필 사과문을 SNS에 올렸다. 그러나 게시글은 곧바로 삭제됐고 이후 법정 공방 등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피해자 및 팬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이재영·다영 출국. ⓒ 뉴시스 이재영·다영 출국. ⓒ 뉴시스

쌍둥이 자매는 출국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지난 몇 개월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고 앞으로 많은 교훈이 될 것 같다”며 “잘못된 행동에는 당연히 책임을 지고 평생 사죄해야겠지만 하지 않은 일까지 마치 모두 가해 사실로 알려져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앞만 보고 배구만 하면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볼 시간이 없었다”라며 “피해자들을 만난다면 미안하고 잘못했다 말하고 싶다. 한 번이라도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쌍둥이 자매에게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과 또는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V리그 선수 등록 마감 직전인 6월 말 방송사 인터뷰가 전부였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에는 예상대로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고 자신들을 응원하던 팬은 물론 비난 일색의 여론을 향해 입장을 밝힐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죄송하다”는 목적어 없는 말만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마지막 반성의 기회마저 등 돌린 이들이 V리그 및 한국 배구계에 돌아올 명분과 담 쌓은 채 말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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