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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거생활 ①] 우리가 동거하는 이유


입력 2021.09.25 00:58 수정 2021.09.24 16:55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동거로 얻을 수 있는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이 최대 장점…출산·명절 부담도 없어"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등 주거지원 대상 불포함…비혼동거 가족 인정하거나 법적 지원돼야"

동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동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결혼 대신 함께 사는 동거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렇게 비혼동거는 결혼이 주는 각종 부담감에서 해방되면서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거지원 제도 이용 등이 어렵고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단점도 있어 제도적 보완이 요청된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만 19~69세 국민 가운데 동거 중이거나 동거 경험이 있는 3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혼동거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동거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동거인과의 관계에 '만족'하는 비율은 63.0%로 같은해 가족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배우자 관계 만족도(57.0%)보다 6%포인트나 높았다.


응답자들은 동거의 긍정적인 면으로 88.4%가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들었다. 6년째 연애 중인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한 김모(29)씨는 "취업하고 몸과 마음이 더욱 힘들어지다 보니 퇴근 후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졌다"며 "결혼이 주는 부담은 없고 안정감은 느낄 수 있는 동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결혼 생각까지는 없지만 같이 살다 보면 내 남자친구의 사소한 습관이나 생활방식까지 파악하게 돼 결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며 "청소도 같이 하고 밥도 함께 먹다 보니 즐겁고 집안 일은 줄어 아직은 동거 생활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5년째 연애 중이자 2년째 동거 중인 정모(27)씨는 "주변에 요즘 들어 동거하는 친구 커플이 많은 편"이라며 "결혼 후 갖게 되는 부담과 책임감은 덜하면서도, 결혼의 긍정적인 면은 취할 수 있는 것이 비혼동거의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정씨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아이는 언제 가질 것인가?' 하는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던데 비혼동거를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며 "특히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 이번 추석에도 친구들과 만나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온전한 나만의 연휴를 즐겼다"고 답했다.


동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동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동거로 인한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절반인 50.5%는 '주택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동거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선'(50.0%),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험'(49.2%)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여자친구와 2년째 동거 중인 직장인 이모(32)씨는 "45만원짜리 월세 투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둘 다 직장인이라 크게 부담은 안 되고 육아 계획도 당장은 없다"며 "서로 직장도 가까워 퇴근길에는 같이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에서 식사하는 등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해서 좋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식 부부로는 인정받지 못해서 동거생활을 계속 이어가려면 앞으로 고민이 깊을 것 같다"며 "언제까지 월세살이할 수도 없는데 우리는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등 웬만한 지원 대상에 포함이 안 돼 전세방 하나 구하려고 해도 기혼자들보다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1년째 동거 중인 박모(34)씨는 "여자친구가 크게 아프거나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만 법적으로는 자격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 올까봐 항상 걱정되기도 한다"며 "비혼동거도 가족으로 인정하거나 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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