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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금기 건드린 ‘심야괴담회’, 우후죽순 범죄 프로그램 향한 우려


입력 2021.09.20 14:01 수정 2021.09.18 22:0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꼬꼬무’· ‘당혹사’ 시리즈, 범죄 프로그램 인기

‘심야괴담회’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으로 우려

강력 범죄, 각종 사건·사고들이 예능의 영역에 들어왔다. 진지한 대화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돋보이지만, 얕은 접근으로 논란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SBS ⓒSBS

지난해 9월 장도연, 장항준, 장성규 일명 ‘장트리오’가 스스로 공부한 이야기를 친구, 지인에게 전달하는 내용을 담은 SBS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새로운 유형의 예능프로그램으로 이목을 끌었었다.


정남규 연쇄살인사건과 이태원 살인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12.12 군사반란 등 강력 범죄부터 역사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 진지한 이야기로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시즌2로 시청자들을 만났으며 시청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정규 편성까지 확정, 방송을 앞두고 있다.


‘꼬꼬무’의 흥행 이후 다수의 범죄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tvN ‘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시청자들을 만났다. 전문가를 통해 깊이를 더한 것이 ‘꼬꼬무’ 시리즈와의 차별점이었다.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 속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알쓸신잡’의 범죄 심화 편이었던 이 방송에는 범죄심리학자 박지선과 법학박사 정재민, 과학박사 김상욱, 영화감독 장항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했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들을 아우르며 사건을 한층 폭넓게 다룬 것이 장점이었다.


이후 KBS1에서는 범죄심리학자 표창원과 이수정을 내세운 ‘표리부동’을 통해 좀 더 진지하게 접근 중이다. 인천모자살인사건과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등 각종 강력 범죄들을 표창원, 이수정의 시선으로 분석하며 전문성을 높였다.


비전문가 또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복잡한 사건을 쉽게 풀어내면서, 게스트들의 리액션으로 몰입도를 높인 것이 범죄 예능의 장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가스라이팅과 아동학대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제대로 파헤치며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다만 범죄 프로그램, 특히 이를 예능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올 경우에는 흥미를 위해 주제를 가볍게 다루다 심각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공존한다. 특히 각종 변주된 범죄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더욱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당신이 혹하는 사이2’(이하 ‘당혹사2’)는 음모론을 다루고 있다. 가수 윤종신과 유빈, 영화감독 변영주, 방송인 송은이, 배우 봉태규, 주우재 등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들의 각종 가능성들을 짚어본다.


영향력 있는 방송이 음모론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사건 이모저모를 제대로 파헤친다. 음모론의 실체와 배후, 또 이후 음모론이 어떻게 확산했는지를 제대로 분석하며 사건의 본질을 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얕은 접근으로 흥미만 추구하다 범죄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괴담 소개로 시작한 MBC ‘심야괴담회’가 실제 사건, 사고들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심야괴담회’는 연쇄살인마 유영철의 이웃과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김선자의 이야기나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참사 등 실제 사건, 사고들을 은근슬쩍 포함시키며 프로그램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문제는 사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내는 여느 범죄 프로그램과 달리, 괴담이라는 흥미 측면에서 이를 다루며 피해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최근 씨랜드 화재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무당이 피해자를 원혼, 귀신인 것처럼 표현해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이후 MBC 측은 “사회적 참사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잊혀져 가는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았다”며 “이후 제작진이 유가족 대표 분과 직접 통화를 했다. 방송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제작진의 의도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다. 납득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진정성 없는 접근이 어떤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가 됐다.


사건, 사고들이 주는 흥미는 물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를 기억하게 하고 논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순기능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우후죽순 쏟아지는 범죄 프로그램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변주를 통한 확장도 중요하지만, 진지한 접근에 대한 책임감이 먼저 고려돼야 할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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