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민주당 인사들의 死者 독점권 주장


입력 2021.08.02 09:01 수정 2021.08.09 07:23        데스크 (desk@dailian.co.kr)

“당신들의 과거를 또렷이 기억한다”

“우리만의 노 대통령”이라고 하든가

이들의 죽음에 관한 생각은 어떤가

ⓒ뉴시스 ⓒ뉴시스

작년 제21대 총선에서 국회의석을 싹쓸이 하다시피(300석 가운데 180석)한 정당이 대선을 앞두고 초조감에 사로잡힌 걸까. 부자 몸조심 정도가 아니라 정권 상실의 악몽에 시달리는 빛이 역력하다. 당내 경선도 그렇고 야당에 대해서도 아주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언어를 예사로 구사한다. 이런 각박한 심성의 소유자들이 국가 경영 집단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차기 정권도 차지하겠다고 맹렬한 욕심을 과시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그들의 언어를 일일이 곱씹을 필요는 없겠다. 사전 엮을 일도 없고…. 그렇더라도 이들의 ‘사자(死者) 독점의식’은 너무 황당하다. 어디 욕심낼 게 없어서 세상을 옮겨간 사람들까지 ‘내 편’이라고 끌어안고 ‘노터치!’를 외치는 것인지 어이없고 한심하다. 고인에겐 ‘편’이 없는 것 아닌가?


“당신들의 과거를 또렷이 기억한다”


민주당의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힘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욕보이지 마십시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아마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8일 기자들에게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시도에 대해 “노무현 정신과 어긋난다”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었던 것 같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언론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펼친 데 반해 “노무현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하는 방법은 언론 취재 자유도를 낮추고 경직된 언론환경 구축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총알처럼 튀어나와 역공을 편 정청래 의원이야 원래 그렇겠거니 해서 치지도외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정 전 총리까지 격렬한 표현으로 멱살잡이라도 할 듯이 나서는 모양은 황당하다. 경쟁 정당의 사람들은 덕담으로라도 노 전 대통령을 입에 담지 말라는 뜻인 것 같은데 이야말로 주제넘은 간섭이다. 돌아가신 분한테서 명칭 및 어록 사용 허가권을 일임받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정 전 총리의 글은 비장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막말로 조롱했던 당신들의 과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정계에 들어선 것은 2011년 12월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중에서도 대부분은 초재선이다. 그들의 무엇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것인가.


“정치검찰과 국정원, 수구 언론까지 총동원하여서 한 인간을 난도질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당신들은 지금까지 단 한마디 반성도 진실한 사죄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정치검찰, 국정원, 수구 언론이라는 집단이나 조직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그 설명부터 해 줄 일이다. 정 전 총리와 같은 편에 있는 정치인들 가운데도 노 전 대통령을 임기 중 혹은 퇴임 후에 심리적으로 핍박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도 그가 말하는 ‘당신들’에 속하는 거 아닌가?


“우리만의 노 대통령”이라고 하든가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그 이름을 거론합니까?”


고인의 이름은 입에 올리지도 말라는 것이다. 고인 성명의 독점 사용권 주장인 셈인데 아이들도 이런 식으로 우쭐대지는 않는다.


“경고합니다. 당신들의 입길에 더 이상 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올리지 마십시오. 고인에 대한 명예살인, 당장 멈추십시오.”


정 전 총리야말로 수많은 사람에 대한 인격 살해를 하고 있다. 왜 그 모든 사람이 죄인으로 매도되고 정 전 총리로부터 책임추궁과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일방적으로 매도했으니 당연히 설명 혹은 해명의 의무를 회피해선 안 된다. 이런 성격과 인식으로 대통령이 되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도 밝혀주길 바란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어떤가? 당시의 민주당 사람들과 특검·검찰, 거기에다 거의 모든 언론이 얼마나 그의 인격을 짓이겨 놨는지는 국민 대다수의 뇌리에 여전히 생생하다. 정치적 책임과 형사적 범법 여부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모욕과 언어폭력이 총동원됐었다. 그가 자살이라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고, 특검의 수사와 재판을 곧이곧대로 받은 게 죄라고 여기는가?


노 전 대통령은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아니다. 그의 자살에 대해서조차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정권 측 사람들은 한사코 당시의 정권과 검찰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편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는 ‘공동의 적 만들기’보다 효과적인 게 없다. 그에 대한 탄핵소추의 주도 세력에 속했고, 퇴임 후 처신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여당 내 사람들의 경우는, 타살설을 극구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을 부채 의식·죄의식으로부터 구해내고자 했을 법하다.


이유·배경 여하간에 대통령까지 지낸 정치리더가 검찰 수사 도중에 그런 선택을 한 데 대해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절대 적지 않다. 진실을 밝힐 기회를 영구히 봉쇄해버렸기 때문이다. 직전 대통령의 수사 중 자살이 국가 이미지의 심대한 실추를 초래했음을 부인할 수도 없다. 유독 그의 죽음만이 성자의 선택이 되어야 할 이유도 불분명하다.


이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기억되기로 검찰 수사 중 자살을 택했던 중요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에 유난히 많았다. 안상영 부산시장,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당시 직책) 등이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다. 특히 남 사장은, 노 당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직접 부패인사로 지목한 것에 충격을 받아 한강에 투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노회찬 정의당 소속 의원(당시), 조진래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변창훈 검사 등이 검찰의 수사 또는 조사를 받던 중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이들의 죽음은 정권 측 유력인사의 기억에서 추방되어 버린 인상이다. 그렇게 차별을 두려면 어떤 자살은 거룩하고 어떤 경우는 하찮은 것인지부터 구분해줘야 한다. 그러고 난 다음에 노 전 대통령을 신성시해도 늦지 않다. 자신들이 부지불식간에 ‘자살의 미학’을 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혀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일은 또 어떨까? 역시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이 지난달 19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다음 묘비를 손수건으로 닦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 이틀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묘역을 참배하고 닦았던 묘비였다.


김 의원은 그 전날 “윤석열은 신성한 묘비에서 더러운 손을 치우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었다. 그리고 이날 참배한 자리에서는 “윤 전 총장이 더럽힌 비석을 닦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손수건으로 닦았다”고 말했다. 이성·지성이 시킨 언행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직 계산만 앞섰던 게 아닌가. 선동술에서 누가 이들을 감당하랴.


하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을 만든 정권이다. 역사에 대한 인식과 평가조차 법으로 규제하는 정권이 그 집권 기간을 늘릴 경우 어떤 해괴한 체제하에서 살아가게 될지, 아연(啞然)하여서 할 말조차 잊고 만다.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1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낙화유수 2021.08.02  10:41
    웃기는 짬뽕. 뭐가 그리 대단한 죽음이라고. 도리어 너희가 노무현을 욕되게 하고 있다.
    0
    0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