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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이 곧 문재인 정권 수준이다


입력 2021.07.27 07:30 수정 2021.07.27 08:25        데스크 (desk@dailian.co.kr)

국민소통수석이 각하 아부수석 역할 간신배들의 청와대

자유당 정부 연상케 하는 文 정부 인사들의 아첨 릴레이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제공

필자가 1960~70년대 초중고를 다닐 때 학교에서 아부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대통령 이승만의 ‘방귀 사건’이다.


1956년 7월 광나루에서 이승만이 낚시를 하던 중 ‘뿡’하고 방귀를 뀌었는데, 이 난감한 상황에서 수행 중이던 내무장관 이익흥이 순간적인 기지(機智)를 발휘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다. 이익흥은 일제 고등계 형사였다가 아부로 자유당 정부에서 내무부 치안국장(현 경찰청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장관이 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신 정권에서는 문교부(현 교육부) 장관 유기춘의 아부가 전설로 내려온다. 1975년 2월 대통령 연두순시 때 그가 박정희에게 “존경하옵는 대통령 각하께 소생 둔마(鈍馬)는 삼가 견마지로를 다하겠으니 채찍질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보고에 앞서 미리 아부의 한 자락을 깐 것이다. 자신을 둔한 말로 비하한 획기적인 아첨 조어(造語)였다.


전남대 총장을 하다 발탁된 유기춘은 당시 용어로 지역 안배 케이스였다. 영남, 육사, 서울대 출신 등이 석권하던 정부 요직에 겨우 구색 갖춰 들어간 호남 사람이었는데, 필자와 같은 호남인들 얼굴에 먹칠한 그의 둔마가편(鈍馬加鞭) 발언은 정말 ‘엽기적’이었던 것으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2년 3개월간 장관 자리를 지켰다.


이런 부끄러운 일화들 영향이었는지 그 뒤로는 이렇다 할 ‘아부 전설’이 이어지진 않았다. 전두환부터 문민정부들까지 그보다 더한 아첨꾼들도 있었을 터이지만, 적어도 언론 매체에 보도될 만큼 노골적이고, 속된 말로 홀딱 벗는 짓거리는 안 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자기 이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에 기억나는 주요 아부 사건들을 되짚어 보니, 작년 9월 당시 법무부 장관 추미애의 아들 황제 휴가 사건으로 시끄러울 때 나온 집권 민주당 원내 대변인 박성준의 발언이 생각난다.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란 안중근 의사의 말을 그가 추미애 아들을 위해 갖다 붙인 것이다.


“명확한 사실관계는 추 장관 아들이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복무 중 병가를 내고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이다. 결국 추 장관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가히 경악할만한, 안중근 인용 논평이었다. 3시간 만에 삭제된 이 대변인 ‘작품’은 아첨꾼들이 매우 똑똑하고 순발력이 출중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들의 ‘실력’은 실로 굉장하다. 컴퓨터 도움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그런 문구를 찾았고, 어떻게 그렇게 절묘하게 비유를 할 수 있었는지 말이다.


그 몇 년 전 문재인의 중국 방문 시 10끼 중 8끼를 혼밥했다 해서 여론이 떠들썩했을 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도 <8억 인과의 대화> 저자 리영희 어법을 차용한 듯한 아첨 수사(修辭)를 구사했다. “대통령께서는 혼밥을 하신 것이 아니라 13억 중국 국민들과 함께 조찬을 하신 것이다” 경이로운 상상력이다.


요새 여권의 대선 선두 주자 이재명을 제치고 결국 최종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이낙연도 그가 모시는 분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으로서는 일가견이 있다. 전남도지사 시절부터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 대선 후보에 이르기까지 주군(主君) 문재인에 대한 그의 헌사(獻辭)는 지극 수준이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며칠 후 민주당의 180석 획득에 대해 “이번 선거의 최대 공적은 뭐니 뭐니 해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려야 옳다”고 말했다. 작년 총선은 모두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코로나라는 희대의 역병 위기가 여당 대승의 일등 공신이다.


거기에 정부와 집권당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본격적으로 들끓기 전 시점이어서 그런 예상을 크게 뒤엎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봐야 옳다. 지금 선거하면 의석수가 어떻게 바뀔지 계산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낙연의 난데없는 문비어천가는 그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발언이었다.


그러나 박수현의 이번 문비어천가에 비하면 이낙연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란 사람이 각하 아부수석 역할을 한, 청해부대 귀국 관련 입장문에서 그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공중 급유 수송기 2대를 보내서 다 후송했는데, 이렇게 안전하게 후송시킬 수 있는 대책을 빨리 시행하라고 직접 지시하신 게 문재인 대통령이시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처음 이 말을 듣고 다른 얘기인가 했다. 설마 비행기 보낸 걸 그렇게 말한 건 아니겠지 한 것이다. 비행기 아니면 뭐로 아프리카에서 그 군인들을 급히 후송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합동참모본부 보고서에 이미 공중 급유 수송기 이용 대책이 있었다니, 그 거짓말도 놀랍고, 무엇보다 그 참담하고 부끄러운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말을 하기 전에 자랑부터 하고 싶어 한 그 발상이 믿어지지 않는다.


박수현은 지난 6월 G7 정상회의 초청국과 관련해서도 다른 4개국은 깎아내리면서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초청국이어서 G8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초등학생 수준의 우리 편 자랑을 한 인물이다. 최종문 외교 2차관이 나중에 그의 대(對) 4개국 ‘실례’ 발언을 정정해야 했다.


그는 또 야권 유력 대권 주자 윤석열 공격에도 열심이다.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정진석에게 패한 원인으로 부친이 공주에 연고가 있는 윤석열을 그가 선거전에서 팔아 득표를 했기 때문이라고 봐서다. 그는 충남도지사의 꿈도 갖고 있다.


이렇게 사감(私憾)과 사욕이 많은 사람이 지금 청와대 주요직들을 차지하고 있다. 아니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나 하는 이들이고 말이다. 옛말에 나라가 흥하려면 충신과 효자가 늘어나고, 나라가 망하려면 간신과 불효자가 많아진다고 했다.


박수현은 문재인 정권 말기의 수준 그 자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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