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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기괴하게"…진화하는 K-좀비물 뒤 안무가의 활약


입력 2021.07.23 14:40 수정 2021.07.23 14:4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부산행' 이후 안무가들 투입

연상호 작가 "'방법:재차의' 속 좀비, 안정적으로 가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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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국내에서는 하위 장르로 여겨지던 좀비물이 영화, 드라마 등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컬트 작품들이 같은 시기에 출격하며 샤머니즘에 입각한 한층 진화한 좀비의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에서 좀비가 단골로 나타난 시작점은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부터다. 묵직한 드라마가 영화 흥행의 중심이 됐지만 관절을 꺾으며 기괴하게 움직이는 좀비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좀비가 분장이나 CG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부산행'은 좀비 움직임에 섬세함을 가미하며 차별화를 확고히 했다. 여기에는 연상호 감독은 리듬체조 출신 안무가 박재인을 영입해 본브레이킹을 바탕으로 좀비들의 움직임을 세분화한 것이 기저효과가 됐다. 박재인 안무가는 CG 인지 연기인지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제멋대로 몸을 꺾어버리는 좀비를 완성하기 위해 비보이 댄서들을 투입시켰다.


이후 좀비물들은 안무가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기이하게' 표현됐다. 넷플릭스 '킹덤' 전영, '창궐'은 김홍래, '#살아있다'는 예효승 안무가가 적극 참여해 K-좀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크리처 이상의 존재감을 확실시했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는 K-좀비의 특성으로 기묘한 움직임과 빠른 속도를 꼽았다. 좀비의 운동성에 집중한 연출은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올해는 우연의 일치로 '랑종'과 '방법:재차의'가 한층 더 섬뜩한 움직임으로 눈 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안긴다.


'랑종'은 좀비물은 아니지만 각종 악령들에게 빙의된 밍(나릴야 군몽콘켓 분)의 모습을 '곡성', '부산행'에 참여한 박재인 안무가의 지도 아래 완성됐다. 박재인 안무가는 원한을 가진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의 모습까지 구현한 동작을 나릴야 군몽콘켓에게 지도했다. 이 덕분인지 '랑종'의 악령에 씐 채로 온 집을 누비고 다니는 밍의 모습이 담긴 CCTV 속 장면이 '랑종'이 공포감을 극대화한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언급되고 있다.


'방법:재차의'도 차별화를 뒀다.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참여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견제해야 할 대상은 '부산행'이 됐다. '방법:재차의'에는 전영 안무가가 참여해 각개전투로 나뒹구는 좀비의 모습이 아닌 하나가 돼 훈련된 군단처럼 움직이는 모습으로 위압감에 힘을 쏟았다.


또 좀비가 홀로 몸을 비틀며 죽어가는 모습은 기괴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대무용을 연상시켜 눈길을 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할 때도 기존 서양 좀비처럼 움직임을 가져오지 않고 한국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방법:재차의'는 '부산행'과는 또 달라야 했다. 안정적으로 가고 싶진 않았다"라며 "이번에 레퍼런스가 된 영화는 '강시 선생'이다.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시체가 뛰어다닌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움직임이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유니크할 것 같았다. 유니크하긴 하지만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단 우려도 있었지만, 모험심에서 나온 영화 속 좀비의 모습은 만족스럽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좀비물 진화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서양에서 건너온 좀비물에 동양적인 사고가 이전보다 더 끈끈하게 결속시킨 결과물"이라며 "이전의 좀비물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제작진과 안무가의 모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평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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