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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대중화 기로에 선 국악, 음악적 ‘도구’로만 사용될까 우려


입력 2021.06.30 14:23 수정 2021.06.30 14:2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MBN '조선판스타'·JTBC '조선탑싱어'...국악 경연프로그램 론칭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

많은 음악 장르 중 국악은, 전통음악이란 이름 탓에 수많은 변화 과정을 거쳐 왔음에도 편견에 부딪혀 왔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악은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음악’ ‘옛날 음악’으로 치부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엔 젊은 국악인들, 케이팝(K-POP) 가수들의 전통음악 활용 덕분에 대중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 중심엔 국악 밴드 이날치가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라는 제목의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국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 댄스 컴퍼니가 서울과 부산, 전주 등을 돌며 만든 이 영상은 유튜브를 비롯한 SNS 조회수를 합치면 3억뷰에 달한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이희문은 경기민요와 타 장르의 적극적인 충돌을 실험하고 있다. 경기 소리를 전공하면서도 팝, 록, 재즈, EDM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남자’ ‘씽씽’ ‘날’ 등의 프로젝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요 록 밴드 씽씽은 2017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대표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했고, 해당 영상이 유튜브 400만뷰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은 2018년 발매한 ‘아이돌’(IDOL)에 국악 장단을 구음으로 사용하고, 추임새를 넣는 것으로 시작해 같은 해 ‘멜론뮤직어워드’에서는 전통춤을 함께 선보이면서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슈가는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대취타’를 발매했는데, 왕이 행진할 때 쓰이는 전통 군악인 ‘대취타’를 샘플링해 만든 곡이다.


방송가에서도 국악인들의 활동은 활발하다.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을 비롯해 ‘미스트롯2’ 순위권에 든 양지은, 홍지윤, 김다현, 김태연 등도 모두 국악 전공자들이다. 몇 년간 방송가를 휩쓴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젊은 국악인들이 출연하고, 좋은 성적까지 거두면서 방송가는 이젠 트로트가 아닌 국악을 소재로 한 경연 프로그램도 준비 중에 있다.


ⓒ포켓돌 스튜디오, TV조선 ⓒ포켓돌 스튜디오, TV조선

MBN은 8월 국악 크로스오버를 소재로 한 ‘조선판스타’를 선보인다. 국악계 아이돌부터 톱스타까지 총출동해 국악을 이용한 다양하고 파격적인 크로스오버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JTBC 역시 국악 프로그램 ‘조선탑싱어’(가제)를 준비 중이다. 8~9월 편성 예정이며 대중가요, 팝을 국악과 적절하게 혼합한 크로스오버 장르 형태로 경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악계에서도 대부분 이런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퓨전 국악 밴드로 활동 중인 A씨는 “국악은 꾸준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젊은 국악인들의 기발한 활동과 방송 경연 프로그램을 통한 국악인들의 활약 등이 국악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젊은 국악인들이 설 무대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디어를 통해 국악이 주목을 받고 그들이 설 무대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전통국악을 이어오고 있는 이들 사이에선 우려도 나온다. 200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국악의 대중화가 시작됐고, 최근 들어 앞서 언급한 이들을 중심으로 몇몇 팀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국악에 대한 편견은 존재하고,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악 인재들이 트로트 등으로 이탈하는 현상도 이런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란 설명이다.


한 전통음악 연주자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퓨전 국악 밴드’로 지칭되는 이들의 음악을 ‘국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국악에 뼈대를 두고 영리하게 변형해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수가 그저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것만으로 ‘퓨전 국악’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듯 보인다”면서 “전통음악을 계승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단순히 국악의 갑작스런 인기에 편승하려는 이런 시도가 이어진다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대중화의 기로에 선 국악에 재를 뿌리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악계 종사자 역시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국악이 단순 ‘도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인들이 주목을 받은 건 분명 좋은 신호다. 다만 재능 있는, 젊은 국악인들의 이 프로그램을 통한 트로트로의 이탈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또 국악을 소재로 한 경연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국악이 대중적으로도 소비가 될 수 있는 음악이란 긍정적인 면과 이 프로그램들에서 과연 국악을 얼마나 제대로 다룰지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단순히 음악적, 예능적 도구만 사용될 게 아니라 국악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본연의 매력과 디테일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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