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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연예인 홍보대사, “금전적 대가 없다”면 마구잡이식 위촉도 문제없나


입력 2021.06.23 14:01 수정 2021.06.23 15: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샘 오취리, 정부산하기관 홍보대사 임명

'인종차별' '성희롱 논란' 이후 10개월 만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21일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아프리카재단에 따르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최근 재단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한·아프리카재단은 외교부 산하기관으로, 2018년 출범했다. 샘 오취리는 앞으로 2년간 재단 활동을 알리고, 국내 아프리카 인식을 높이는 업무 등을 맡는다.


샘 오취리의 홍보대사 위촉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 8월 샘 오취리는 의정부고 학생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페이스’ 분장을 하고 가나의 장례 문화를 흉내 낸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졸업사진에 대해 “흑인으로서 매우 불쾌하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가 예전에 출연한 예능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포즈를 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역풍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그가 SNS에서 배우 박은혜를 향한 성희롱 댓글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나오기도 했다. 이에 샘 오취리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방송에서 하차했다.


재단 역시 이 같은 논란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재검토는 없다는 방침이다. 재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특정 세대에 한정돼 발생한 논란이고,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지 않느냐”면서 “본인이 이미 사과했고, 열심히 홍보대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금전적인 대가가 있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명예직”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는 국민에게 정책을 쉽게 알리고 기관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해 홍보대사 선정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톱스타의 경우 억대 모델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재부는 2017년 예산지침을 통해 홍보대사의 모델료를 예산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샘 오취리에게 금전적 대가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해명은 오히려 대중의 반감만 산 꼴이 됐다. 특히 다수 네티즌은 당장의 ‘금전적 대가’가 없다고 해도, 샘 오취리에게 복귀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향후 수익 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이번 임명이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의심이다. 뿐만 아니라 예산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정부 산하기관에 굳이 논란이 있는, 그것도 “특정 시대에 한정된 논란”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샘 오취리를 임명한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그간 검증 없는 마구잡이식 연예인 홍보대사 임명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불 지피고 있다. 그간 위촉 당시만 반짝 활동을 하고 실질적인 활동이 없는 연예인, 홍보대사 임명 전후로 마약이나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이 다수 나오면서 정책 홍보를 위해 자질 검증은 뒷전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여전히 연예인 홍보대사를 임명하는 것에 있어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샘 오취리의 논란을 빼고 본다면 해당 홍보대사 자리에 더없이 좋은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대중에게 ‘한국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인물을 홍보대사로 내세운 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임명이 단순 ‘명예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자리가 샘 오취리에게는 하나의 경력이 되고, 그의 수익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전적 대가가 없더라도 마구잡이식의 위촉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실 엔터업계에서도 정부 기관의 홍보대사 임명은 대부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특정 정권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기관을 대표하는 홍보대사로서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며 “다만 샘 오취리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문화를 즐기는 외국인’ ‘한국말을 한국 사람보다 잘하는 외국인’ 등으로 인기를 얻은 만큼, 외국인으로서 한국 정부 산하기관의 홍보대사가 됐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커리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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