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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정치인 이준석과 스텝 엉킨 윤석열, 정세균


입력 2021.06.20 08:24 수정 2021.06.18 09:29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이준석 현상’은 한시적인 동시에 영원이 계속

기존 정치인들 이준석 벤치마킹은 오버행

‘이준석 다움’ 찾아 밀어붙여…대선후보들 자기다움 못찾아

지난 14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14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많은 사람들이 ‘세대교체’, ‘청년정치’를 말한다. 이준석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대는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 교체될 수밖에 없고, 청년은 언제나 청년일 수 없다. ‘이준석 현상’은 한시적인 동시에 영원이 계속된다. 등장인물만 바뀔 뿐이다.


이준석이 유방과 천하를 다투었던 초나라 항우와 같은 영웅은 아니다. 국가와 문화의 지경을 극단적으로 넓혔던 알렉산더는 더더욱 아니다. 아직은 말이다. 그런데 그에게 왜 이리 열광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인가?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 지금 같은 수는 없겠지만, 이준석 현상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준석으로 장식된 언론 헤드라인은 계속되고 있다. 모 언론은 그의 기지개 켜는 모습을 1면 탑으로 올리기도 했다. 기성 정치인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기성 정치인의 그런 사진을 보면 보통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렸을 텐데 그의 사진은 유쾌한 기분마저 준다. 그답기 때문이고, 국민과 당원들은 그런 그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자 기존 정치인들도 그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그답지 않은 형태다. 50년생으로 최고령 대권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는 티셔츠에 가죽자켓, 청바지, 선글라스,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쓴 힙합 스타일의 사진을 올렸다. 자신은 그만큼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싶었겠지만 보는 사람은 어색했고, 말 그대로 ‘안습(짠해서 눈물 나다)’이다. 그의 별명은 원래 ‘미스터스마일’이었다. 그런데 국무총리를 한 후 어느 날부터, 국회에서 야당 국회의원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여·야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고 어색해 했다. 조금 지나자 ‘대통령병 들었구나’ 하는 소리도 들렸다. ‘대통령병’이 딱 맞는 것이 일반 정치인이 한 가지만 해도 ‘대박 성공’이라 여길 텐데, 그는 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두루 역임했다. 보통 정치인은 거기서 만족하고 은퇴한다. 그러나 그의 욕망은 끝을 모른다. 그러니 오버하고 병이 되는 것이다. 그가 하는 연출은 진정한 자기표현이 아니고 욕망의 결정체다. 그래서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권 3강이란 말은 사라지고, 70년대생 박용진 의원에게 여권 내 대선후보 3위 자리도 넘겨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준석 현상’은 곤혹을 겪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다. 야권뿐 아니라 전체 대선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아무리 검찰총장까지 했다지만, 윤석열 개인은 정린이(정치 어린이)다. 정치는 정글이다. 검찰은 개인이 아니고 조직이 움직인다. 매뉴얼대로만 하면 ‘대과 없이’ 임기를 마치고, 시운이 맞으면 하루아침에 영웅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이 그랬고 홍준표가 그랬다. 정치에는 기댈만한 이렇다 할 기성 조직이 없다. 정치인 개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도처에 함정이 있고 리스크도 많다. 행동을 주저하고, 결단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아마추어 정치인은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윤석열 입당’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4월 재보선 전에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면, 그 대승은 오롯이 윤석열의 영광이 되었을 것이고 대선후보 경선은 하나 마나가 됐을 것이다. 이즈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거리를 두었으니 ‘제3지대’ 꿈은 접었던 것 같다. 기회가 또 있었다. 이준석 대표를 뽑은 전당대회 이전이다. 모든 후보가 윤석열과 관계를 부각시키며 선거운동을 할 때다. 국민과 당원들은 피로했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때 이준석이 등장해 다른 대안도 있다며 ‘대선 기차에 타라. 아니면 우리끼리 출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서울시장 재선거 때 ‘안철수 케이스’를 떠올리며 압박하기도 했다. 윤석열의 빠른 결단을 목말라했던 국민과 당원은 시원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압도적인 승리로 대표직에 오른 이준석은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하며 윤석열을 압박했다. ‘당에 들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충고했다. 그가 몸담았던 검찰조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대권주자 1위 후보의 위엄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미 자칭 전문가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마케팅’을 하고, 그것도 부족해 정식으로 대변인단을 임명한 직후라 더욱 그랬다.


이준석은 ‘이준석 다움’을 찾아 밀어붙였기 때문에 제1야당의 대표가 되어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세균과 윤석열은 자기다움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고전하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경우, 정치를 학습하는데 일정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대선 시계는 그를 위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어도 시(時)에 따라 결단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농부와 같이 추수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정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고, 꼭 필요하고 급한 것부터 처리하고 보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건 달지 말고 결단으로 입당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항상 제일 빠른 때다. 지지율이 꺾이기 전에 입당해야 당에 확고한 둥지를 만들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로 성공한 경우는 전무하다. 시간을 끌어서 실패한 경우는 무수히 많다.


이준석 대표은 수락 연설문에서 말한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


‘변화’, ‘불안’, ‘우려’는 신진 정치인의 숙명이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 이걸 회피하고 ‘정제된 생각’, ‘안정감’만 추구하며 ‘전쟁 같은 치열함’을 거부한다면 그에게는 미래가 없다. 자신의 안정과 정제된 생각은 스스로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고 국민들을 실망시킨다.


정세균 전 총리는 그동안의 정치적 성과에 대해 안분지족(安分知足)하고 정치원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혼탁한 정치의 안식처가 되어 주길 바란다. 이것이 ‘정세균 다움’을 찾는 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불안과 우려 속에서도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 ‘영웅의 길’을 걷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윤석열 다움’이다. 결단 가능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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