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만 배불리는 대리운전, "기사들 살기 너무 힘들어"
80만원 짜리 PDA 지원도 대리운전 기사 울려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사업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이래서는 안되겠다. 아이들 굶기지 않으려면 이것 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길거리에 떨어진 대리운전 기사 모집 전단지를 주어들었다.
그는 전단지에 쓰인 “당일 채용, 80만원 지원”이라는 글에 마음이 끌려 지역에 있는 대리운전 업체를 찾았다.
대리운전 하기도 전에 수수료는 먼저 납부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A씨는 이내 낙담하고 말았다. 대리운전 기사가 되려면 20만원의 ‘몫돈’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를 업체 측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A씨는 ‘차비도 겨우 마련해서 왔는데 20만원은 또 어디서 구하나’라고 한숨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대리운전 업체는 기사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보험가입료 5~6만원에 보증금 10만원을 준비하라고 요구한다. 여기에 15회 분량의 ‘선불 코인비’로 3만원을 내라고 한다. ‘선불 코인비’는 대리 운전일을 할 때 업체 측에 기사가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를 먼저 떼는 것이다. 이 ‘선불 코인비’를 미리 내지 않으면 기사들은 일을 배정조차 받을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업체로부터 대리운전 일을 배정 받는 ‘콜’을 받으려면 인터넷이 되는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용료로 1만5000원을 내야 한다.
대리운전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 같은 비용으로 업체, 보험사 등에 납부해야 하는 돈이 약 20만원 가량인 셈이다. 이 돈을 납부하지 않으면 기사고유번호도 내주지 않을 뿐더러 일을 배정받을 수 없다.
"대리운전 시작 시 80만원 지원"의 허울
전단지나 광고를 통해 대리운전기사를 모집할 때 “80만원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걸까?
업체측이 기사에게 현금으로 80만원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고 80만원 상당의 PDA를 ´말만 공짜´로 주는 것이다. ´말만 공짜´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1년 이상 근무를 계속해야 하고 매달 25일 이상, 꾸준하게 하루 3~5콜을 받아야 PDA를 지원 받을 수 있다.
그 전에 대리운전 일을 관두면 어떻게 될까? 80만원이라는 PDA 값을 그대로 물어줘야 한다. PDA가 쓸모 없어졌으니 반납하려고 해도 이를 받아주지도 않는다.
업체 측은 PDA 사용을 권유하면서 대리운전 일을 배정 받을 때 신속성을 내세운다. 핸드폰으로도 ‘콜’을 받을 수 있지만 PDA보다 1~2초 가량 ‘콜’이 늦게 뜬다는 것. 대리운전 배정은 ‘콜’을 받아 업체에 먼저 연락한 사람이 받는다.
업체 측은 “이왕 하는 것 한 두개라도 더 배정 받으려면 PDA가 꼭 필요하고 그래봐야 한달에 약 6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드는 셈이다. PDA로 인해 한달에 50개에서 100개를 더 타서 50~100만원을 더 벌게 되니 이득이다. 결정은 당신이 하라”고 은근히 권유한다.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들 중 일부는 이런 PDA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콜’을 받아 일을 한다. PDA를 사용하나 안하나 일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PDA 매입을 권유하는데 의혹을 제기하는 운전기사도 있다. PDA 판매 업체와 대리운전기사 모집 업소가 결탁을 했다는 것. PDA의 가격이 용산 시세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30~50% 더 비싸다는 것이 의혹의 근거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이렇게 비싸게 판매한 PDA로 벌어들인 돈으로 도대체 누구의 배를 불리는 것이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추위 떨며 밤새 벌어들인 돈의 40% 빠져 나가
이 밖에 대리운전업체 측은 기사들에게 ‘콜 취소료’도 부과한다. ‘콜’을 받았는데도 거리가 너무 멀어 기본료보다 차비가 더 많이 나오거나 악성 고객이라서 일을 배정받지 않겠다고 기사 본인이 취소하면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따로 부과한다. ´콜 취소´를 하면 일을 배정받지 못하는 페널티도 부과된다.
이처럼 단돈 1000원이 아쉬워 밤거리로 나선 대리운전 기사들은 일도 해보기 전에 등골이 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5개월 가량 일을 했다는 대리운전기사 A씨는 “먹고살기 힘들어 대리운전하는데 업체나 보험회사에선 우리가 봉이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꼬박 날을 새며 일을 해왔다고 한다. 5개월 동안 그가 집에 가져다 준 돈은 총 580만원 정도. A씨는 대리운전업체 측에 내는 수수료 210만원, 보험료 25만원, 프로그램 이용료 7만5000원, 교통비 100만원, 휴대폰 요금 80만원 등 총 420만여 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A씨는 5개월 동안 추위에 떨며 밤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수입의 40%가 넘는 돈을 지출하고 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곤궁한 삶을 이어온 것이다.
☞대리운전 업체 얼마나 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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