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칼럼>우윤근 의원의 ´고민´

입력 2007.03.11 09:42  수정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이념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우윤근 의원이 최근에 참으로 고민일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일원으로 참여한 지 얼마 안된 우윤근 의원이 가진 생각과 고민에 대해 대개 그 윤곽이 그려진다.

광양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초선으로서 그는 "3년이라는 정치생활을 해보았지만, 이제서야 정치를 좀 알 것 같다" 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그는 열린당의 초대 멤버로 국회에 입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여러 당직과 상임위변경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이제서야 정치가 뭔지 좀 느껴는 것 같다고 그간의 고충을 밝혔다.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당에서 주어진 일과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일을 해내는데 바빴지만, 정작 정치가 가진 본질적인 의미를 이번 탈당을 계기로 깨달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고려대학교 최장집 교수의 최근 진보진영에 대한 발언을 인용했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한국정치는 정당정치의 구조가 아니라 대통령 중심주의 정치구조다" 라고 지적한 대목이다.

우 의원은 우리나라 정당의 평균수명이 3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는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보스가 정치의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했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천정배 의원 역시 "당·정·청간에 협력이 불충분해 당이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당의 리더십과 조직적 규율을 세우는데 부진해, 정치적·정책적 주도성을 발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탈당의 명분으로 적시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 교수는 최근 언론에 진보진영을 겨냥해 ´교조적 진보´로 전락해 버렸다며 비판했던 노 대통령의 주장을 재반박하고 나선 바 있으며,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스스로를 ´유연한 진보´라고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는 ‘오류’라고 지적하며 노무현 정권이 오히려 ´신 보수주의 시대´를 열었다 라고 주장했다.

<민생정치준비모임> 소속 우윤근 국회의원

최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 의원은 “사람중심의 성장을 해야겠다”,“그 중심축은 교육과 복지와 일자리”라고 말하고 “특히 전남도처럼 초고령 사회로 이미 접어든 지역은 복지예산을 많이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바로 이것이 진보세력의 주요 대선공약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최 교수의 생각에 상당한 공감을 표하는 우 의원은 탈당 이유를 대통령이 가진 독선과 권력에 대한 아집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통합신당 추진을 통해 탈당이라는 멍에를 벗으려고 노력중인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이 참여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생각의 기본축은, 신자유주의 일변도의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할 대안적 비전과 정책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 역시 최 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 의원이 참여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이 태생적 한계에 봉착되어 있다는 지적이 높은데, 그 이유는 결국 정치조직이 갖는 이념적 정체성이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특히 최 교수가 지적한 경제적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을 근거로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정파 정체성을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좀 더 좌파진영에 서 있어야 하지만,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인적구성원을 면면히 살펴보면 오히려 우파진영에 가까운 출신성향들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서 탈당했을 뿐 이후 정치행로에 통합신당을 추진한다는 것외에는 특별히 정해진 것도 없고 구체화된 정파적 색깔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들은 무책임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서 민생문제가 파탄되었다고 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좀 더 진지한 진보 내지는 적극적 좌파진영에 설 것인가에 대해선 또 다른 고민에 직면해 있다.

아무튼,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의원 상당수가 법조인들이고 그들이 살아온 과정이 사회 특권층에 해당 된다고 보았을때, 출신성분은 우파진영에 가깝지만 좌파적 색깔을 띄우는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민생이 파탄되고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가 최 교수의 지적처럼 노 대통령이 우파진영에 투항해 결국 경제적민주주의를 외면한 결과인가에 대해선 좀 더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선 소위 ´좌파 내지 진보진영´을 바라보는 두 가지의 근원적 질문과 그들의 지난 행태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지난 10년간을 돌이켜 보면 소위 ‘진보’라고 자처하는 집권세력들이 저지른 가장 큰 오류는 경제운용능력 여부를 떠나,‘이중적 잣대에 의한 도덕적결함’이다.

과거 수십년동안 일반국민들은‘민주=도덕=진보’라는 통념하에서 민주화세력 내지 진보세력에게 상대적으로 우월한 ´도덕적 지위´를 부여했지만, 집권세력은 이러한 기대를 권력의 부정부패라는 배신감으로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었다.

DJ는 민주화투쟁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지만, 국민들은 부정부패로 최측근들이 연이어 구속되고 심지어는 그의 아들들이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그토록 주장한 ‘민주화’라는 것의 실체가 그들만의 집권을 위한 ‘ 이중잣대에 의한 상대적 우월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비단 집권세력내 최고층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각 사회분야에서도 진보라 자처하는 집단의 리더들이 보인 이중잣대를 적용한 표리부동한 행태는 이런 부정부패의 연속선상이었다.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노점상을 대변한다는 조직부터 조직원이 5만명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노조까지 집단이익을 대변한다는 진보진영의 행태는 말로는 진보를 말하면서 행동은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하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이젠 질려버렸다.

둘째, 지난 10년간을 되새기면, 소위 ‘진보’라 자처하는 세력들의 이념적 지향점은 결국 좌파를 기본축으로 한 포퓰리즘에 서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정책은 때론 좌와 우를 오가며 이중적 스탠스를 취했지만, 결국 그 본질은 좌파를 기본축으로 한 전형적인 대중적 포퓰리즘이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순 없다.

가난한 대중들을 위한다는 복지정책의 이면에는 절대적 빈곤 보다는 상대적 빈곤감을 촉발시켜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제도적인 모순구조가 잉태되어 있었고 그러한 복지재원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국가부채와 무리한 세수충당이 있었다.

그들이 강조한 사회적 ‘평등’이라는 개념은 ´성장´을 상대변수로 지정한데서 나온 가치이며, ´무임승차´라는 비도덕적이고 반경제적인 행위가 빈번함으로 인한 <법과 원칙>의 손상(損傷) 은 사회를 가치혼란으로 이끌었고, 결국 전체 사회규범이 무너지고 경제구조의 악순환을 초래해 결국 불평등을 더욱더 심화시켰다는점 이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자기만의 캐릭터를 갖고 시대정신을 읽으며 좌파 진영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가 보인 코드정치, 무능과 오만, 그로 인한 서민층에 대한 경제적 소외감과 박탈감 심화는 결국 최 교수의 지적처럼 경제적 민주주의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다.

진보진영은 참하고 깨끗하다는 통념을 완전히 깨어버린 권력형 부패사건이 한 두건이 아니었으며 게다가 상대적 빈민층을 확대 재생산한 양극화 구조를 만든 책임까지, 이 모든게 진보를 빌미한 집권세력의 허상이었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좌파’가 남긴 상처는 정치적 민주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부정부패와 불평등의 심화를 초래, 우리사회를 보수화 우경화로 이끌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결국 이런 현상은 극우세력마저도 대중들에게 그들의 논리를 설파할수 있는 토양과 빌미를 제공했고 이젠 사람들은 오히려 진보의 반대급부로 ‘보수’라는 개념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게끔 만들었다.

따라서 이 모든 책임은 진보진영이 자초한 일이라 누굴 탓할 필요도 없고 원망할 이유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좌파진영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호남´에서 조차도 통합신당에 대한 출현에 그다지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우 의원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호남에서는 열린당과의 통합에 민주당 원외세력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열린당내에서는 친노세력이 버티고 있는 한 통합신당 추진은 쉽사리 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6월까지 통합신당의 밑그림이 완성되지 않으면 선도탈당을 통해 통합신당을 꿈꾸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위장이혼’과 ‘위장탈당’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험마저 있다.

여하튼 우 의원이 보여준 탈당의 명분과 탈당이후의 여러 정치 행보는 현실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으나, 정작 진보를 지향하면서도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외면당하는 민생정치 모임의 현실이 한편으론 안타깝기만 하다.

무원칙한 타협과 협상으로 통합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려는 각 정파간의 이해관계, 대선 후보 영입을 둘러싼 정파간 입장차이, 이 모든 문제가 통합신당을 추진하는데 있어서의 걸림돌이며, 한편으론 권력을 맛본자들의 권력에 대한 무서운 집착이기도 하다.

민생정치가 지닌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치조직이 가진 이념적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고서는 ‘물위에 뜬 부초’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라는 말처럼 <우 의원>과 <민생정치준비모임> 의 ´개개인의 정체성´과 ´그들의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결국 그들의 한계이며 그들에게 근원적인 고민을 가져오게 한 본질적인 이유가 된다는 점이기도 하지만,

최 교수가 미국 정치학자 애덤 쉐보르스키의 말을 인용한, ‘민주주의는 오늘의 야당이 내일의 여당이 되고 오늘의 여당이 내일의 야당이 될 수 있는 체제’라는 정의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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