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스템 거쳐 지명…청문회는 국민 검증"
지명철회 시 검증 실패 자인…야권 공세 빌미
이진숙·강선우·이혜훈 '청문회 후 철회' 수순
전문가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될 것"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승강기에 올라 손을 들고 있다. ⓒ뉴시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두 사람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청와대의 청문회 절차 고수 배경에는 인사 검증 실패 책임론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파리 현지 브리핑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검증 과정"이라며 "인사위원장(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하에 인사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이므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김현지 제1부속실장 '비선 인사' 주장을 일축하고, 두 후보자에게는 당장 물러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원칙론 뒤에 놓인 건 정무적 계산이다. 개각을 단행한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에 후보자를 접으면 인사 검증 부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야권에 공격 빌미도 내줄 수 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실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여러 정부 기관이 참여한다. 청문회 전에 후보자를 정리하면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앞서 논란이 된 후보자들에게도 바로 지명을 접기보다 청문회를 거치게 한 뒤 결론을 내리게 하는 방식을 취했다. 지난해 7월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 조기유학 관련 교육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며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청와대는 청문회를 강행했다. 결국 청문회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이 대통령은 직접 지명을 철회했다. 지명 21일 만이자 이재명 정부 첫 낙마 사례다.
보좌진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비슷하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이 일제히 자진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청문회 절차를 먼저 진행했다. 올해 1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역시 청문회를 거친 뒤 지명이 철회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청문회도 하기 전에 처리해버리면 부실검증 책임론과 측근·비선 라인 인사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런 논란을 피하려 검증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2명 다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하되, 용혜인은 겸직 포기를 조건으로, 김승원은 그대로 밀고 가려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후보자 논란이 길어지면서 국정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어, 청문회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여론을 수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100% 무선전화 임의번호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37.4%로 8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용혜인 후보자 문제는 도덕성 논란이라 법적 책임은 크지 않지만, 김승원 후보자는 로비스트 성격이 짙어 법적 책임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승원까지 안고 가면 추석 밥상 민심에 악재가 될 수 있어,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 내부 기류는 갈린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TV'에서 이 대통령에게 용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전달됐다는 보도를 두고 "오보"라고 일축했다. 다만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억울한 점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한 욕심 또는 무리수가 국민 정서나 형평성, 공정성에 반하는 것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오는 15일 열린다. 용 후보자는 아직 날짜조차 확정되지 못했다. 두 후보자의 거취는 청문회 결과와 이후 여론 흐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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