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저격수' 부상한 한동훈, '신약 청탁 의혹' 녹취록 잇달아 공개
국민의힘도 연일 지명 철회 촉구…한동훈 제안한 특검엔 거리두기
부적격 공세 시너지 기대에도…누적 갈등에 야권 공조 안 이뤄질 듯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뉴시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야권 공세의 선봉에 섰지만 이를 고리로 한 보수 진영의 공동전선 구축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 아닌 한 의원에게는 의혹 규명과 특검 추진을 위한 국민의힘의 원내 지원이, 국민의힘으로서도 한 의원의 잇단 의혹 제기와 자료 공개를 인사청문회 검증과 여론전에 활용할 수 있지만 양측의 누적된 갈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 관련 녹취록과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내부 문자메시지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12일 1차 통화에서 양씨에게 "직접 챙겨보라고 내가 얘기 한번 해볼게. 무슨 처 어디야? 어디, 과가 혹시. 아, 뭐 식약처장 알 테니까. 그럼 그렇게 3상 허가를 빨리 내서 어쨌건 결과를 봐야 할 거 아니냐. 그런 식으로 직접 처장님이 챙겨봐달라고, 보고해달라고 할게"라고 말했다.
2차 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내가 말씀을 드렸고 일단 확인해서 나에게 보고해준다고 하니까 한번 기다려보시고 처장께서는 모든 가용화 인력을 배치해서 진행을 빨리하는 거를 돕고 있다, 이렇게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네"라고 했다.
이에 양씨가 "맞아요. 그래서 오늘 자료 주려고 했는데 또 다른 담당자가 오늘 주지 말라고 이게 담당자끼리 책임 회피인데 조금 이슈 사항이니까 담당자들이 연락은 오는데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해요"라고 말하자, 김 후보자는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 알았어"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양씨나 김 후보자 측에서 마치 언론에 청탁 문자 두 번이 전부라고 하는 것 같은데,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 의원은 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한편, 인사청문회를 넘어 특별검사 수사를 통한 의혹 규명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신약 청탁 의혹을 정조준하며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낙마라는 큰 목표 아래 양측이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공세를 펴고 있는 셈이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 후보자가 브로커에게 '오빠'라 불리며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화답한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며 "닷새 뒤 실제로 식약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처리'를 부탁했고, 해당 제약사의 임상시험계획은 평균 심사기간의 절반도 안 되는 33일 만에 승인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김승원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이 인사 참사의 책임 소재를 국민 앞에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며 "고름은 아무리 감싸도 살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주권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와 도리"라고 비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평을 통해 김 후보자를 겨냥해 "음주운전 전력,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공소취소 주장, 성범죄 가해자 변호 이력,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법무부 장관 자격부터 의심스럽다"고 직격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신약 로비’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치겠다"며 "장관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압박했다.
8월 25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 2026에서 장동혁(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장 대표와 한 의원은 악수만 한 후 서로 뒤돌아 섰다. ⓒ뉴시스/문화일보
다만 같은 표적을 겨누고 있다고 해서 야권의 개별 공세가 곧바로 공동전선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양측 사이에 쌓인 정치적 불신이 겹치면서 공세의 접점이 실질적인 공조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 의원은 법안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필리버스터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과의 공조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직접 연단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에서는 한 의원이 촉구한 특검보다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지명이 철회되지 않고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집중적으로 검증하며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지난 4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한 의원과 일부 의원들이 요구한 특검 추진 방안은 별도로 거론되지 않았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금 목표는 김 후보자에 대한 특검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끌어내는 것이 먼저이지 않겠느냐"며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국민 여론을 환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고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그때 특검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과의 공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각자 자리에서 스피커 역할을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선을 그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 의원의 관계가 여전히 매끄럽지 못한 만큼 이번 김 후보자를 둘러싼 공세 또한 실질적인 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든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내세운 장 대표가 한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데다, 한 의원 역시 장 대표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부각하기 위해 야권이 화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으로 연대가 성사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한 의원이 확보한 추가 제보와 자료를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인사청문회 검증에 활용할 수 있는 데다, 한 의원의 높은 대중적 주목도 역시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의원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공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며 "이 사안에 야권 전체가 화력을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비당권파 4명에 대한 징계에 이어 한 의원이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했단 이유로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광주통합시당위원장까지 징계하겠다는 상황인데, 당 지도부가 연대에 관심이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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