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 KCC 시절 종합소득세 3억9800만원 부담 주체 쟁점
"KBL 이사회 결의만으로 기존 KCC 세금 부담 이전 어려워"
"해외 진출 후 복귀 라건아에 이사회 결의 적용 근거도 부족"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라건아 선수.ⓒKBL
프로농구 라건아(36·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선수 등록을 보류한 KBL(한국농구연맹)의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라건아의 전 소속팀 부산 KCC 시절 발생한 약 4억원의 세금을 현재 소속팀인 가스공사가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4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은 가스공사가 KBL을 상대로 낸 라건아 선수등록 보류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이날 인용했다. 법원은 KBL의 선수등록 보류 처분 효력을 2027년 5월31일까지 정지하고, 라건아를 2026~2027시즌 KBL 등록선수 지위에 임시로 두도록 했다. 소송비용도 KBL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라건아가 KCC 소속이던 2024년 발생한 종합소득세 약 3억9800만원의 부담 주체다.
KBL은 2024년 5월 이사회에서 특별귀화선수였던 라건아를 일반 외국인 선수로 전환하면서 해당 연도 소득세를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도록 의결했다. 이후 라건아가 해외 리그를 거쳐 가스공사와 계약하자 KBL은 가스공사가 이사회 의결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수 등록을 보류했다.
그러나 법원은 가스공사가 해당 세금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KBL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당시 이사회 결의가 2023~2024시즌 종료 후 2024년 안에 다른 KBL 구단이 라건아를 영입하는 경우 등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라건아가 해외 리그로 떠난 뒤 복귀해 이듬해 가스공사와 계약한 경우까지 결의의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해외 진출 후 복귀하는 선수의 세금 부담 문제까지 논의됐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또 라건아가 KCC 소속 당시 체결한 계약에 따라 해당 기간 발생한 종합소득세는 당초 KCC가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는 점도 짚었다. 이에 따라 KBL 이사회 결의만으로 기존 KCC의 세금 부담 의무가 가스공사로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KBL은 가스공사가 이사회 의결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만큼 선수 등록을 보류할 수 있고, 외국인 선수 관리 규정에 따른 선수등록 자격 심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라건아. ⓒ KBL
하지만 법원은 등록 보류가 사실상 이사회 결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의 성격을 갖는다고 봤다. 구단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선수 선발·보유 권리를 제한할 가능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전제가 되는 가스공사의 세금 부담 의무가 인정되기 어려운 이상 등록 보류에도 정당한 사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등록 보류가 유지될 경우 라건아가 2026~2027시즌 KBL에서 뛰지 못하고, 가스공사 역시 계약한 선수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본안 판단을 기다리는 사이 시즌이 끝날 경우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어려울 수 있어 보전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번 분쟁은 라건아가 KCC 소속 당시 발생한 종합소득세를 직접 납부한 뒤 KCC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라건아 측은 계약상 세금을 부담해야 할 KCC가 선수 동의 없이 KBL 이사회 결의를 통해 부담을 다른 구단에 넘기려 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KCC와 KBL 측은 최종 영입 구단이 세금을 부담하도록 한 이사회 결의를 근거로 가스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가스공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제재금 부과와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선수 등록 보류 문제로 갈등이 확대됐다.
이번 결정은 가처분 단계의 잠정적 판단이지만 법원이 KBL의 이사회 결의 적용 범위와 가스공사의 세금 부담 의무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라건아는 2012~2013시즌 KBL에 데뷔해 통산 664경기에서 1만2163점을 기록하며 역대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1위인 서장훈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리바운드는 통산 7066개로 이미 역대 1위다. 이번 등록 보류가 장기화될 경우 한 시즌을 통째로 잃을 수 있었던 라건아는 법원의 결정으로 KBL 통산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일단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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