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분산, “집적 효과·업무 효율 저하”
“옮긴다고 경제 살아날까” 실효성 의문
“근무 여건 나빠지면 인재 떠날 수도”
정책금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단순히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느냐’를 넘어 정책금융기관을 전국에 분산하는 것이 금융산업 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정책 목표에 실제로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을 두고 정책금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지역별로 분산할 경우 금융기관 간 집적 효과와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근무 여건 변화로 우수 인재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기자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금융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은 최근 불거진 정책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취업에 관심 있는 3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정부의 지방이전 정책의 목표를 명확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뉴욕이나 홍콩, 싱가포르를 금융 중심지로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한 곳에서 여러 가지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인데 전국으로 흩뿌려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정책금융기관 지방이전과 동시에 금융중심지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열고 현재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추가 지정하기 위한 평가방안을 확정했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연내 지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모의면접을 신청한 참가자들이 한국수출입은행 부스에서 대기중이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A씨는 “정책금융기관의 인원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닌데 한두 곳을 옮긴다고 해당 지역 경제가 바로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 중심지를 새로 만들고 싶은 것인지, 단지 지역균형개발을 위해 기관들을 분산하려는 건지 확실히 노선을 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이전 논란은 기존 직원들의 반발 및 업무 효율성 저하 등 우려를 넘어 미래 인재 확보 문제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취준생들도 지방이전은 입사 지원 여부를 떠나 향후 근무지에 따른 인생 계획 설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취준생 B씨는 “아무래도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가야 한다면 주저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요즘 취업문 자체가 워낙 좁고 지방이전 이야기는 전부터 계속 나왔기 때문에 입사를 한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자리를 잡고 정착해야 할지 막막함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는 만큼 지방이전은 결국 ‘시간 문제’라는 반응이다.
그는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들도 많지 않냐”며 “어떤 곳은 내려가고 어떤 곳은 안 내려간다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다 내려가게 돼 있다고 생각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입사 지원을 포기할 정도의 요인은 아니지만,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근무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기관 선택의 변수로 작용하는 듯하다.
실제 채용 상담에서 근무지를 묻는 청년도 있었다.
산업은행에 관심 있는 20대 취준생 C씨는 이날 채용 담당자에게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근무해야 하는 기간과 순환근무 방식 등을 질문했다.
C씨는 “입사하고 나서 일이 재미있고 나와 맞는다면 지방 근무는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수도권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에 외부 순환근무를 얼마나 하는지, 근무 여건은 어떤지 등은 (기관을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방이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관련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다.
국책은행 내부에서도 젊은 인재들의 수도권 선호가 채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방이전이 자칫 ‘인재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국책은행 관계자는 “특히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다”며 “우리 세대와 지금 젊은 세대는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르고 직장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고용 안정성이나 처우만으로 직장을 선택하기보다 근무지역과 업무 만족도까지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지방이전은 입사 여부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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