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환·토양 정화·법 개정까지 선결과제 산적
시장이 원하는 건 계획표상의 숫자가 아닌 '확실한 입주 시기'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의 모습.ⓒ뉴시스
정부가 주택 공급에 총력전을 선언했다. 지난 13일 내놓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핵심도 이름 그대로 ‘신속’이다.
공급 시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가용한 공급 역량을 총동원해 수도권에 23만가구+α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속도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22년 이후 착공 감소의 여파가 입주 물량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어서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년 20만4000가구에서 지난해 15만2000가구로 줄었고 올해는 10만5000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도권 민간 착공도 12만1000가구로 10년 평균 19만1000가구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 스스로 이번 대책에서 공급의 ‘시간’을 문제 삼았다. 3기 신도시 최초 입주단지인 인천계양은 후보지 발표부터 입주까지 약 8년이 걸렸고, 서울 재개발·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3년이 소요된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공급 속도 혁신’이다.
그런데 대책 발표 바로 다음 날 정부가 꺼내든 카드를 보면 ‘공급 속도 혁신’이라는 목표에 의문이 남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용산어린이정원을 넘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공원은 입지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공급지다. 서울 한복판에 약 300만㎡ 규모의 땅이 있고 교통과 생활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공공이 보유한 우수 입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자는 논의 자체를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언제 집을 지을 수 있느냐다.
현행법상 미군기지 본체 부지는 공원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어 법 개정부터 필요하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기지 부지도 상당하다. 반환된 땅 역시 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공원 조성계획 변경과 인허가, 기반시설 확충에 서울시와 용산구, 주민 반발까지 넘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여건이 좋은 곳은 21~34개월 내 착공하는 모델도 제시했다.
하지만 용산공원은 이런 시간표를 적용하기조차 쉽지 않다. 미군기지 반환이나 오염 정화를 정부 의지만으로 앞당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23만가구+α 추가 공급을 내걸었지만 2026~2030년 실제 추가 착공 목표는 12만가구+α다.
올해 안에 발표할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만 7만3000가구+α에 달한다. 1·29 공급방안 부지도 2030년까지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후보지를 발굴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발표한 물량을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택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공급계획에 적힌 숫자가 아니다.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간표다.
공급이 급하다면 더욱 그렇다. 특별법을 바꾸고 미군기지를 돌려받아 오염된 땅을 정화한 뒤 사회적 갈등까지 풀어야 하는 용산공원이 과연 ‘신속공급’의 우선순위가 맞는지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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