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 잔혹사 꼬집는 현실…에세이·소설로 해부하는 가부장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8.18 12:54  수정 2026.08.18 12:54

이랑·이슬아 에세이부터 임솔아·정보라 소설 등 주목

한국 작가들이 에세이, 소설로 가부장제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K-장녀’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가 하면, 돌봄 노동의 불평등을 지적하며 현대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중이다.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가녀장의 시대’·‘질긴 매듭’ 표지

에세이 분야에서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랑 작가는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를 통해 “어째서 대한민국 여자들은 미친년이 될까”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작가는 우리 사회의 가난과 슬픔, 불안과 고통, 여성의 삶을 노래해 온 아티스트.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언니의 죽음을 둘러싸고, 언니와 나, 엄마의 이야기로 서사가 확장된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지친 언니의 이야기부터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나 미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그 잔혹한 굴레 안에 있었던 작가의 속내에 눈물을 흘리는 독자도 있었다.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작가는 고통으로 점철된 한국에서는 출판할 생각이 없어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출간했으며, 이 작가가 조심스레 보내온 원고를 본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오열했다. 출판사 이야기장수 편집부에서도 책상 앞에 고개 숙인 편집자들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한국 사회 속 여성들의 궤적을 짚어낸 것은 물론 일본 ‘나가이 가후 문학상’을 수상, 해외 독자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슬아 작가는 가상의 세계관을 통해 가부장제를 경쾌하게 전복했다. 이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는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통치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가정을 통치하는 이야기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가부장제를 혁파하자고 외치거나 풍자로만 가득 채우진 않았다. 끊임없이 반성하는 가녀장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해 본다. 지금, 필요한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화까지 확정했다.


전통적인 가족 질서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반려견의 죽음 이후, 유골함에 담긴 뼛가루의 처리를 고민하던 주인공들이 이를 가족묘에 안장하기로 결심하는 임솔아 작가의 ‘나의 빈 묘에’는 반려동물의 죽음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 뒤, 가족의 경계를 고민하게 한다. 출판사는 ‘빈 묘’는 단순히 죽음을 위한 자리가 아닌, “애도를 매개로 새로운 연대와 가족공동체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장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2026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외에도 배미주·정보라·길상효·구한나리·오정연 작가는 ‘모계 전승’을 화두로 삼은 단편집 ‘질긴 매듭’을 통해 어머니에서 딸로 전해진 고통을 직시하고, 차별의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예로 정보라 작가가 쓴 ‘엄마의 마음’은 첫딸이 딸을 낳지 않으면 어머니가 죽는다는 한 집안의 저주를 통해 ‘여성이 여성이 낳는 일’을 저주처럼 여겨온 가부장제를 향한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반영해 공감을 사기도 하지만 경쾌한 유머, 신박한 상상력을 통해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선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를 통해 높인 몰입도와 탄탄해진 공감대가 독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