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겨냥한 증시정책…제 발등 찍은 이재명 정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8.05 10:05  수정 2026.08.05 10:06

지방선거 일주일 앞두고 출시된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선거 전 증시부양 염두에 뒀나

국민연금 리밸런싱도 선거 이후로 미뤄

이재명(왼쪽 세번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개장 벨을 타종한 뒤 인사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주요 증시정책 도입 시점을 실기하며 '쓴맛'을 보고 있다.


도입 취지와 별개로, 여당 측면 지원을 첫머리에 두고 지난 6월 선거를 겨냥해 증시정책을 선보인 것이 후폭풍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16개 상품의 거래대금은 약 1조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약 1조3866억원)에 이어 이틀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다.


기본 예탁금 상향(1000만원→3000만원)을 골자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책 도입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약 1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5월 27일, 국내외 비대칭 규제 해소, 고환율 억제를 명분으로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표현할 정도로 부작용이 커지자 상품 출시 두 달 만에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는 누더기 신세가 됐다.


정부는 예탁금 상향에도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총량 규제 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3일 김용범 정책실장(오른쪽)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추진 중인 정부는 핵심 정책 방향 중 '신뢰'를 가장 먼저 언급해 왔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던 개미 귀환을 위해 증시 부양책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까지 출시했으나 결과적으로 국장 신뢰도 추락을 자초한 분위기다.


실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변동성 주범으로 지목한 개미들은 "또 속았다"며 해외증시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압박'으로 금융당국이 상품 출시 시점을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폭풍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지방선거 전 상품을 출시해 증시 부양 효과를 거둔 뒤, 정부·여당에 유리한 선거 재료로 삼으려 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상품 출시 당시 국내증시가 반도체주 중심의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증시 상승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반도체 투톱' 목표주가를 상향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반도체 중심 상승장은 수급 쏠림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쏠림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았지만, 정부는 상품 출시를 밀어붙였다.


더욱이 상품 출시 시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반도체 업종 변동성이 심화되던 시기였다. 여야는 물론 금융당국조차 상품 출시 시점에 아쉬움을 표한 배경이다.


이찬진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증권신고서를 수리하는 시점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자료가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국민연금의 국내증시 리밸런싱 유예도 '선거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리밸런싱이란 자산군 비중이 목표를 벗어날 경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허용범위 내에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였음에도, 코스피 급등 여파로 올해 초 기계적 리밸런싱이 불가피했다.


상승장이 펼쳐지던 시점이라 리밸런싱 적기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으나 국민연금은 돌연 리밸런싱 시점을 6월 말로 늦췄다.


차익실현으로 귀결되는 리밸런싱이 증시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리밸런싱 적기를 놓친 탓에 지난달 급락 국면에서 국민연금이 유연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운용 원칙이 사실상 '외풍'에 흔들린 것"이라며 "선례가 생겼으니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4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점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출시 관련 상품 설명을 들은 뒤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관련 맥락에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도 정책 도입 시점을 잘못 설정한 탓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RIA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서학개미를 고환율 주범으로 지목하고 올해 상반기 출시한 상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주식을 매도하는 외국인이 고환율을 견인함에 따라 사실상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초, 장이 좋았을 때는 서학개미들이 제 발로 (국장에) 복귀했다"며 "단기 추세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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