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되레 지역 갈등 부추겨"…국민의힘, '호남 반도체' 현실성 공세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6.06.30 23:30  수정 2026.06.30 23:30

정점식, 입지 선정 '투명성' 지적…국조 검토 시사도

PK 의원들 "호남 반대 아니다"…졸속 추진 비판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호남 팹 건설 여건 반박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호남 반도체 투자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구상을 두고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야당의 문제 제기를 '호남 비하'로 규정한데 맞서 호남의 핵심 인프라 여건상 투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권이 이를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역으로 거론된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의 혈세와 대기업의 자본으로 민주당 전당대회 사전 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각 지자체는 기업 유치를 위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고, 기업은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졸속으로 투자를 밀어붙이는 행태는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들의 혁신 의지를 꺾어버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이와 같은 정당한 문제 제기를 회피한다면 야당은 국정조사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만원짜리 연어덮밥도 국정조사를 했는데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질타했다.


전날 국민의힘 TK(대구·경북)·충청권 의원들과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반발한 데 이어 이날은 PK(부산·울산·경남)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이재명 정부를 압박했다.


PK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의 입지 선정 기준 등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호남 투자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들은 "우리는 호남의 발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호만으로는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의원은 정부의 이번 발표가 호남 외 지역의 소외감을 키우며 되레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실제 우리 PK는 신고리를 비롯한 전력망, 용수 등 모든 인프라가 철저하게 구축돼있다"며 "그렇기에 왜 (인프라가 구축된) 다른 지역은 소외하고 그렇게 편향된 정책을 발표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의원은 "청와대가 얼마나 (호남 투자를) 졸속 추진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 있다"며 "대통령이 청와대 전담반을 조성.관리하겠다 했는데, 이런 대형프로젝트를 AI수석이 정말 미리 준비했다면 AI수석을 보궐선거에 내보내겠느냐"라고 질타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김용범 비서실장이 투자 계획을 알았다면,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의한 배당금 이야기를 감히 했겠느냐"라며 "즉 이번 프로젝트 관련해 청와대의 사전 준비가 없었다고 보여지는 장면이라 생각된다"고 역설했다.


"최태원·젠슨황 회동 때 광주 언급 없었다"
고동진, 실현가능성·졸속 추진 정조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도 나서 현실적으로 호남 지역에 반도체 팹이 들어서기 어려운 여건임을 분명히 했다.


고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지원 방안을 글자 그대로 따져보면 전력 인프라의 경우 '호남에 전력망 인프라 차원의 접속선로를 신속히 구축하겠다', 또 전력 에너지의 경우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내용 뿐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팹 공장이 호남에 4개가 들어선단 것을 문제삼는 것이지, 산업유치 이런 측면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며 "반도체 팹은 한 개에 보통 4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인력·전력·용수, 바로 인수전 싸움이다. 이것이 완벽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또 정부가 당초 재생에너지와 용수 확보를 강조했다가, 현실성 논란이 제기되자 원전과 SMR, 화석연료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하루 만에 설명을 바꿨단 점도 지적했다. 그간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강조해 온 민주당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안정적 전력 공급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발표를 서둘렀다는 취지다.


특히 반도체 공정 특성상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고, ESS 등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호남 지역이 국내 태양광 발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구상이 호남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부 계획이 한 달 만에 급작스럽게 추진됐다는 점도 비판했다. 고 의원은 "삼성전자 내부를 건너 건너 확인해보니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만에서 치맥 회동했을 때 참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지역 이야기만 있었을 뿐 광주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고 의원은 부지 확보에만 2~3년, 반도체 공장 가동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향후 정부가 바뀔 경우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 판단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시) 기업 입장에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텐데, 10년 뒤 생산되는 제품은 지금 우리가 보는 AI 메모리가 아닐 확률이 크다"며 "새로운 제품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복잡성이 증가할 수 있고, 이런 부분들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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