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출마 눈앞 다가온 당권 주자 3인
전국 돌며 '노선·보완수사권' 등 이견
鄭, '정통성' 꺼내들며 노선 경쟁 시작
'유시민 재건축론'에 당권구도 너저분
(왼쪽부터)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이 주말 동안 전국을 누비며 당심 확보에 나섰다. 노선 투쟁 양상까지 보이면서 대립각을 세운 세 당권 주자들은 향후 더 격렬한 선명성 경쟁을 예고했다.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는 28일 오후 경기 광주에서 열리는 6·3 지방선거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대표와 김 총리의 회동이 성사됐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에 무게중심을 실은 발언을 통해 확실한 입장 차를 보였다.
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꽃 피워야 하는 사명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 정통성에 역점을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같은 행사에서 김 총리는 인사말에서 "개혁의 DNA는 명확하게 지키면서도 훨씬 넓게 과감하게 판을 바꾸자"고 말했다. 정통성보다는 중도·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취지가 담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로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개혁의 마침표로 불리는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는 강성 당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다.
문제는 김 총리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당초 5월에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당에 제안했으나 당의 요구로 연기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5월은 한창 공천을 할 때고 본회의를 열기도 어려울 때라서 정부안을 보고받거나 제안받은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5월 중에 처리하려고 했던 건 사실"이라며 "여권에서 다 알고 있는 제안"이라고 맞받았다. 처리 시점과 책임 소재를 두고 보이지 않는 날선 공방이 두 사람 간에 오고간 것이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오전 전북 전주에서 열린 평당원과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신경전에 가세했다. 송 의원의 공세 대상은 '정 전 대표'로 고정돼 있는 모습이었다.
송 의원은 "월드컵을 보니 지금은 홍명보 체제로 그대로 갈 것이냐, 변화할 것이냐 하는 순간이다. 민주당도 이 상태로 두면 안 된다"며 "당 내부 갈등, 계파 갈등에 따라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분노의 표시가 김관영 지사를 향한 지지로 표시됐다.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선 "마치 이게 안 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것은 비약이다. 신의를 가지고 대통령을 설득해야지 이것을 대통령을 공격하는 무기로 쓰는 집권여당 대표가 어디에 있느냐"라며 "피 어린 역사를 가진 민주당이 사당화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청년 당선자 워크숍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당권 주자들의 신경전은 노선 투쟁 양상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노선 투쟁에 먼저 시동을 건 건 정 전 대표였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청년 당선인 워크숍 참석 전 페이스북에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어 달리기를 하며 민주주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처럼 진보진영의 역대 대통령 4명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적통'을 강조한 것은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총리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김 총리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 후보를 지지한 이력 때문에, 민주당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정체성 논란에 시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 전 대표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어준씨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6일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역사를 '3층집'에 비유하며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다"면서도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에 있는 건물을 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원인을 두고 "코어 지지층이 빠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코어 이탈론'을 제기한 바 있다. 김씨와 유 작가는 친노·친문 중심 전통 지지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 전 대표 노선과 가깝다고 평가된다.
송 의원은 이같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반격을 가했다. 그는 지난 27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어 지지층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 흔들리지 않고 힘을 모아 대통령을 지키는 지지층"이라고 맞받았다.
김 총리도 지난 27일 여성 당선인 워크숍 참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어떤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식의 과잉한 자신감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것이 과했을 때는 과거의 '난'(亂) 같은 것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직격했다.
이 같은 노선 경쟁은 향후 더 큰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을 당시 정무특보를 지낸 정진욱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유 전 이사장을 겨냥해 "겉과 속이 다른 양두구육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에 재미가 들린 자칭 타칭 킹메이커들에게 민주당과 우리 정부를 내어 맡길 수는 없다"며 "민주당 건물주는 자신들이고 이재명은 세입자라고 생각하는 내심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고백할 줄은 몰랐다"고 날을 세웠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대부분의 민주당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도 사랑하고 좋아한다. 당원들 대부분은 혐오의 말로 둘 중의 하나를 강요하는 지금의 상황을 불편해하고 있다"며 "서로에 대한 비판이 아닌 혐오와 증오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현상황을 견디고 있는 당원과 국민들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