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한화오션에 ‘급식·세탁 하청업체 근로자와 직교섭’ 판단
하청 둘 이유 사라져…하청업체 줄폐업, 대량실업사태 예고
정부·지자체 하청도 직교섭 요구…장관이 직교섭하나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포퓰리즘의 끝판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의 개정안)이 기어코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 냈습니다. 사용자의 범위를 대책 없이 확장하고 근로자의 교섭권을 극한까지 강화한 노란봉투법이 드디어 배를 만드는 조선업체에게 급식, 청소 협력사 근로자들과도 직접 교섭하도록 강제하는 촌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급식, 청소 등 생산과 관계없는 협력 업체들도 한화오션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조리실, 세탁실 등 작업장 시설 개선은 원청인 한화오션의 협조·승인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본업과 관련 없는 부수적 업무, 특히 구성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이나 복지를 위한 업무의 외주화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는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보편화돼 있습니다. 구내식당, 청소, 경비, 셔틀버스, 물류, 시설관리 등을 직접 직원을 고용해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모두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입니다. 비용 절감 목적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문 업체가 업무도 전문적으로 하지 않겠습니까.
수십만t 짜리 배를 만드는 조선업체가 급식이나 청소 업무까지 직접 챙겨야 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요.
당연히 그런 업무의 종사자는 협력업체 대표가 사용자인 게 상식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동계에 노란봉투법이라는 감당 못 할 선물을 던져주기 전까진 말이죠.
왜 ‘감당 못 할 선물’일까요. 결국엔 근로자들의 밥통을 걷어차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원청기업이 하청 서비스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지게 된다면 비용 뿐 아니라 리스크도 확대됩니다. 요즘 대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아이템을 하청 노조라고 활용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하청 기업들과 계약을 할까요. 중노위는 이번에 ‘하청기업들의 줄폐업’을 선언한 겁니다.
하청업체들이 망하면 그곳에 속해 있던 근로자들은 원청에 직고용될까요? 아주 운이 좋은 극소수만 그렇게 될 겁니다. 나머지는 ‘자동화’로 대체되겠죠. 마침 요즘 피지컬 AI가 ‘핫’하지 않습니까. 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하게 됐으니 개발 속도가 더 빨라지겠군요. 그러고 보니 중노위는 이번에 급식·청소 노동자들에게 대량실업사태도 예고한 셈입니다.
물론, 중노위가 아무 근거 없이 이런 판단을 내리진 않았을 겁니다. 정부(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앞서 지난 2월 내놓은 ‘하청 업체가 원청과 같은 장소에서 일하고, 업무 시 사용하는 시설이나 장비를 원청이 지배·통제하고 있다면 사용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 지침이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지침을 내렸다면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겠죠. 사실, 정부만큼 많은 하청을 거느린 곳도 없습니다. 조달청을 통해 정부와 거래하는 업체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63만4291곳에 달했습니다. 조달청을 통하지 않는 정부 및 지자체와 산하기관 거래까지 감안하면 수백만 곳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맞게 사용자성을 닥치는 대로 확장하다 보면 각 부처 장관과 시·도지사들은 제각기 수십만 곳의 ‘하청’ 근로자들과 교섭하느라 일년 내내 격무에 시달리겠군요.
실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정부 및 지자체 산하기관의 하청업체 노조들로부터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막상 교섭이 이뤄지는 곳은 몇 곳 없다고 하더군요. 고용노동부가 공공 부문에서는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다는 노동계의 반발도 있습니다. 참 내로남불이죠.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만 좇아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자들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부정적 결과가 스스로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다음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게 보통입니다.
하청업체들의 줄폐업, 대량실업사태, 정부·지자체를 향한 줄소송. 너무도 쉽게 그려지는 시뮬레이션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노동법에서 노란봉투를 다시 끄집어 내던가, 그게 안된다면 보완 입법이라도 하던가, 시행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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