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경고장에 시작된 '정청래 힘 빼기'…벼랑 끝 선 鄭의 선택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6.16 00:30  수정 2026.06.16 00:30

출마 포기하면 '정치적 위상' 타격

당대표 연임 성공하면 '李 레임덕'

전방위 압박에 커진 거취 딜레마

거세지는 권력 투쟁에 총선 우려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6주년 기념식 및 특별강연'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도권이 약화된 모양새다. 비당권파가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고리로 거취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수세에 몰린 정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이 결정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월드클래스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유럽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이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최고등급 훈장을 받자, 외교 역량을 치켜세운 것이다.


다만 지방선거 결과 책임론을 두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인 만큼, 정 대표의 발언에 정치적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비당권파는 서울·대구·경남 패배를 들어 지도부에 지방선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면에는 당대표 연임 도전설이 제기된 정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의 '여당 책임론'을 강조한 경고성 메시지를 고리로 비당권파가 정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자, 친청(친정청래)계는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자칫 전당대회에 돌입하기 전부터 내홍이 커질 상황에 놓이자, 정 대표는 갈등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자세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26주년 기념식에서도 "이 대통령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가장 잘 체현하고 있는 피스메이커"라고 평가했다. 불과 5일 전 지방선거 책임론이 제기되자 이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고 발언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그러나 정 대표의 이른바 '정권은 짧다'라는 발언은 사실상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되면서, 비당권파는 물론 청와대까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순방 중임에도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정 대표에 대한 경고성으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조승래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특정한 개인이나 지도부라기보다 우리 여당이 지방선거 이후에 어떤 자세를 갖고 국정 운영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내 일부에선 이 대통령이 정 대표에 대한 견제 포문을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거취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이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칼을 꺼내 들었다고 봐야 하는 만큼, 비당권파 역시 정 대표 힘 빼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체제 당시 영입 인재로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남희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당대표 연임에 도전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고 사퇴해야 한다"며 "당권 도전에 대한 의지도 밝히지 않고 계속 당대표 위치에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신"이라고 직격했다. 이용우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안타깝지만 더 이상 지도부가 정부에 부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이 대통령이 밀었던 후보(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가 떨어진 것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사실상 대통령이 칼을 꺼내 들었다고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이재명 체제에서 공천받은 의원들이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대통령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거취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면서 주도권이 일부 약화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권을 쥐고 있는 만큼 영향력을 무시하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비당권파 입장에선 정 대표 책임론을 부각해 당대표 연임 도전을 포기시키거나, 영향력이 감소된 채로 출마시키려는 의도로 연일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 대표가 향후 거취를 선택하는 것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까지 사실상 나선 상황에서 당대표 연임 도전을 포기한다면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온전히 떠안고 쫓겨나는 모양새가 된다. 이는 정치적 위상에 타격을 입겠지만 향후 회생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반면 연임에 도전할 경우, 이 대통령과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는 만큼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정 대표의 딜레마는 당대표 연임 도전 이후 당선됐을 때다. 계파 권력 투쟁에서 승리해 당 주도권을 장악해도 친명(친이재명)계는 물론 청와대도 적으로 둔 채, 2년 이후 열리는 23대 총선까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임에도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계파 권력 투쟁이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정 대표 입장에선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이미 수세에 몰린 탓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 입장에선 출마를 하지 않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출마하지 않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출마해서 떨어지면 정치적으로 수명을 연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마를 하지 않으면 수명을 연장할 방법도 있을 것 같지만, 이마저도 지지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성공해도 문제인데, 이 대통령 레임덕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양측이 힘 조절을 하면서 싸워야 하는 이유다. 자칫 총선과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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