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놓고 '재판 취소' 겁박한 것"
靑 "평소 국정 운영 생각"... 野 주장 일축
與 내부선 선거 악영향 우려 분위기도
李 "일부 방송, 객관성 없고 허위 조작"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검찰을 향해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본인의 공소를 취소하라는 공개 협박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평소 국정 운영 철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부터 정부 출범 1년 성과를 보고받은 뒤 "혹시라도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며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다. 어느 기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준공익적, 준공익 기관, 준사법 기관 또는 공익 의무를 가진 기관이지 않느냐"며 "엄청난 권한도 가지고 있고, 어쨌든 그에 합당한 책임도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발언이 어떤 사례에 대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30일 발의한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안'과 맞물려, 자신이 기소된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사과와 공소 취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법안 추진을 6·3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특검 수사 대상은 총 12개 사건으로 이 중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은 8건이다. 대장동 개발비리·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다룬 3개 사건에 더해 대법원 유죄 판결로 파기환송심 상태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항소심이 진행 중인 위증교사 의혹 사건, 1심 단계인 백현동 개발비리와 성남FC 뇌물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국민 투표 참여 호소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통령이) 대놓고 '재판 취소'를 겁박한 것"이라며 "지방선거 다 이겼다는 오만함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이 지방선거 이후 추진할 '대통령 범죄 없애기' 공작 정치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며 "모든 국민들께서 내일 투표장에 나와서 대통령 범죄를 없애는 공소 취소를 반대하는 투표를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최보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참으로 오만하고 위험천만한 발언"이라며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직결된 사안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도 "뭘 '취소'하란 말이냐"며 "오늘 발언은 예고한 대로 선거 끝나고 자기 사건의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겠다는 밑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권한이 큰 기관일수록 그에 걸맞은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평소 국정 운영에 대한 일관된 생각을 밝힌 것"이라며 "또한 검찰도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 입장에서 선거에 도움되는 발언은 아니다"며 "지방선거 판세에 대한 자신감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개인의 성향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그런 변수까지 어떻게 예상을 했겠느냐"며 "보수층이 결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방송사의 보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국정 성과를 보고받으면서 "국민의 시각에서 용인할 만한 중립성·공정성·객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라고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는데, 그에 따라 어떤 제재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재허가와 승인 절차 등을 물은 뒤 "방송 특히 공중파나 (종합편성) 채널 같은 경우 제한을 해서 다른 사업자들이 못 들어오게 막아주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보호되는 만큼 책임을 부과해야 되는데 무슨 정당 기관지처럼 매우 편파적으로 중립성을 잃고 있다든지 공정성을 결여했다든지 이럴 경우 제재가 있느냐"며 "특정 정당 방송인지 개인적인 취향의 방송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객관성도 없고 허위 사실, 왜곡 조작 이런 걸 상습적으로 벌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김 위원장이 방송 심의제도에 따라 심의를 받는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명확하게 법률 취지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송·통신 행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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