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L 넘어 SAP·SCI·COMSEC까지…미 해군 기밀사업 준비
첫 계약 이어 보안 인프라 확대…동맹 조선소 편입 시험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다.ⓒ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가 시설보안자격(FCL) 신청을 넘어 특수접근프로그램·민감구획정보·암호보안 등 미 기밀함정 사업 전반에 필요한 보안 인프라 구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내 동맹 조선소 역할 확대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인다.
28일 본지가 확인한 한화 필리조선소의 채용공고에 따르면 이 조선소는 미 방산보안 전문가인 시설보안책임자(FSO·Facility Security Officer) 채용에 나섰다. 공고에는 "시설보안자격(FCL) 패키지 제출부터 승인까지 전 과정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이 핵심 임무로 명시됐다.
주목되는 것은 요구되는 보안 체계의 수준이다. 채용공고에는 외국인 소유·통제·영향력 완화(FOCI mitigation), 특수접근프로그램(SAP), 민감구획정보(SCI), 암호보안(COMSEC), 하도급 보안요구서(DD254) 관리까지 포함됐다. 이는 일반 군함 사업을 넘어 고도의 기밀 함정 사업까지 염두에 둔 인프라 구축임을 시사한다.
시설보안자격은 미 국방부 산하 방첩보안국(DCSA)이 부여하는 자격으로, 기밀 함정 사업 수행에 필요한 핵심 보안 자격 중 하나다. 상업용 조선소가 시설보안자격을 취득하는 데는 통상 12~18개월이 소요된다.
미 해군 계약 첫 수주…기밀사업 교두보 마련
한화는 지난 2024년 12월 인수 이후 현재까지 필리조선소 인력·설비 업그레이드에 2억 달러(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필리조선소는 지난 3월 미국 선박설계사 Vard Marine US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T-AOL) 설계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 계약에 참여한 첫 사례다. 한화디펜스USA 조선부문 사장 톰 앤더슨은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함정 건조에 세계적 수준의 조선 역량을 발휘할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 용역은 시설보안자격 없이도 참여 가능한 비기밀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2024년 거제 조선소에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처음 수주한 이후 현재까지 복수의 정비 사업을 완료하며 미 해군과의 협력 기반을 쌓아왔다.
한미 핵잠 논의 속 기밀함정 보안체계 주목
이 같은 움직임은 한미 핵잠수함 협력이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정부는 지난 26일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장보고-N 사업'을 공식화하고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내에서는 필리조선소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미 정상 합의는 시작일 뿐"이라며 실제 전력화까지 미 대통령 공식 결정, 한미 해군핵추진협력협정 체결,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상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핵물질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법적 전환도 필요한 상황이다.
미 해군은 이달 발표한 조선계획서에서 주력 전투함의 대형 선체 모듈을 해외 우방국 조선소에 위탁할 수 있도록 의회에 법안 개정을 요청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는 이를 두고 "미국 단독으로 황금함대 건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상의 공개 인정"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동맹 조선소를 실제 기밀 함정 생태계로 얼마나 빠르게 편입시킬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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