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선언했지만 앙금은 여전
의도적 견제 의심에 비토 여론 고조
金, 전당대회서 영향력 미칠지 주목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6.3 재·보궐선거에서 공천 배제 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은 '공천 배제'로 마무리됐다. '방탄 정당' 프레임이 자칫 선거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을 지지한 일부 친명(친이재명)계의 앙금은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당장 당내 파장은 크진 않지만, 향후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당 지도부는 김 전 부원장에게 아직까지 접촉하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전날 김 전 부원장의 백의종군 선언에 "머지않아 더 크게 쓰임받을 날이 올 것"이라며 "김 전 부원장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조만간 뵙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운동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날까지 요청은 없었다고 한다. 지도부 입장에선 김 전 부원장의 재등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희생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민주당의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겠다"면서도 "저에 대한 기소는 명백한 정치검찰의 조작이자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는 점은 명확하게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지도부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5년 형을 받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공천 배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승복과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김 전 부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선거운동 요청을 할 경우 "요청이 오면 함께 상의하고, 도움 될 일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까지 지도부는 김 전 부원장에게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천 지지는 친명계뿐 아니라 친청계에서도 분출됐다. 당내에선 검찰의 조작기소의 피해자가 김 전 부원장인 만큼, 당이 명예회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지지한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내에선 조작기소 국조특위를 통해 김 전 부원장이 무죄라고 보는 인사들이 공천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측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인사들이기 때문에 계파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천 반대 여론은 야당의 공세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여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 전 부원장은 여러 방송에 출연해 지도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당 소속 의원 60여명이 공천을 지지하고 있고, 조작기소 국조특위를 지지하는 당이 자신에 대해선 다른 잣대를 제시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죄자 입에 꼼짝 못 하고 끌려다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지도부 입장에선 당내 여론은 물론, 야권의 공세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론 공천 배제를 결정했고, 김 전 부원장도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되레 당내 일부에선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법리스크가 아닌 정치적인 판단을 지도부가 내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 마련된 청각장애인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 매장 오픈 행사에 참석해 유시민 작가와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전 부원장은 과거 이 대통령이 "내 분신(分身)과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핵심 측근으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정청래 지도부가 친명계의 원내 진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미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을 시작으로 하정우 전 청와대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과 전은수 전 청와대 대변인까지 영입·발탁돼 보궐선거에 뛰거나 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친명계는 "꼬투리 잡을 것이 없으니 막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여권에선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친명계에서 분출된 정 대표에 대한 비토 여론이 누적된 탓에 선거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력화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를 고리로 정 대표 책임론을 제기해 세력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명계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조직이 절실한 만큼, 조직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김 전 부원장이다"라면서 "이번 공천 배제가 정 대표 심판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호응할 수 있는 조직이 많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 입장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결단한 결정이 오히려 부정적 인식만 키우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 대통령의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천 배제를 결정한 지도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의 백의종군 관련 게시물에는 "공천배제는 노골적인 반명(반이재명) 선언" "반드시 쫓아내야 한다" "두고 보자" 등 댓글이 쏟아질 정도로 여론은 부정적이다.
주목할 점은 김 전 부원장의 향후 행보다. 그는 "현실 정치인으로 정치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행보는 정하지 않았지만, 지도부 결정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한 분위기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향후 전당대회까지 김 전 부원장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충분히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정 대표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당권 구도가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무죄가 확실한 상황이고, 사건을 제대로 알면 조작 수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정무적인 고려를 한 것 같다"면서도 "김 전 부원장 입장에선 서운한 게 있을 수밖에 없는데, 검찰도 법원도 그렇다고 당 지도부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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