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여권 지지율 하락, 내 영향력은 n분의 1"
여권 반박…"국정운영에 상당한 짐 된 건 사실"
조국, 민주당에 맞먹는 黨 확대 예고…與 견제
지선·재보선 앞두고 대권설 부상, 경쟁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결정으로 복역 8개월(징역 2년 확정) 만에 출소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혁신당도 조국 전 대표의 당대표직 복귀를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우당(友黨)을 자처해 범여(汎與)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면 이후 조 전 대표의 메시지와 정치 행보에 더불어민주당의 표정이 복잡하다. 최근 부상한 합당설과 조 전 대표의 차기 대권설이 교차하면서다.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이후 혁신당이 민주당과 합당해 여당이 될 지, 혁신당이 독자 행보로 체급을 키워 이 대통령이 호랑이를 풀어준 격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전 대표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에 일조하겠다면서도 자신의 사면 이후 불거진 여권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반박하거나, 내년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출소 후 나흘 만인 전날 유튜브 채널 '조국TV' 영상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과의 우당 관계 유지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던 조 전 대표는 자신의 사면 전후 드러난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는 데 대해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여론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사면의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민주당 내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용진 민주당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1~2%p (하락한 것)도 아니고 국정 운영에 상당히 짐이 된 건 사실"이라며 "조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집권여당에 대한 배려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윤준병 의원도 "조국 일가의 '아빠 찬스' 등 입시비리 범죄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윤석열에게 더 얻어맞았으니 사면하는 것까지는 오케이"라면서도 "사면을 입시비리의 용서로 이해하는 건 다른 문제다. 사면 이후 사람들의 침묵을 조국의 아빠 찬스에 대한 '동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충고했다.
조 전 대표는 향후 당세를 넓혀 혁신당을 민주당과 맞먹는 수준의 정당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국의 정치적 역할이 남았다는 걸 보여주려면 선거는 절대 피할 수 없다"며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 대 1 구도인데, 국민의힘의 파이를 0.5로 낮춰 혁신당이 국민의힘과 같은 규모의 정당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대표가 출소 직후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당적 회복을 계기로 급진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배경에 대해 차기 대권주자으로서의 몸풀기에 나섰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내년 선거까지 민주당과의 합당이 현실화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약 혁신당이 선거에서 민주당 텃밭 일부를 쟁취할 경우 조 전 대표의 체급은 한층 비대해 질 수 있다.
민주당은 합당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조 전 대표에 대해 은근한 견제를 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기 때문에 합당 문제에 대해 서로 문을 닫거나 아니면 논의하지 않거나 혹은 바로 하자거나 그것은 다 빠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당이 원내 12석의 소수정당이라는 점을 들어 합당을 압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지방선거 전에 (민주당과) 합당해야 혁신당도 미래가 있다"면서 선제적 합당론을 주장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혁신당의 몸값이 상승할 것을 대비한 사실상의 '흡수 통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조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박용진 전 의원은 "조 전 대표가 하고 싶은 건 국회의원·지방단체장이 아니라 대통령일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당내 차기 주자들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그가 독자 행동을 할 경우 진보 진영 전체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에 민주당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석 전 의원도 라디오에서 "자치단체장은 안 나갈 것 같다. 당을 다시 탈당해서 정치 중립을 지켜야 되는데 혁신당은 누가 이끄느냐"라며 "본인의 꿈이 대통령이라면 인천 계양을이든 (민주당과) 선거 연대만 되면 부산 북구도 있다.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하면 부산도 가능성이 있고 인천 계양을 중에 보궐선거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양당의 관계를 이렇게 정립했다. 그는 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는 정부·여당 입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사위라고 해야 할까. 같은 진영에서 내란 세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함께해야 할 동지 같으면서도, 지방선거·총선·대선을 앞두고는 결국 경쟁자가 된다"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 같은 애매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 전 대표 스스로도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을 알고 있고, 이재명정부 출범의 공신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며 "수감 중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고려해 여당과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는 동시에 가져올 건 가져오겠다는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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