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마주 앉아…'이시바 카레' 소환 공감대
현안 협의체 가동키로…차기 정권에 과제 남겨
일본 총리 교체 앞둬…셔틀외교 미래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양국이 직면한 공통 사회문제와 관련 한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운용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단순한 협의체 운용 방안 발표가 아닌,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셔틀외교 복원' 의지가 퇴임을 앞둔 이시바 총리의 답방으로 외교적 의미를 더했다는 해석이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차기 일본 정권의 구도와 무관하게 이번 부산 한일 정상회담이 셔틀외교의 영속성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상징적 제스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이시바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을 포함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 모색을 위해 각 분야에 관한 한일 당국 간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번 이시바 총리의 부산 방문은 지난달 이 대통령의 도쿄 방문에 대한 답방이자 두 정상 간 세번째 만남이기도 하다. 지난 8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의 만남을 제안했다. 이시바 총리가 한국을 찾아 마지막 외교 무대를 펼치면서 정치권과 외교가의 관심은 그가 어떤 '마지막 선물'을 남길지에 쏠리기도 했다.
이날 두 정상은 미래지향적 의제에서 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강조하면서 '셔틀외교'의 영속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한일 공통 사회문제와 관련, 한일 정부는 각 당국 간 협의는 양국 관계부처가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해당 관계 부처는 각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얻은 시사점을 서로의 정책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뒀다. 각자의 정책 경험과 성공사례 등을 공유하고 필요시 전문가 등의 식견도 활용하여 의견을 교환하자는 것이다.
양국 외교 당국 간 양자 협의 기회를 활용해 협의체를 총괄하기 위한 협의도 정기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이들 당국간 협의체를 통해 각 분야에서 양국 관계자 간 의사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한일 간 공통 사회문제에 관한 다층적인 연계와 협력 강화를 위해 대응한다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이시바 총리가 이번 부산 회담에서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일본 차기 정권에서도 외면하기 어려운 무게로 작용할 수 있을지로 부상했다.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도 일본의 차기 정권 구도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유력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강경 우파 성향으로 알려져 있어, 그가 총리에 오를 경우 한일관계 경색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시바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두고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뒤를 쫓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에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달 4일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하고 이어 국회에서 신임 총리가 결정되면 퇴임할 예정이다. 즉 이번 정상회담은 이시바 총리의 취임 후 첫 방한인 동시에 총리로서 마지막 해외 방문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시바 총리가 퇴임한 후에도 일본 정계의 중진의원으로 계속해 한일관계 발전과 성장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정상은 이의 연장선에서 '이시바 카레'를 소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의 이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만 서로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셔틀외교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가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만찬에서 메뉴의 하나로 카레를 내놓은 것을 소환했다. 이 대통령은 "정말 음식을 잘 준비해주셨는데 그 중에 이시바 카레가 최고였다" 했다. 이어 "오늘의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양국 간에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면서, 매번 만날 때마다 셔틀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앞으로 잘 노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카레라이스에 대해 칭찬해줬는데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오후 4시 49분쯤 시작돼 1시간을 넘긴 오후 6시 5분에 종료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한국 정부의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노력을 설명하며 일본 정부 협력을 당부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에 따르면 일본 정상이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면서 서울 이외 도시에 방문하는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제주도를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김혜경 여사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으로 인한 이석증 진단을 받아 한일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일본 측에 정중히 양해를 구했고, 이시바 요시코 여사는 김 여사의 쾌유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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